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국제신문 임은정 기자 인터뷰

(2008.9.3)

 

1)98일 강의하실 대략적인 내용을 정리해 주시면 합니다.

 

가톨릭교회는 1900년대에 그리스도교 신앙의 사회적 차원을 심도있게 연구하고 공의회, 교황, 주교시노드, 교황청 기구의 공식문서로 정리하였습니다. 가톨릭신자들은 '사회교리'(社會敎理)라고 부릅니다. 최근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가 <간추린 사회교리>라는 책자로 정리하였고 우리말로 옮겨져 읽히고 있습니다. 현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자기 교황직의 기조문서라고 할 첫 회칙(回勅) <하느님은 사랑이시다>(2006)에서 사회교리는 가톨릭신자의 '사회적 차원의 사랑'이므로 반드시 실천에 옮겨야 올바른 가톨릭신자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2)대사님의 강의내용이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으면 하시는지요.

 

종교와 신앙이 신도들의 개인적 정신적 위안과 구원으로 그치고 무수한 국가와 국제사회의 산적한 사회정치적 현안문제는 신앙 밖의 세속사로 간주된다면, 비신앙인들의 눈에 종교는 폐쇄되고 무익한 게토집단으로 보일 것입니다. '인류의 구원', '중생제도', '치국평천하'의 가르침이 대종교창설자들의 가르침이었다면 사회문제를 외면하는 신앙인들의 행태는 사랑의 폭'이 아주 옹졸한 종교적 집단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학과 현안문제와 국가적 국제적 정의의 원리 등을 12억 가톨릭 교회가 정리하고 종합하였다면 '선의를 품은모든 시민사회가 존중하고 일독하고 실행에 옮겨볼만하다고 여깁니다.

3)수 년 간 한국을 떠나 계셨을 텐데(몇 년부터 몇 년까지 교황청대사로 계셨는지도 명기

해 주시면 합니다), 떠나실 당시와 지금 신자들의 신심이나 신앙생활은 어느 정도라고 보시는지

 

저는 20036월부터 20079월까지 주교황청 한국대사로 근무하였습니다. 정국이나 정권에 따라서 신자들의 자세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정부와 참여정부시절에 돋보이던 사회의 약자층에 대한 배려, 부의 공정한 분배, 대북한 유화정책은 그 자체가 종교 신앙과 부합되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는데 최근 우리 사회는 거기서 방향을 전환한 것 같아 교황청 인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을 것입니다.

 

4)한국 가톨릭 신자들과 가톨릭 본산인 로마(또는 유럽) 신자들과의 차이점이 있다면(믿음의 깊이나, 형식이나 등에서)

 

2천년의 토양을 가진 로마와 유럽의 신앙인들과 2백년 역사의 한국교회가 신앙의 깊이에서 차이 남은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국가톨릭도 100년에 걸친 박해를 견디며 무수한 순교자를 냈고, 신구교를 막론하고 교육과 자선, 의료 등으로 사회적 공헌이 컸으며, 특히 민주와 인권, 통일과 분배 등을 선도한 공적도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인구 3퍼센트가 크리스천인 아시아에서 신구교가 합쳐 30퍼센트가 넘는 우리네 선교 현황은 괄목할 만한 것이고 또 그만큼 사회적 책임도 중하다고 봅니다. 현정부 장차관 절반이 신구교 신도라는 사실 때문에도 더 그렇습니다.

 

 

5)지금 대한민국은 현 정부의 불교폄하 문제에 따른 불자들의 항의집회 등으로 종교갈등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이 양상을 어떻게 보시는지,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요

 

제가 교황청 인사들에게 늘 자랑하던 것이, 한국에는 그리스도교의 구교와 신교, 불교와 유교가 평화스럽게 공존하고 정의와 민주, 인권과 민족화해의 견인차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에 개신교 일부 인사들의 극단적이고 적대적인 발언들이 한국사회에 마치 종교전쟁을 유발하고 있는듯하여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 합니다.

6)가톨릭이 한국에서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기울여져야 할지요

개인 신앙의 차원에서 윤리적으로 조용하고 모범적인 신앙생활이 우선되어야겠지요. 그렇지만 역시 사회적 역사적 공헌이 현대인이 바라는 종교인의 본분이라고 여깁니다. 예수님도 자기 제자들이 '세상의 소금', '등잔위에 올려진 등불'이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