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교구) "빛고을" 1974.7.28    

 

    초록의 개구리

 

                                   어느 젊은 아내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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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B.

 

"N.는 비오는 날이면 무슨 생각을 하지?"

 

언젠가 당신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주 낡은 고가 이끼낀 연못에 커어단 연잎 위에 앉아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사색의 눈을 껌뻑이고 있는

초록의 개구리를 생각합니다."

 

그건 내가 정다운 "그린게이블"에 살며

철없이 부풀어오르기만 했던 행복한 시절의 대답이었습니다.

 

지금 나는 아가를 안고 비오는 창가에 앉았습니다. 

-사색의 커어단 눈을 껌벅이는 초록의 개구리-

아가는 나를  봅니다.

까맣고 맑은 눈을 반짝거리며...

 

그 눈에 내리는 비는 없지만

아직도 나는 지난 날들의 기억을

그 눈동자에서 읽어냅니다.

행복했던 "그린게이블"의 날들...

 

B.,

주님께 감사합니다.

또한 당신께도.

끝없이 사랑할 수 있었으면...

주님의 전에서까지 서로 사랑하게 해 주십사 기도합니다.

 

오늘 오후 당신 사무실에 놀러가기로 약속하고는

비가 내려 아가 때문에 못 가고 보고파 글을 씁니다.

 

아빠가 배고파 돌아오시면 맛있게 드시도록

어서 저녁을 서둘러야 할 시각에...

 

당신의 N.

 

1974.7.00

 

*보스코의 낡은 파일에서  1974년 7월 28일자 

광주 "빛고을"(제6호)을 찾아냈고

"젊음의 창가에"라는 난에서

낯익은 글을 보았다.

 

"그린게이블"은 내 친정집 이름

그때 내 품에 안긴 "초록의 개구리"는  갓 돐을 지난 빵기

(지금은 나이 마흔의 애아범).

('초록개구리'의 유래는 내 일기 2010.3.9일 꼭지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11711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