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염 전 교황청 한국대사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을 일, 국제 언론도 의아한 파격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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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8년 10월 18일 (목요일)
■ 대담 : 성염 前 교황청 한국대사



◇ 앵커 이동형(이하 이동형)> 이탈리아와 바티칸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조금 직전에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우리 시각으로 오늘 새벽에는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의 특별한 미사도 열렸죠. 미사에서는 한국말 인사에 문 대통령 기념 연설 등 교황청의 이례적인 배려가 돋보인다는 평가가 있었는데요. 참여정부 시절, 바티칸 주재의 교황 대사를 지내셨던 성염 전 대사와 함께 관련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성염 전 대사님 나와 계십니까?

◆ 성염 前 교황청 한국대사(이하 성염)> 네, 안녕하세요.

◇ 이동형> 우선 여쭤보고 싶은 내용이 전 대사님께서는 교황청 의전을 그동안 상세히 봐오셨을 텐데, 이번 문 대통령 방문에 대한 교황청의 예우가 굉장히 특별하고, 파격적이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맞습니까?

◆ 성염> 네, 지금 국제 언론들도 그렇게 다루고 있어요. 특히 어제 미사가 거행된 자리는 성 베드로 성당 안에서도 교황만 드릴 수 있는 중앙 자리를 빼고는 가장 중요한 제단입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미사가 이루어졌고, 더군다나 총리죠. 국무원장이라고 하면 총리급인데, 총리인 파롤린 추기경이 미사를 집전했고, 그러니까 바티칸 인사로서 해준 거예요. 한국 주교들이 몇 사람 있었지만요. 그런 데다가 미사의 명목이 한반도의 평화 아닙니까? 2014년에 한국에 오셨을 때도 마지막 날, 8월 18일 명동 대 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라는 명분을 가지고 미사를 드렸죠. 그러니까 그 연장선에서 그분의 뇌리 속에서 끊임없이 한반도와 평화가 들어있었다는 증거로 저는 봤어요. 더군다나 평신도인 대통령이 거기서 미사 후에 연설을 한 것은 정말로 제가 5년 동안 한 번도 못 본 광경이었고, 전에도, 후에도 없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제들이 직접 미사를 집전하는 곳이지, 어떤 평신도가 연설을 하는 곳은 아니죠.

◇ 이동형> 방금 대사님 말씀처럼 교황이 한국 방문에서 보여줬던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될 것 같고요.

◆ 성염> 네, 그렇게 보이더라고요.

◇ 이동형> 지금 문재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단독 면담을 했다고 하는데, 배석자 없이요. 통역만 있고. 단독 면담은 보통 극비에 이루어지고, 두 사람이 어떤 얘기를 했는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교황청의 양해를 구하게 되면,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혹시 알 수도 있습니까?

◆ 성염> 대개 국가 정상들이 정상 회담을 하러 오면, 서재에서 이루어지는데요. 거기 수행원들은 한 10여 미터 떨어진 멀리서 바라봅니다. 그리고 중앙 탁자에서 국가 정상들이 교황과 대담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소리가 들리거나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알 수는 없죠. 극비 사항을 따로 이렇게 하는 것은 안 하고, 그 이튿날 대변인이 어떤 얘기를 나눴다고 기초적인 얘기는 발표를 해줍니다. 그런데 지금 하필 전 세계에서 가톨릭 대표 주교들이 모이는 세계주교대의원총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에 이럴 때는 거의 교황이 회의에 임석하느라고 이런 시간을 거의 안 내는데요. 더군다나 12시에서 1시 시간에 시간을 배정했다는 것을 듣고서 저만 아니라 국제 언론들이 왜 이렇게 파격적이느냐고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 이동형> 이런 파격적인 예우를 해줬다고 하면, 지금 전해지기로는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교황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고 하거든요? 그러면 교황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 성염> 네, 절대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지금 이 교황은 이 세계의 화약고인 팔레스타인과 한반도를 언제나 염두에 두고 있을뿐더러 한반도에 대한 커다란 구상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약에 지금 북한에서 정식으로 초대를 하고, 여건만 마련된다고 하면 왜 이 기회를 마다하겠어요. 전 세계에서 가장 봉쇄된 정부 형태라고 생각했는데, 그곳에서 평화라는 얘기가 나오고, 화해라는 얘기가 나오면 그것을 기꺼이 북돋고, 격려하기 위해서 찾아가겠죠.

◇ 이동형> 만일 교황 방북이 성사된다고 하면, 전 세계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해주시길 바랍니다.

◆ 성염> 그러니까 김대중 대통령이 요한 바오르 2세를 찾아갔을 때도, 또 노무현 대통령이 베네딕토 16세를 찾아갔을 때도 언제나 한반도의 방문을 초청하면서 남한과 북한을 동시에 찾아주십시오, 라는 발언을 합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우리가 한 형제로, 한 나라로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 사회에 만약에 지금 김정은 위원장이 커밍아웃을 진심으로 시도한다면, 교황과 손잡고 악수하면서 국제사회에 나오는 장면보다 더 멋있는 장면이 없어요. 싱가포르의 장면도 정말 멋지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것보다 훨씬 의미가 큽니다. 13억의 가톨릭, 그다음에 개신교까지 합하면 20억의 크리스천들의 세계, 즉, 유럽, 남북 아메리카, 적어도 그쪽에서는 깜짝 놀라는 이벤트가 되죠.

◇ 이동형> 알겠습니다. 대사님,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교황청 다녀오시지 않았습니까?

◆ 성염> 네, 그랬었죠.

◇ 이동형> 그때 교황도 만나 뵙고요. 혹시 그때 한반도 평화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습니까?

◆ 성염> 그러니까 그때가 소위 4월 위기라고 부르던 때 아닙니까? 언제 미국이 폭격을 할지 모른다는 소식이 팽배해 있을 때였죠. 그때 유일하게 한반도가 그래서는 안 된다는 발언을 해준 분이 프란치스코 교황이에요. 방문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 김정은, 트럼프 이름을 언명하면서 여러분이 책임감을 가지고 인류의 운명을 좌우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얘기를 명시적으로 했어요. 그러니까 우리 새로 선출된 대통령도 정말 이분에게 가서 아메리카 독수리처럼 두 손을 들게 만드는 제재 방법이 아닌, 다른 해법을 들을 수 있겠다고 해서 형식상으로는 문 디모테오라는 천주교 신자가 대통령이 됐으니까 기도와 지도 편달을 바랍니다. 이런 문안이죠. 그날 사실은 위기에 처한 한반도의 문제를 조금 고견을 듣는 뜻으로 파견하신 거죠. 더군다나 저희들이 간 것은 트럼프의 교황 방문 바로 직전에 갔습니다.

◇ 이동형>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인권, 이런 이유를 들면서 교황의 방북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요. 또 북한에 갔을 때 혹시 안전, 신변, 이런 것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성염> 신변, 안전을 우려한다면, 우리 문 대통령도 북한에 못 갔죠. 그러니까 신변 안전이나 그런 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가장 완벽하게 아마 보장될 겁니다. 다른 곳보다도. 그런데 그곳에 장충 성당이라는 곳도 있고요, 평양에. 기독교 연맹, 불교 연맹, 이런 종교 단체도 있습니다. 헌법상으로도 종교의 자유가 있고요. 그런데 그게 다 진짜냐, 아니면 허울이냐, 이것은 대화를 나누기로 하고, 서로 협상을 갖기로 하면, 신뢰의 문제죠. 그것을 인정하는 것하고, 전부 가짜라고 하는 것하고는 전혀 대화의 틀이 달라지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지금 적어도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면 거기에 있는 것이 실제로 인정해주고, 거기에 최소한의 여건만 갖추어지면, 찾아가 볼 거예요. 그것을 우리가 어디서 알 수 있냐면, 지금 바티칸이 중국과 거의 외교 관계를 위해서 급진하는 발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중국 공산당이 장악하고 있는 종교 문제를, 그리고 주교도를 임명하는 권리를 거의 애국 교회라는 곳에 양도하고, 애국 교회를 공식 교회처럼 인정하고요. 그리고 자기는 거기에 올라온 후보들 가운데 누구 하나를 낙점해서 임명하는 상태까지도 갔다고 지금 발표가 됐어요. 그러면 이제 북한은, 김일성 집안에 옛날에 성직자도, 목사님도 있었던 곳이고요. 남북 분단되기 전에는 구교도 신교도 북한이 훨씬 성했습니다. 그러니까 종교가 그렇게 쉽게 몰살 안 되죠.

◇ 이동형> 네, 알겠습니다. 지난번 2015년도에 장충 성당 보훈과 남측 사제 파견, 이 문제에 대해서 남북이 합의를 했었는데, 그 이후에 남북 관계가 끊어졌는데요. 교황이 방북하게 되면, 이 문제도 다시 대화가 이어질 수 있겠죠?

◆ 성염> 당연히 이루어지겠죠. 거기에 최소한 사제 한 사람이 상주하면서 그곳에 있는 신도들을 위해서 미사를 드릴 수 있고, 성사를 집전할 수 있어야 하고, 지금도 사실은 동방 교회, 러시아 교회로 압니다만, 거기서 어느 사제가 북한에 상주하는 외교관들을 위해서 미사를 드리고 있답니다. 그러니까 이런 문제는 훨씬 쉽게 풀리겠죠. 위원장 최고 지도자가 우리가 국제 사회에 커밍아웃해서 나가서 우리 경제 문제를 살리고, 떳떳한 하나의 국가로 하겠다, 이렇게 결정했다면, 나머지는 저절로 풀리지 않겠어요?

◇ 이동형> 네, 대사님 오늘 말씀 여기까지만 듣고요. 교황님, 방북하게 되면, 스튜디오로 한 번 제가 모시겠습니다.

◆ 성염> 그러는 게 더 좋겠네요.

◇ 이동형>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 성염> 네, 감사합니다.

◇ 이동형> 바티칸 주재 교황 대사를 지냈던 성염 전 대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