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31일 화요일. 맑음


[크기변환]IMG_9435.JPG


후두둑 후두둑.’ 반가움에 눈을 번쩍 뜬다. 얼마나 기다리던 빗소리던가! 산책을 조금 다녀와도 온 세상이 펄펄 살아있는 먼지로 가득해 바짓가랑이마다 허연 먼지가 따라온다. 그러니 얼마나 기다리던 봄비인가. 텃밭을 갈아 이랑을 만들어 멀칭을 하려 해도 비가 좀 내려 흙이 촉촉해야지 거름도 썩고 감자를 심어도 싹을 틔울 텐데... 커튼을 열고 뜰을 내다보니 하느님도 빗방울을 하나씩 세어 내려보내시는지 일 분에 한 방울씩떨어진다는 기분이 든다.


[크기변환]IMG_9419.JPG


[크기변환]IMG_9407.JPG


푸석푸석한 땅이 막 젖으려는 참인데, 매화 가지 끝 매화 몇 송이가 긴 겨울잠을 깨고 눈을 비비는 참에 비는 멈췄다. 그래도 꽃을 터트려주었으니 그게 얼마냐! 마루에도 긴기아난이 머리가 아찔할 정도로 향기 짙게 꽃들을 피웠고, 두어 달 뜸을 들이던 양란이 화려하게 꽃봉우리를 터뜨렸다. 봄은 봄이다. 보스코 서재 창밖의 가문비나무에도 갖가지 새들이 봄철을 맞아 분주히 오가며 특히 작디작은 딱새들이 각기 다른 차림으로 뽐을 낸다. 


[크기변환]IMG_9413.JPG


IMG_9410.JPG


어제 월요일, 모처럼 바람이 자고 날씨가 따뜻해서 송전 쪽으로 산책을 나섰다. 바람이 많이 불면 바람을 등지고 산굽이가 감싸주는 운서 쪽으로 걷는데, 길가에 있는 자연의 향기’, ‘청정낙원등 이름이 그럴듯한 팬션들이 개장휴업중이다. 바람에 간판이 날아가고 페인트는 벗겨져 주인들 심정만큼이나 스산하다. 돈이 있어 땅을 사고서도 내 눈에도 얍삽해 보이는 건축인데다 둘레길오가는 사람도 없으니 속수무책으로 닫아버렸다. 집주인들 나이가 70이 넘었으니 우리 같으면 집 지을 돈으로 여행이나 다니며 놀고먹을 터인데....


이해하기 힘든 건 그뿐만 아니다. 한길가 주유소 안집이 식당을 열어 그래도 농번기나 공사장 인부들이 점심이라도 먹곤 했는데 아들이 도회지에서 돌아와 카페를 한다고 식당을 닫고 리모델링을 했다. 거기서 몇십 미터 떨어진 강변에 누군가 또 집을 짓는다. 외지에 살던 뉘 집 아들인가 부모 임야 팔아 카페를 차린다는 소문에 혀를 차게 된다동네 아짐들이 커피 마시러 찾아갈 리도 없고, 도시마다 한 집 건너 카페인데 지나다니는 차량도 많지 않은 시골에서 마을마다 새로 단장한 카페가 들어서는 중이어서 장사가 될지 걱정된다


[크기변환]IMG_9404.JPG


[크기변환]IMG_9459.JPG


[크기변환]IMG_9449.JPG


오늘이 기미년 31일을 회상하는 삼일절. 얼마 전 TV토론에서 윤석렬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들어와도 된다!”라는 발언으로 상식 있는 국민을 아연케 했다. 일본은 60년대부터 마스야계획에 따라  유사시를 이용해 미군 따라 한반도에 상륙하여’ ‘원폭을 써서 북한을 타도하고’ ‘계속 주둔하여 영구히 한반도, 적어도 북한 땅을 점유한다는 속셈이라는데, 일제 36년의 굴욕에도 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라니! 그리고 그를 무조건 지지하는 집단이 그렇게 많다니!


[크기변환]20220228_151657.jpg


그는 북한에 선제공격을 불사하겠다고도 했다. 지금 우크라이나는 소련과의 전쟁에서 국민 전부가 극한 상황에 처해 있다. 더구나 러시아의 태도로 전지구가 핵전쟁의 위기로 떨고 있는데 핵전쟁이라도 무릅쓰겠다!’라는 배짱이라니! 지구촌에 살아가는 한 가족으로서 우크라이나인들의 고통을 우리 고통으로 나누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권유대로 선한 마음을 가진 이들과 연대하여 저녁마다 그 전쟁이 끝나길 간절히 기도하는 중인데...  한겨레신문의 논평대로, ‘좋은 전쟁 없고, 나쁜 평화 없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로 빵기가 애들과 함께 안부 전화를 한다. 작은애 시우는 할머니를 보는 순간부터 몸을 꼬며 하품이다. ‘그게 스위스식 인사냐?’ 물으니 반가운 사람일수록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하는 인사법이라는 아범의 변명. 1분만 얘기가 계속되면 도망가기에 바쁘다. 손주들이 크면, 특히 사내애들은 해외 동포가 된다는 말이 그럴 듯하다


[크기변환]1646045540013-2.jpg


기집애는 좀 다른가 보다. 일요일인데도 손주가 너무 보고 싶어 우리 큰딸(손녀 손주가 유아원 안 가는 날이면 한주간 내내 둘을 돌본다)이 딸네집에 가서 저녁 9시까지 함께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데, 함미가 집을 나서자 손녀 윤서가 ‘함미 보고 싶어요라며 대성통곡을 해서 함미 사진을 들려주며 그 사진으로라도 그리움을 달래라고 했다나


어제는 할머니집에 왔다 돌아가는 길에 아파트 마당에서 차를 타려다 12층 함미집을 올려다보며 함미 보고 싶어하며 또다시 대성통곡을 하더라나. "상황은 좀 난감했지만 싫지는 않더라"는 함미의 손녀자랑암만 해도 우리 큰딸이 손녀에게 백여시 되는 묘약이라도 먹였나 보다. 나도 담에 그 약 좀 얻어다 우리 손주들에게 먹이고 싶은데 사내애들이라서 약효는 미지수다, 더구나 중딩 2학년, 초딩 4학년이니.


[크기변환]20220228_15282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