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주의 위험성 역설했던 베네딕토 16세 집전미사 생생"

[Cover Story]
■ 2005년 콘클라베 지켜본 성염 전 교황청 주재대사

 

성염(71) 전 교황청 주재대사(2003~2007년 재임)는 2005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선출되는 과정을 바티칸 현지에서 지켜봤다. 그는 "당시 추기경 단장이던 전 교황은 자신이 집전한 미사에서 (가톨릭만이 진리가 아니라는) 상대주의의 위험성을 열정적으로 역설했다"며 "그것은 일종의 정견발표였고 교황 취임사나 마찬가지였다"고 회상했다.

탈종교화 현상이 심해지는 시점에서 바티칸이 가지는 의미는?

 

 

"경제나 군사 같은 변수만 중요시하는 세상을 향해 인류애 평등 인권 도덕을 말하는 정부가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교황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남북한의 대화와 화해를 강조한다. 중동 문제에서도 아랍과 이스라엘이 교황청을 끼고 대화한다. 교황청이 이처럼 세속 정부가 못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시스티나 성당 굴뚝을 지켜보는 것 아니겠나."

교황선출 과정의 폐쇄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콘클라베가 비밀주의를 고집하는 이유는 과거 교황선출 과정에 지나치게 외압이 개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 견해로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평신도 대표까지 참석한다면 교회 수장으로서의 위상이 더 돋보일 것으로 본다."

베네딕토 16세 교황 8년 치세의 공과를 평가한다면.

"종교간 대화와 평화공존보다 가톨릭만이 유일 진리라는 점을 강조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지나치게 보수적 인사들을 주교에 임명했다. 또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미사에서 라틴어가 아닌 자국 언어를 쓰도록 했는데, 베네딕토 16세는 라틴어 미사를 해도 된다고 되돌렸다. 한 마디로 진보를 인정하는 노력이 미흡했다. 그러나 전임자의 뜻을 계승해 사회회칙(교황이 사회ㆍ경제적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발표한 것은 긍정적이다."

누가 교황이 되느냐에 따라 가톨릭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나?

"요한 바오로 2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어떻게 400만명의 문상객이 모였는지 생각해 보자. 교황이 생전 마녀재판, 십자군 원정 등 교회의 과거사를 정리했고, 한편으로 사회회칙을 통해 지속적으로 세상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교황은 회칙을 내면서 가톨릭 교회 전체가 나아갈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한다. 교황이 방향을 잡으면 주교가 따르고, 사제가 따르고, 평신도가 따른다. 누가 교황이 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