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040.jpg                  

                                               

                                "늦게사 당신을 사랑했나이다"


                                     나의 아내 전순란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기에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덤불 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
  그 길의 보이는 끝까지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다른 쪽 길을 택했다.
  먼저 길과 같이 아름답고 어쩌면 더 나은 듯싶었지...

 

나를 아는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나보다 더 반기고 늘상 나보다 더 사랑해 주는 사람이 나의 아내(빵기 엄마)다. 성모님은 교회의 품에서 나를 고이 길러주시고는 설흔이 넘어서도 마음이 헛헛해하는 내게 갈 길을 돌리시고는 이 짝을 맺어주셨다는 것이 지금도 내 믿음이다.

눈 녹을 적 수선화처럼 노란 옷을 입고 나타나 첫눈에 반하게 만들었던 처녀는 자기의 결혼을 한 주일 앞두고 집을 뛰쳐나와 내게로 왔다. 서로 많은 것을 포기하고서 이룬 사랑이었기 때문인지 우리는 내내 행복하였고 지금도 그러하여 둘을 맺어주신 성모님께 저녁마다 감사의 로사리오를 바친다.

오, 진리여, “늦게야 님을 사랑했습니다(sero te amavi). 이렇듯 오랜, 이렇듯 새로운 아름다움이시여, 늦게야 당신을 사랑했습니다!"(고백록 10.27).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이 영원한 진리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에게서 발견하고 죽을 때까지 되내던 철학적 유언이다.

그런데 불손하게도 우리 부부는 날이면 날마다 서로에게 성인의 말을 흉내낸다. “늦게사 당신을 사랑했어요! 우리가 만나지 못했더라면, 우리가 맺어지지 못했더라면 얼마나 암담했을까요!” 우리의 혼인이 아직 서른해밖에 못되어 이토록 철이 없는 것일까? (하기사 내 동료 교수의 부인은 자기 친구들에게 내 아내 얘기를 들려주고 “다시 태어나도 제 남편과 사랑하겠다는 미친 여자가 있더라구.”하며 웃었노라는 말을 전해들었다.)

아기의 걸음마를 아빠가 따라가는지, 아빠의 손가락을 잡고 아기가 길을 가는지 모르겠지만 주님은 두 갈래 길에 다 계셨다, 적어도 나의 인생에서는. 물론 내가 걸어보지 못한 길이기에 저녁기도에서 내가 아는 사제들 모두를 위한 기도가 빠지는 일이 없다. 은사들, 동창들, 교회의 대사회활동(주로 바깥쪽이지만)을 함께 하는 사제들, 교회신문에 부고가 나는 사제들을 위하여...

작은 아들 빵고가 군복무를 마치고 정월에 살레시오수도회 수련을 시작하였다. 주님께는 천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년 같아서 한 세대쯤 사람을 기다려주시는 게 대수롭지 않으신가 보다. 그래서도 아이를 위하여 기도하는 손이 밤마다 더욱 간절히 모두어진다.

 

 [경향잡지 2002년 2월호에 실린 글을 조금 다듬었음]

 

 

 

  

  보스코의 포토샵 첫 작품 (2009.12.29 김용애 수녀님께 배우다)

 Nani-01%20jpg.jpg

 

 

 

   전순란20.jpg

 

  

                           IMG_4915.jpg

 

 

    전순란15.jpg  

 

     P091006011.jpg

 

임수근 선생 촬영(2009.12) 편집 

IMG_4047[2].jpg

IMG_3608.jpg

대상을 찾을 수 없습니다.
대상을 찾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