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7일 토요일, 맑음


우리나라 방송매체들이 VOA (Voice of America) 한국어 채널로 자기를 착각했던지 이삼일을 정신을 못 차리고 하루 종일 미대선 방송만하다가 오늘에사 자기 나라가 어디였는지 두리번거린다. 트럼프라는 아재 덕분에 '태그끼 틀딱들'이 섬겨온 나라가 속속들이 그 정체를 보여주었다. 한겨레 신문의 만평대로 이번 "선거의 패자는 미국이었다!" 양키들이 이룩한 참 훌륭한 양아치 나라를 전세계가 관람했고 트럼프의 몽니로 저 양아치쇼는 한참 더 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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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인간들에게서 무슨 본받을 일이 있다고 광화문에 모여 성조기를 흔들던 아재들 정신 좀 차리려나? 그러나 별로 희망이 안 보인다. 지금도 시내 복판에 나와, 아니 미국까지 원정가서 트럼프의 승리를 빌며, 바이든이 부정선거를 했다고 그것도 한국에서 4.15 총선에서 배워서 한 짓이라고, 그 배후가 중국이라고 고함지르는 또라이들이 성조기, 일장기에 이스라엘 깃발을 손에 잡히는 대로 흔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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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집 흔들의자에 앉아 내다보는 뒷산이 색동옷으로 맘껏 차려입고 거친 바람에 휴가를 떠난다, 정처도 없이. 어제 올라갔던 우이령과 주변은 벌써 단풍이 지기 시작하는 끝물이었다. 며칠 전 페북에서 우이령 단풍이 눈에 띄자 함께 다시 한 번 걷자고 페친 박스텔라씨에게 청했더니 선선한 대답을 해와 어제아침 함께 산행을 나온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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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미는 우리집 언덕 너머에 있는 아파트촌에 사는데 사람을 맞을 준비가 늘 되어 있는 사람이다. 뜻과 마음이 맞아 나누는 대화도 따뜻했다. 처음 우이령 산행길이 트였을 때를 그미도 기억하고 있어 얘기가 더 재미있었다. 우이령은 1968년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로 40년간 민간인의 출입이 제한된 군사작전 구역이 어서 자연상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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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켜낸 우이령길이기에 거기서 커온 나무와 풀 하나도 대견하고 귀하다. 입동 하루 전 '가을 끝물'의 마지막 산행이어서 더욱 기분좋았다. 북한산 둘레길 21코스로 마지막 길인데, 우이 탐방센터로 하루 400명의 접수를 받고, 교현탐방지원센타에서도 400명의 인원만 접수를 받는다. 6.8Km의 길이로 어젠 주중인데도 단풍을 구경 나온 단체탐방객이 많았다


우리 셋이서 석굴암 초입에서 김밥을 먹고 있는데 청소년들이 무리지어 암자로 오르는 게 눈에 띄었다. 두 애가 우리에게 전화기 좀 빌려 달래기에 생각없이 내주었더니  어딘가 부산하게 번호를 누르다 통화가 안 되는지 그냥 석굴암 쪽으로 올라간다. 자기네 일행에서 뒤쳐져 일행을 찾는 전화였나 했는데 나중에 보니 인생을 갈지자로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이 또래에게 보내는 S.O.S.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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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꼭대기에 있는 삼성각(三聖閣)’ 돌계단에 앉아 있는데 아까의 젊은이들이 몰려오기에 어디서 왔느냐?’ 물었더니 돈보스코센터에서 왔단다! 저 아래 원장 나신부님과 시몬수사가 보였다. 젊은이들은 “우린 6호처분을 받은 나쁜놈들이에요!”라고 스스럼 없이 자기소개를 하면서 옷을 걷어올려 팔뚝이랑 배와 가슴까지 문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여기서 튀고도 싶은데 그럴 수는 없고, 내 여자친구 목소리라도 듣게 전화 한 번만 빌려주세요라는 부탁이 또 나왔다. 걔들에게는 핸드폰 소지가 절대 금지되어 있나 보다. "얘들아, 나도 살레시안의 엄마거든, 그건 절대 안 되고 네 여친 얼굴 대신 울긋불긋 아름다운 단풍이나 실컷 보려므나!" 라고 했더니 서운한 기색도 없이 언덕길을 달려 내려간다. 저 순진하고 철없는 나이에 저질렀을 순간의 잘못이 인생 전부를 파괴하는 일이 없도록 기도한다(인간은 찾는 한 헤매기 마련이니라.” 우리네 청춘 시절은 누구나 헤맨다. 괴테 파우스트」 서곡에서 하느님이 하시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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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씨는 조용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지난번 정암학당에서 보고 오늘 두 번째 만났는데도 아주 오랜 친구 같은 정이 흐른다 앞으로 자주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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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내려와 도선사 입구에 있는 이진희 선생님이 하시는 할아버지카페에 들렀다.  근방에서 커피맛 좋기로 소문난 집이다. 오늘은 부인도 따님이랑 함께 일하고 계셨다. 스텔라씨가 대접하는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이선생님을 처음 만난 1998년도를 돌아보고 많은 야기를 나눴다. 정희언니네 딸 방원장도 병협이 엄마도 당신이 치료해 준 일을 기억하는 놀라운 기억력을 간직하고 계시니 꼭 할아버지는 아니다. 우이동 사람들은 한번 이곳에 뿌리 내리면 떠나지 못하니 언제 어디서라도 인연만 닿으면 쉬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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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요일. 5대 집사가 깔끔하게 정리하고 떠난 일층방을 다시 청소하고, 역대 집사들이 써온 우리 이불들을 일광욕시키거나 마저 세탁하고, 버릴 이불들은 공공봉지에 담아 버렸다. 오후에는 생일을 맞은 정릉 한목사에게 잠깐 다녀왔고, 밤에는 스위스 소피아씨와 남편 베아트씨가 보이스톡을 걸어와 보스코의 수상을 축하해줬다. 보스코가 내 페친 수십 명에게 축하를 받아왔는데 답인사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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