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일 일요일, 맑음이라 못하게 황사


호랑이해가 밝았다. 주변의 많은 호랑이들이 어흥~ 큰소리를 내지르며 새해를 향해 튀어 오른다. 나도 큰아들 빵기도 작은손주 시우도 호랑이다. 한 집안에 호랑이가 세마리(할미와 손주는 백호)여러 지인들이 해돋이 사진을 보내며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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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여러 선거가 있고 나라에도 내게도 중요한 시간이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기에 독야청청 혼자만 고고하여 물과 공기만 마시고 살 수는 없다. 네플릭스에서 돈 룩 업(DON'T LOOK UP: 위를 보지마라!)”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는 어느 우주연구소에서 인턴을 하다가 담당교수 랜들 박사와 태양 궤도의 혜성 하나가 지구와 충돌하는 궤도에 들어섰다는 엄청난 사실을 알아낸다.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를 이 불편한 사실을 두고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천문학계, 백악관, 방송 매스컴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알린다. 그러나 매스컴은 진실을 외면하고 왜곡하면서 이 이야기를 흥미로운 얘깃거리로 삼고, 정치가는 자기 정치에 미칠 선거 영향에만 관심을 갖고, 재벌은 지구와의 충돌을 피하게 그 혜성을 파괴하려 보낸 인공위성의 진로를 돌려, 혜성이 지구에 떨어진 뒤 그 위성에서 희귀석을 얻어내어 돈 벌 궁리만 한다


한겨레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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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올려다 보지 마라!” 전세계 비양심적인 정치가와 파렴치한 재벌, 진실을 전하지 않는 매스콤이 합작하여 이 표어로 인류를 현혹하여 지구를 파멸로 이끈다는 줄거리다우리나라에도 이런 정치인, 돈이 전부인 재벌과 거짓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확대재생산하는 언론이 나라를 병들게 한다. 나는 이 셋 중 제일 나쁜 부류가 언론인들임을 지난 60년간 뼈저리게 느꼈다. ‘하나뿐인 지구니까 인류가 생존할 유일한 지구를 지켜야 하고, 하나뿐인 조국 한반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한겨레 특히 젊은이들의 정치의식을 좀비처럼 병들게 하는 기레기들에게 경멸과 증오가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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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엌에서 뭔가 끊임없이 하고, 간간이 진이네에 음식을 나눠주니까, 그 집 손주 한빈이도 자기네도 뭔가 맛있는걸 하면 나눠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나 보다. 오늘 우리 부엌에 와서는 이층 할머니, 우리 할머니가 맛있는 잡채를 하는데 얼마나 맛있는지 냄새도 맡고 한 그릇 가져가세요.” 라고 초청했다. 남과 나누는 일은, 말 아닌 행동으로, 어려서부터 가르쳐지는 법. 가치관은 철들어 공부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고 어려서 부모 형제에게서 보고 배우며 스폰지처럼 피부로 익혀야 한다. 그래서 아이를 보면 부모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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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11일은 가톨릭에서 천주의 모친 마리아 대축일로 서구에서는 의무 축일이 아닌데, 한국에서는 (미사 참례가 신자들의 의무인) 축일이다. 그간 3년간 함양성당에 오셔서 따뜻한 사목을 하신 신신부님이 진주 가좌성당으로 전임 가신다 해서 작별인사도 할 겸 읍내 성당에 갔다. 오랜 양성을 받고 서품되는 사제들이지만 본당 공동체를 흩어버리는 미숙한 인격이 있는가 하면 '일치의 중심'이 되는 성숙한 분들이 있다. 그래서 고약한 전임신부 뒤에 오는 분은 소위 전임복(前任福)’이 있다고들 하며 조금만 잘하면 칭송을 받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돈다. 이번 주임 신부님은 모든 교우가 작별을 아쉬워할 만큼 훌륭히 사목을 하셨다. 어느 본당에 가서도 교우들에게 사랑을 받으실 게다.


목사 한 분을 모셔오면, 별 하자가 없는 한, 수십 년 묵는 개신교 분위기에서 자라난 나로서는 낯이 익을 만하면 떠나가는 사목자에 아쉬움이 컸었는데, 50년을 지내고 보니 아무리 좋아도 사람이든 자리든 영원히 마음을 둘 곳은 아니라는 깨우침을 주는 대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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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모님이 친한 주교님이 위독하다셔서 찾아가셨단다. “주교님, 100세 시대에 94세밖에 안 사셨으니 100세까지는 사셔야죠!”라는 덕담을 드렸단다. 어제 오전에만도 다섯 번이나 전화를 하셔서 똑같은 새해 인사를 거듭하실 만큼 성치 않으시지만 그날의 덕담에는 수녀, 그런 말 하지마. 천국이 얼마나 좋은 곳인데 나더러 자꾸 가지 말라고 하는 걸 보니 수녀가 신앙심이 없군.” 하고 나무라시더란다. 아름답고 행복한 영원한 세계가 저편에 기다린다는 희망이 있다면, 내가 떠나야 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앞서 보낸다 해도 좀 덜 슬프리라. 작년 내 삶의 뿌리인 엄마를 보내드렸고, 이모도 따라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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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월 첫주일, '주님 공현(公顯) 대축일'(동방박사 다녀간 날)이어서 산청 임신부님이 공소에 오셔서 임인년 첫 미사를 드리고 미루네랑 휴천재에서 새해 조찬을 가졌다. 저 넓은 우주보다 더 크신 하느님의 눈에는 티끌 만도 못할 우리가 우주만큼 사랑스럽다니 미사 중에 내 일기를 읽어주는 독자들을 위해 드리는 기도에서 그분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모든 것이 은총일 뿐더러(Tout est grace!)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만큼 소중한 은총 또한 없으니까.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7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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