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치주간에 만난 사람-성염 전순란씨 부부"     [이연숙 기자]

'따로 똑같이' 하느님께로 나아가


서로의 종교 인정하고 존중...갈등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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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다르지만 서로 배우자의 종교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열려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성염·전순란씨 부부.
서강대 철학과 성염(60, 요한보스코) 교수와 전순란(51)씨 부부는 종교가 다르다. 남편 성 교수는 가톨릭, 부인 전씨는 개신교다. 그러나 서로 배우자의 종교를 인정하고 존중하기 때문에 결혼생활 30년동안 종교로 인해 갈등한 적은 없다.

“뭣보다 부부 사랑이 중요하지요. 인간의 사랑이 하느님께 가는 사랑의 길이 아닙니까. 그 사랑 안에서 움직이면 하느님께 함께 도달할 수 있지 않겠어요.”

가톨릭남편 개신교 아내
둘 다 신학을 전공했다. 성 교수는 가톨릭대와 광주가톨릭대를 거쳐 로마 교황청 살레시오 대학을 졸업했고, 전씨는 한국신학대를 졸업했다. 부부는 두 종교의 차이점을 알고 있어서 그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같은 점을 찾아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부인 전씨는 주일에는 남편과 함께 성당에 자주 나가는 편이다. 주일미사에서 말씀의 전례를 예배로 대신하면서 성찬의 전례 때는 갈라진 교회의 아픔을 생각하며 교회 일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남편도 때로 아내와 같이 교회에 나가 예배에 참여, 말씀을 전례를 대신하기도 한다.

부인은 남편을 통해 신부·수녀·가톨릭 신자들을, 남편은 부인을 통해 목사와 개신교 신자들을 많이 만나면서 인간적 친분을 쌓고 종파를 떠나 사회 활동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가깝게 지내던 신부·수녀로부터 어느날 느닷없이 “이제 가톨릭으로 오면 어떻겠느냐”는 소리를 들을 땐 전씨는 오히려 거리감을 느끼고 혼돈마저 일어난다고 했다.  

두 아들은 가톨릭 신자다. 부부는 관면혼배를 받으면서 자녀를 가톨릭 신자로 양육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부모의 다른 종교가 아이들에겐 타종교에 대한 존중과 개방성을 키워 주었다.

올 2월 서강대 국제대학원을 졸업하는 큰아들 성하은(29, 마르첼리노, 애칭 빵기)씨가 중학교 시절 견진교리를 받을 때의 일이다. “엄마 혼자 개신교 신자이니 아이가 상처받지 않겠느냐”며 본당 신부가 전씨에게 개종할 것을 내비치자 아들은 오히려 개신교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어른스럽게 대답했다.

하은씨는 “부모님을 통해 종교의 다양성을 배우고 종교 교조주의보다 선함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느꼈다”며 “그 어떤 가톨릭 신자 부부보다 더 일치하고 살아가는 부모님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둘째 하윤(24, 도미니코 사비오, 애칭 빵고)씨는 현재 살레시오회 수도자다.

부부의 삶과 신앙은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열려 있고, 소박하고 검소하다. 서울 우이동 집을 첫 집이자 마지막 집으로 여기며 26년간 가꾸고 고치며 살고 있는 것도 집이나 땅이 재산증식 수단이 될 수 없다는 부부의 가치관 때문이다.

이 집에는 사람들이 발길이 잦을 뿐 아니라 집이 비어 있으면 열쇠 두는 곳을 알고 있는 이웃이 문을 따고 들어와 밥과 김치를 가져갈 정도다. ‘성염 전순란 빵기 빵고’라는 문패에서 ‘평등가정’ ‘평등부부’로 알려진 이들 가정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사회활동에도 적극참여
부부는 북한산 도봉산 생명평화 시민연대 대표로 지역의 환경문제에도 열심이다. 동네에 부모 이혼 등으로 어려운 아이가 있으면 데려와 밥 먹이고 씻겨서 보내는 일도 자연스럽다. 구티에레즈의 「해방신학」을 비롯한 사회 참여적 책들을 다수 번역했고 점잖은 교회 인사들의 귀에 껄끄러운 소리를 곧잘 하는 글을 쓰는 성 교수에 비해 전씨가 더 행동적이다.

우리밀살리기운동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기지촌 여성들을 위한 활동과 가정폭력 피해 여성 등 소외된 이들을 위한 활동도 하고 있다. 성모 마리아의 위상을 존중하고 있는 여신학자협의회의 재정부장이기도 하다.

부제품을 앞두고 만난 전씨에게 첫 눈에 반해 결혼한 성 교수는 서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이룬 사랑이었기에 오늘 저녁도 변함없이 아내와 같이 성모님께 감사의 묵주기도를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