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 川 齋
林 步
휴천재는 경남 함양군 휴천면 문정리에 자리한 아담한 이층 양옥이다 법화산 중턱에 좌우로 무성한 송림을 끼고 앉아 지리산의 첩첩한 산맥들을 건너다보고 있다 상추 고추 들깨 콩 호박 더덕 감자 옥수수... 배 사과 감 대추들이 주렁주렁 커가는 텃밭 낮이면 꿀벌들이 잉잉대며 날아다니는 길을 밤이면 천만의 뭇 별들이 또한 그렇게 난다 아래층엔 꿀벌과 염소를 기르는 젊은 내외가 살고 위층엔 별을 보며 환경운동을 하는 중년 부부가 지낸다 아래층의 주인은 이태리 유학을 마친 인텔리 농부 위층의 주인은 서울의 한 대학 철학과 교수다 휴천재(休川齋) 집앞에 흐르는 시냇물도 잠시 쉬었다 가는 집 개미 매미 개구리 잠자리 다람쥐 노루 질경이 쑥 머루 칡 인동덩굴들이 어우러져 세운 자연 공화국 한 편에 잠시 땅을 빌어 그 집의 주인들도 이들과 함께 뒹굴며 살아간다. * 윗층의 철학과 교수는 성염(成稔), 아래층의 인텔리 농부는 정용우(鄭龍佑)씨다 임보 시인이 휴천재에 사는 사람들에게 건네준 가르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