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선생님.

 

1.

먼저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전남대학교에서 서양근대철학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생 추교준이라고 합니다.

동학들과 스터디를 하면서 모르는 것이 나올때 마다,  이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HANNA, 하하라는 닉네임을 쓰는 친구들이 모두 같이 공부하는 동학들입니다.) 

 

2.

방학때는 신학대전 3부를 읽다가, 개강하고 나서는 1부로 돌아와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스터디 때, 해석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기에, 저희가 공부하는 게시판에 올렸던 글입니다. 

아래에 붙여두었으니,  읽어봐주시고 조언을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3. 라틴어 substo-substantia, subsisto-subsistens의 미묘한 차이를 알고 싶습니다. 1부 75문 들어가며 검토해야할 문제들이 나열되는 부분에 나오는 표현들입니다.

처음에 저희들은 이걸들을 모두 '실체'로 뭉뚱그려 이해를 했다가, substo는 밑에 서있다. 버티다, subsisto는 정지하다, 머물다, 존재하다, 버티다, 생존하다라는 뜻이어서 그 둘을 동일한 뜻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substantia는  substo에서 파생되었고, subsistens는 subsisto 현재분사형으로 알고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가르쳐주시길 바랍니다.

 

 

<철학의 전선>에 올렸던 글 ====================

 

라틴어 신학대전 1부 75문제 읽기 시작했는데요. 마지막에 해석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다른 분들도 시간이 되신다면 글을 곱씹어 주시길 바랍니다.

 

Ad primum sic proceditur. Videtur quod anima sit corpus. Anima enim est motor corporis. Non autem est movens non motum. Tum quia videtur quod nihil possit movere nisi moveatur, quia nihil dat alteri quod non habet, sicut quod non est calidum non calefacit. Tum quia, si aliquid est movens non motum, causat motum sempiternum et eodem modo se habentem, ut probatur in VIII Physic., quod non apparet in motu animalis, qui est ab anima. Ergo anima est movens motum. Sed omne movens motum est corpus. Ergo anima est corpus.

 

이 부분에 대한 저의 해석:

첫 번째 것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이 언급된다. 영혼은 육체인 듯 여겨진다. 왜냐하면 영혼은 육체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운동이 아니다. 왜냐하면 움직여지지 않고서 다른 어떤 것도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여겨질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마치 뜨거움이 없는 것이 [다른 것을] 따뜻하게 하지 않듯이,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을 다른 것에게 주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우는 만일 어떤 것이 [자신은] 움직이지 않는 운동이라면, 이는 자연학 8권에서 입증되는바, 영혼으로부터 비롯되는 동물의 운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그러한 지속적인 운동, 그리고 동일한 방식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운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혼은 움직이는 운동이다. 그러나 모든 움직이는 운동은 육체이다. 그러므로 영혼은 육체인 것이다.

 

 

HANNA씨와 제가 해석에서 갈라진 부분은 원문의 두 번째 줄 “Non autem est movens non motum.” 문장이었습니다.

 

HANNA씨는 이 문장에서 motum을 주어로 보았고, 문장 성분으로는 moveo의 수동 분사 완료 형태로 보았으며. <움직여지지 않고서(non motum)는 [다른 것을] 움직일 수 없다(non movens)> 라고 이해했습니다.

 

저의 경우는 motum을 명사(motus의 4격)로 보았으며,

중립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non movens)은 운동이 아니다.(non motum)으로 봤습니다.

 

 

HANNA씨의 경우는 위의 문장 다음에 “quia videtur quod nihil possit movere nisi moveatur” 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이때 moveatur가 수동이기 때문에, 앞의 문장에서도 수동형이 주어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고 봤었고요. 두 번째 부동의 원동자 부분에서도 움직여지지 않는 것이 어떤 것을 움직인다면 si aliquid est movens non motum, 이라고 하여 motum을 주어로 본 것입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 motus가 아니라 movens를 주어로 본 이유는,

첫째로, 한 문단 안에서 motum이라는 단어의 문장 성분이 여러 가지로 쓰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HANNA씨의 방식으로 윗부분에서는 ‘움직여짐’이라는 수동완료분사로 쓰였다가, 또 몇 줄 아래에서는 ‘운동’이라는 명사로 쓰인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용어의 형식과 내용을 일관되게 쓰지 않았을까요?

 

둘째로, movens라는 분사가 ‘현재 능동형’이라고 하여, 운동을 ‘스스로, 자립적으로’ 일으킨다는 강한 능동의 의미로 볼 이유는 없는 듯해서입니다. 내용상 아리스토텔레스의 운동 개념을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있다면, 이 글 안에서 일반적인 의미의 운동이란 ‘어떤 목적을 향해 자신을 움직이는 운동’ 인 것입니다. 그리하여 movens는 ‘어떤 목적을 향해 자신을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해석은 반복되어 나오는 ‘movens motum’라는 용어를 이해하는데 더 적합해 보입니다. 다시 말해, 다음의 문장들을 일관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si aliquid est movens non motum, 어떤 것이 움직이는 운동이 아니라면,

Ergo anima est movens motum. 영혼은 움직이는 운동이다.

Sed omne movens motum est corpus. 그러나 모든 움직이는 운동은 육체이다.

 

제가 이해한대로 보자면, movens는 문법적으로는 ‘능동’이지만, 이 글의 맥락에서는 우리 눈앞에 있는 움직이는 것이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운동개념에 비추어 보았을 때, ‘어떤 목적을 향해 자신을 움직이는 운동’인 것입니다. 그것을, 목적에 정향되어 있다는 의미에서는 수동이겠지만 자신이 존재의 위계의 아래에 있는 것을 움직인다는 점에서는 또 능동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하여 내용상으로는 moveatur라는 수동의 표현도 movens에 포함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렇듯 movens를 넓은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더욱 적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내용적으로 HANNA씨와 제가 이야기 하는 것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나 그 내용을 담는 문법의 해석, motum이 주어냐 아니면 movens가 주어냐는 좁혀지지 않아서 다른 분들께 글을 올리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로 검토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