평화신문 2004. 03. 07발행 [763호]

 
"창조에서 종말까지....인류의 대서사시"

신국론/아우구스티누스 지음/성염 역주/분도출판사


 독일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수많은 사상가 중 '근원에서 사유하는 철학자'로 칭송한 성 아우구스티누스(354~430). 그는 고대 철학의 거장이자 그리스도교 철학과 신학을 정립한 교부들 중 최고 인물로 꼽힌다.

 그가 말년에 라틴어로 집필한 방대한 분량의 저서 [신국론](De Civitate Dei)이 국내 최초로 완역됐다. 예전에 라틴어 원작을 영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한국말로 중역한 책이 나온 적은 있으나, 라틴어 원전 번역본이 출판된 것은 이번이 처음. 역사적 신학적 철학적 가치를 고려, 학술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라틴어 대역본으로 출간됐으며, 모두 3권(1권 1120쪽, 2권 992쪽, 3권 800쪽)이다. 번역은 성염 주 교황청 한국대사가 맡았다.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13년여의 작업 끝에 탈고한 [신국론]은 한마디로 인류 역사 전체를 철학, 종교, 문화, 역사 지식을 총동원해 정리한 인류 최초의 역사철학서 또는 역사신학서. 410년 고트족 침공으로 로마가 파괴되자 그리스도교 때문에 재앙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이교인들에 맞서 집필을 시작한 그는 그리스도교야말로 이교문화가 해결하지 못한 사회문제와 종교문제, 현세적 복지와 영원한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을 역설한다.

 그가 바라보는 인류사는 창조, 타락, 약속, 구원, 종말로 엮어진 5막의 대서사시다. 즉, 우주와 인류의 시원에는 창조주 하느님이 계시고, 인류를 괴롭히는 악의 기원에는 피조물의 자유의지가 자리잡고 있으며, 선악의 투쟁 속에서 신의 은총은 인간 의지를 붙들어 주면서 구원의 섭리로 역사를 이끌어가고, 종말에 선인은  하느님 도성(신국)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반면 지상의 도성에 속한 악인은 영원한 고통에 빠진다는 것이다.

 결국 성인은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적 사랑'에 의해 지배되는 지상의 도성, 목숨까지 내어주는 '이타적 사랑'으로 움직이는 하느님의 도성으로 구분하면서 인류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 목표는 바로 하느님 도성임을 강조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는 종말에 완성될 하느님 도성을 "진리를 군주로, 사랑을 법도로, 영원을 척도로 두는 완전 사회"라고 정의한다. "거기서는 진리가 승리요, 거룩함이 품위이며 평화가 행복이요, 삶이 영원"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