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6일 목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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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강 따라 송전길로 산보를 가는데, 내가 보기에도 수령이 100살은 넘었을 소나무가 사지가 절단되어 겨우 몸통 일부만 칭칭 싸매져 기다란 트레일러에 실려 끌려가고 있다. 20여년 전 도정 올라가는 길, 한의사 선생댁 언덕 비탈에 한 200년 된 적송 너댓 그루가 휴천강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런데 군에서 도정길을 포장하며 그 소나무들 치워야 할 어떤 이유도 없었는데, 그 소나무를 모두 파서 실어가 버렸다. 한의원 원장님이 그 소나무를 무던히 아끼셨는데, 그분은 돌아가시고 가족들은 집을 비워두고 모두 대전에 있었기에, 아무런 항의도 못하고 당하고 난 뒤엔 그 나무들이 어찌 되었는지 누구도 모르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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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마을 최선생 말로는, 오늘 그 소나무는 세동 어느 집 묘소에 있던 나무로서 백여 만 원에 팔렸고, 군청 산림녹지과에 문의하니 허가를 받았다는 연락만 받았단다. 저렇게 실려나가는 노송과의 이별을 속수무책 바라보아야만 했다.


내가 이렇게 소나무에 집착하는 건 서울 우이동 솔밭공원에 자라던 소나무를 누군가 인위적으로 죽이면서부터였다. 건영개발이 그 땅을 구입했고, 거기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소문이 돌았다. 내 친구 김말람씨랑 그것을 막으려고 미친 듯 뛰어다녔다. 그때는 중앙일보도 신문다웠으므로 사건을 크게 다뤄주었고 MBC, SBS에서도 심층취재에 협조해 주었다. 고건총리를 만나 담판하여 서울시에서 매입하여 시민공원으로 만들어 달라 했는데, 다행히 그분이 결단을 내려 지금까지 우이동 솔밭공원으로 살아남았다. 그곳에서 산책하는 사람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배드민턴을 치는 중년의 아저씨들, 벤취마다 앉아서 담소하는 여인들을 볼 때마다 늘 마음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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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마음 바른 정치인들이라면 국민을 위해 자기가 무엇인가를 해서 조금이라도 사람들이 더 행복해진 모습을 보면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것이다. 요즘이 정치시즌이라 정치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국민들에게 유난히 크게 다가온다. 그런데 그가 정치인이기 이전에 무엇을 했는가가 그의 정책에 커단란 영향을 미친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유난히 국짐당 선대위는 온통 검찰들로 차 있다는 인상을 준다. 지난 몇 달 얼마나 사고와 실언을 반복했으면 윤석렬더러 김종인은 선대위원장이 연기만하라, 내가 시키는대로!’라는 말을 했고, 당대표 이준석은 숙제 줄 테니 숙제 잘 하라!’고 비아냥거렸을까?


퍼온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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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산보는 보스코가 매일 송전 쪽으로만 가니 심심하다고 반대 방향 운서 쪽으로 가잔다. 그리로 가면 '바나실' 미자씨네도 있고 산 위에는 대충씨네 타운도 있어 곶감 손질하는 것도 볼 수 있다. 더구나 운서에는 '석불좌상'도 있다는데 소문만 듣던 차라 찾아보기로 했다.


가리점 마을 대충씨네 공장 뒷편에 석불좌상이 있었다. 부처님 머리는 잘려 없어졌고 두 손은 빠져나가고 없었다. 좌대도 없이 연꽃잎 광배 앞에 남아 있는 부처님 좌상이 참 안쓰러워 머리라도 만들어 붙였으면 좋겠다. 신라 말기의 부처님상이라는데... 그 산골에는 가례사라는 절이 있었고 지금도 우물터가 있는 것으로 보아 가리점이라는 동네 이름도 그 절에서 유래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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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아나네에 들려 차 한잔을 대접 받고 말린 곶감도 선물 받았다. 우체국택배 아저씨가 택배를 한 짐 실어가는데, 택배라는 편리한 운송수단이 있어 이 산속에서도 물류사업이 가능하게 되었으니 그 가족이 입산하던 2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돌아오는 길에 태평씨네도 잠깐 들려 새해 인사를 나누고 수정과를 얻어마셨다. 해가 기울어 가는 시간, 마스크 얌전히 하고 마파람을 맞으며 로사리오를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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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들어서니 리디아 아줌마를 비롯하여 동네 아짐들이 약속이나 한 듯 고추대를 지팡이 삼아 마을길을 한 바퀴 돌고 있다. 작년에 상처한 허영감도 모처럼 지팡이를 짚고 산보를 다녀오는 중이었다.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는 구호가 문정마을에도 들어온 것 같다. 내가 기필코 보스코를 산보길에 떠밀며 걸리는 까닭도 이 구호 때문이다. 더구나 여든 나이에 하루 10시간 이상 책상에 앉아 있는 사람이다. 


고양이 가족이 뭘 먹고 사는지는 모르지만 늘 휴천재에 올라와서 감동부근에 새끼를 낳는다. 언제부턴가 동네에 들어온 떠돌이개가 새끼를 여섯 마리나 낳았는데 오늘 보니 새끼들은 '개파쇼!'에게 붙잡혀가고 없어 어미개가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새끼들을 찾는 애달픈 광경이 보는 사람을 마음 아프게 한다. 마을에 닭도 소도 돼지도 기르는 곳이 없어 인간이 모든 것을 독차지하고 나니 짐승들은 갈곳도 먹을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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