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05. 01발행 [8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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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환호, 박수 소리 하늘로 올라


1.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한국사절단과 이탈리아 주재 한국 외교사절. 왼쪽부터 김원석 상무, 성염 대사, 정동채 장관, 이길재 한국농수산방송 대표, 박의근 (주)보나에스 대표이사, 이욱헌 외교통상부 구주과장.2. 교황 즉위 미사 직후 성 베드로대성전 왼쪽 상단부 앞쪽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한 한국인. 미사 내내 그는 한국인이 등장하거나 김수환 추기경이 기도문을 읽고 순명서약을 할 때면 태극기를 흔들어 기쁨을 표시했다. 사진제공^주 교황청 한국대사관
영광의 자리, 기쁨의 자리에서...

김원석(대건 안드레아) 평화방송 평화신문 상무이사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가는 길, 설레임을 주체할 수가 없다. 테베레 강을 건너자 거리거리에는 노오란 줄로 길을 막았고, 막지 않은 길로 즉위식에 참례하는 자동차들과 사람들 물결 사이로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성 베드로 대성전에 도착한 것이 9시 40분.

 성염 대사의 안내를 받으며 기다리고 있기 수 분, 몬시뇰이 성전 안으로 안내한다. 성전 안 피에타상이 있는 정문 부근에서 또 다른 몬시뇰이 안내를 한다. 이때에 우리를 안내하던 몬시뇰이 "안녕하세요?" 하고 우리말로 인사를 건네며, 한국에서 왔냐고 한다. 정동채(문화관광부 장관) 단장이 그렇다고 하자, 한국에서 4년 있었다고 우리 일행을 반긴다. 정문에서 또 다른 안내인이 안내를 하여 제대를 보고 왼쪽 상단 뒷자리 쿠바, 알제리아, 이집트 자리 부근으로 안내한다. 빈자리 한쪽 나무 의자 두 자리에 Corea라고 씌어 있어 우리는 그 자리에 앉았다.

 10시 정각이 되자 성인 호칭기도로 즉위식이 시작되었다. 성인 호칭기도의 음률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세계의 가톨릭이 하나라는 것을 다시금 일러준다. 그런데 우리나라 성인이 빠져 섭섭하다. 후에 성염 대사에게 왜 빠졌냐고 물으니, 로마교회 성인 중심으로 하여 빠진 거라고 했다.

 추기경단을 대표하여 김수환 추기경이 순명서약을 했다. (이것을 보지 못하고 나중에 들었으니!). 로마 한인교회 교우인 민동수씨가 부인 박은희씨와 일곱 살 난 아들 재희와 함께 가족 대표로 단상에 올라 교황 성하께 인사를 올렸다. 그 뒤에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가 성 베드로 광장을 울려 퍼지며 내 귓전에 들려왔다. 내 자리는 제대가 보이지 않고 교황 성하만 보여 답답하던 차, 우리 추기경님 목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시원하고 벅차왔다.

 전날 성염 대사가 대사관 관저에서 베푸는 만찬에서 김 추기경님은 "이번 즉위식에서는 나는 아무것도 안 하게 될 거야"라고 하셨는데, 추기경님 목소리를 만나게 되니 따갑게 내려쬐는 햇살도 따갑지가 않았다. 난, 추기경님 목소리에 혹시나 하고 광장 쪽을 보았다.

 "아아-" 내 옆에 앉은 이길재(전 국회의원) 단원을 꾹꾹 찌르며 저기 좀 보라고 했다. 우리 자리는 바로 성가대 위에 있었다. 그 성가대 앞쪽 전방에서 우리의 태극기가 펄럭이는 게 아닌가. '아아- 우리의 태극기.' 비에 젖어 거리에 나부끼는 그런 태극기가 아니었다.

 교황님의 강론은 말씀 마디마디에 힘이 담겨 있다. 광장 끝쪽에서는 "베네딕토, 베네딕토, 베네딕토"하는 환호가 박수 소리와 함께 비벼져 하늘로 오른다. 강론 후반부에는 조금 힘이 떨어진 듯 들리고 가끔 기침을 하셨다.

 교황 성하의 강론이 끝나자 모두들 일어섰다. 그때 또 베드로 광장에서 "베네딕토, 베네딕토" 하며 환호를 한다. 그 환호는 2분 정도 이어지고, 참례자들은 모두 자리에 일어서서 교황 성하 강론에 경의를 표한다. 미사에서 나는  김 추기경님을 볼 수가 없었지만 내 귀는 추기경님을 만나 뵈었다.

 영성체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성체를 분배하는 신부님이나 수사님들의 수효는 웬만한 본당 신자 수와 맞먹으리라. 우리나라 양 수산나씨가 교황 성하께 직접 영성체를 했다. 신자들의 인사 시간에 쿠바, 알제리아, 앙골라, 이집트 사절단과 인사를 나누었다.

 "뎅그렁 뎅그렁-"

 즉위식이 끝나자 새로운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환호하는 우령찬 종소리가 성 베드로 광장을 맴돌았다. 교황 성하는 흰 무개차를 타고 베드로 광장으로 가서 신자들에게 답례를 하였다.

 아침 9시45분부터 2시40분까지 앉아 있었던 사절단은 단장인 정동채 장관만 교황 성하 알현 장소로 가고 밖으로 나왔다. 성전 밖에는 그야말로 온통 추기경이었다. 우리나라에는 한 분밖에 안 계신데….

 베드로 성전 옆문에서 정 단장과 박의근 단원을 기다리고 있는데, 추기경님이 나오셨다는 기별이 왔다. 성염 대사와 우리 일행은 그쪽으로 올라갔다. 그때 추기경님이 내게 손짓을 하신다고 성염 대사가 일러주었다. 추기경님은 정연정 신부님과 함께 계셨다. 얼른 가까이 가자, "평화방송 위성중계한데?" 하고 물으신다. 그래서 "그럼요" 하고 '열시부터 녹화 중계를 더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하자, "내 목소리 괜찮았어?" 하고 물으셨다. 난 좋았다고 하며, 추기경님이 보이지 않았는데, 목소리를 알아듣고 좋아했다고 하자, 지난번 목소리보다 못한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러자 박의근 사장이 지난번보다 훨씬 좋았다고 한다. 그러자 또 어린이 같이 활짝 웃으셔 지친 우리를 격려하였다. 즉위식 때, 사절단 말석에 앉아 우리의 교세가 이것밖에 안 되나 하고 얘기를 했었는데, 우리 추기경님이 세 번씩이나 나오셔 그런 마음이 모두 가셨다.

 그때 빗방울이 떨어졌다. 어제 예보에 비가 내린다고 하여 걱정을 하며 우산을 준비했었는데, 이제 비가 오니 그 얼마나 고마우신 비인가. 추기경님은 박의근 단원의 딸 다니엘라가 넘겨주는 푸른색 골프 모자를 쓰고 또 활짝 웃으셨다. 김 추기경님이 쓴 모자를 보고 옆에 있던 다른 추기경들도 사제 모자를 쓰기 시작한다.

 우리를 데리러 온 차를 경호원들이 빨리 빼라고 하여 추기경님과 헤어져 차를 타려고 아래쪽으로 내려가 단장을 기다렸다. 그때 정동채 단장이 활짝 웃으며 성전에서 나왔다. "내가 그걸 먼저 김 상무에게 말해야지." '그걸'이란 엊저녁 성염 대사가 베풀어 준 대사관 관저 만찬 자리에서 우리나라 추기경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바로 그 얘기이다. 그 자리에서 성염 대사는 어떤 젊은이가 메일을 보냈는데 교황 선거 때 우리나라 추기경은 투표를 하지 않았는데, 뽑힌 교황이 우리 교황 맞냐는 문의가 왔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추기경님은 "내가 너무 오래 살아 우리나라에 추기경이 나오지 않는지 모르겠다"라며 어두운 얼굴을 하셨다. 성염 대사는 단장님이 내일 교황님을 알현하시거든 꼭 말씀하시라고 하자, 정 단장은 꼭 하겠노라고 했던 것이다. 그때 성염 대사가 아주 좋은 아이디어를 내 놓았다. 우리 교황님은 살레시오를 좋아하시고, 단장님은 살레시오 학교를 나왔으니, 돈보스코 제자란 말을 하고 시작하면 말이 잘 풀릴 거라고 한다.

 교황을 알현한 정 단장은 먼저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를 전하고, 대성전 안에 있는 돈보스코 성인을 가리키며 "제가 저 분의 제자입니다"하고 말하자, 곁에 있던  추기경과 사절단들은 모두 정 단장이 가리키는 곳을 보고 잠시 조용했는데, 그때 "그럼 살레시오 학교 나왔구나"하고 교황 성하가 활짝 웃으며, 정 단장의 두 손을 꼭 잡아 정 단장은 내내 교황 성하 손에 입을 맞추었다고 한다. 정 단장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우리나라를 꼭 방문해 주실 것과 우리나라에 추기경님 좀 꼭 나게 해 달라고 하자, 웃음 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교황 성하께서도 활짝 웃으시며 웃음으로 답했다고 한다. 그러니 이 얼마나 반갑고 즐거운 일이냐?

 성염 대사와 교황청 대사관 직원과 우리 사절단 일행은 오후 2시가 훨씬 넘어 점심을 먹으러 가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교황 성하께서 우리나라를 방문해 주실 것과 우리 추기경을 내어 주실 것을 믿으며….

 수요일 성염 대사가 교황성하를 만나게 되면 24일자 평화신문을 교황 성하께 전달해 주시겠다고 한다. 성염 대사와 그 직원 그리고 이탈리아 대사님과 공사님 그리고 직원 여러분께 그리고 사절단으로 보내준 나라에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