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염의 내 인생의 책] (경향신문 2016.8.24)

(3) 제정론 | 단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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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종교인의 정치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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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톨릭에서 정치적 ‘표적’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다. 그 일원인 박창신 신부는 3년 전, “NLL은 유엔군 사령관이 우리 쪽에서 북한으로 못 가게 잠시 그어놓은 것이다. 휴전협정에도 없다”는 발언(국제법상 맞는 말이다)을 했다. 그러자 대통령이 나서 정치공세를 펴고, 보수언론들은 ‘종북좌파’라고 몰아세웠다.

그런데 종교인의 정치 발언 문제를 700년 전에 깔끔하게 해결한 책이 있다. <신곡>으로 유명한 단테가 쓴 <제정론>이라는 짤막한 라틴어 작품이다. 로마 교황과 신성로마 황제가 ‘서임권 논쟁’으로 갈등을 빚을 때 토마스 아퀴나스는 인간은 영원한 구원을 최종 목적으로 삼기에 그 구원을 관장(?)하는 교황이 황제보다 우월하다고 했다. 심지어 교황이 지상에서 속권과 교권을 다 장악하지만, 속권은 황제에게 위임한다는 억지까지 나왔다. 이때 단테는 인간이 현세 행복과 영원한 구원을 둘 다 바라므로 ‘두 개의 최종 목적’을 갖고, 각각을 관장하는 속권(황제)과 교권(교황)이 동등하게 신에게서 유래한다는 정교분리론을 확립했다. 다만 교회의 비판과 조언을 받음으로써 정치는 “세상을 보다 힘차게 비출 수 있을 것”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제정론>은 교황청 ‘금서목록’에 올랐지만, 1965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단테의 이론을 가톨릭교회의 공식 입장으로 채택했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기득권의 성직자들로부터 ‘거짓 예언자’라고, 극우 신도들로부터 ‘종북좌빨’이라고 욕먹던 그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식 선언을 했다. “어느 누구도 종교가 사회적·국가적 삶에 영향을 끼치지 말고,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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