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8일 화요일, 맑음

 

인도인들의 “위대한 영혼”(마하트마) 간디의 아쉬람에 버스로 도착하니 11시가 가까웠다. 세바그람 아쉬람(Sevagram Ashiram)에 들어서자 간디가 근방 주민들과 함께 손수 짓고서 살았던산 오두막(지금은 기와가 얹혀진), 부인 바 쿠티(Ba Kuti)가 머물던 오두막, 첫 집을 공동체로 내놓고 다시 지어서 기거한 바닌쿠리 오두막을 볼 수 있었다.

 

DSC05125.jpg

 

1936년의 세바그람 마을은 궁벽한 시골이었고 길도 없던 밀림이었단다. 불가촉천민 700여명이 살던 곳인데 간디는 그들을 주민으로 삼고 그 계급에서 수양딸도 입양하고 그들을 인부로 써서 건축을 하였다고 한다. 그 계급을 위한 신문도 만들고 자기도 공동체 내에서 화장실 청소와 빨래를 똑같이 하였고 남은 시간은 명상을 하면서 물레질을 하였단다.

 

그가 쓰던 돗자리와 그가 돌리던 쇠 멧돌, 물 끓이고 밥을 짓던 그릇들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었다. 불가촉천민에게 “하리잔”(신의 자녀)라는 호칭을 부여하고 비록 하급공무원이지만 일정 비율을 그 계급에서 뽑도록 제도화한 것도 간디의 노력이었다고 한다.

 

그 오두막 집에는 오만한 영국군대를 피  방울 흘리지 않고 내쫓은 그의 지팡이와 그 유명한 나막신이 전시되어 있었다.

 

바닌쿠리 앞에 써 있던 일곱 줄의 글, 간디가 "사회적 죄"라고 꼽은 목록은 우리 지성인들을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DSC05046.jpg 

 

  원칙없는 정치

   ⇒ 노동없는 부

   ⇒ 도덕없는 상행위

   ⇒ 인격없는 교육

   ⇒ 양심없는 쾌락

   ⇒ 인간성없는 과학

   ⇒ 희생없는 예배

 

 

 

아쉬람의 오막집에는 현재는 남자 넷, 여자 넷이 상주하고(20세 25세 즈음의 미혼자를 회원으로 받는단다) 몇 달 머무는 객중에는 한국에서 온 처녀도 하나 살고 있었다. 다른 순례자들이나 방문객들은 길 건너 게스트하우스에서 먹고 자고를 하면서 그들의 일과에 따라서 일종의 “템플 스태이”를 한다고 들었다. 

 

우리는 게스트하우스에서 공양을 하였다. 커리와 짜빠티, 쌀밥(입으로 불면 훅하고 날아가는), 요쿠르트 맛이 나는 우유가 메뉴 전부였다. 수저 없이 먹느라 힘들었지만 빵기가 옛날에 인도여행에서 돌아와 한 동안 오른손가락으로 밥을 주물러 먹던 기억이 난다. 빵기는 인도 체험을 무척 사랑하였고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DSC01994.jpg

 

함께 투옥되었다가 감옥에서 옥사한 아내 구티 여사에게 보낸 편지가 벽에 붙어있는데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인도독립을 위한 비폭력투쟁(Satyagraha)에 헌신하는 사람으로서 아내에 대한 사사로운 정을 넘어서 국가와 세계를 염려하는 충정이 잘 드러나 있었다. 함께 감옥에 갇혀 자기도 가까이 못 가지만 신의 품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교도소의 배려로 구티 여사는 남편의 품에 안겨서 숨을 거두었고 아내의 시신 옆에 그 앙상한 다리로 쭈그리고 앉아있는 간디의 사진이 우리를 눈물겹게 하였다. 그 일로 영국 여론이 악화되어 영국정부는 간디를 석방한 것으로 되어 있다.

 

영국의 교묘한 분리정책으로 파키스탄과 인도로 나뉨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힌두와 이슬람의 갈등을 막으려고 해마다 단식을 하며 국민에게 호소하던 이 위대한 영혼은 1948년 1월 30일 힌두교 광신도의 총에 맞아 쓰러지면서 “헤 람!”(아아, 신이시여)라고 외쳤다고 전해온다.

 

그 아쉬람에 가장 오래 있었다는 시스터 제나의 얘기도 들었다. 간디가 가졌던 시대정신을 지금도 계승하고 펼쳐나갈 후진들이 많지는 않아서 안타까움을 주었으나 우리의 방문 중에도 헤아릴 수 없는 인파가 아쉬람을 순례하고 갔다.

 

DSC04986.jpg

 

세바그람 아쉬람의 11가지 서약이 인상적이었다.

 

프랑스 건축가라는 그에게 내가 물었다."뭣 땜에 5년을 두고 여기서 헤매는가?"

그의 대답: "내가 누군지를 아직도 모르겠다." 

DSC05093.jpg1. 생각 말 행동에 폭력을 쓰지 않는다

2. 생각 말 행동을 진실하게 행한다

3. 도둑질하지 않는다

4. 정욕에서 벗어나 지고의 본성을 추구

    한다

5.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

6. 노동을 존중하고 행한다

7. 식사를 절제한다

8. 모든 것에 대해 두려움을 없앤다

9. 모든 종교에 똑같은 존경심을 갖는다

10. 형제애의 법칙을 지킨다

11. 모든 사람을 평등한 존재로 취급한다.

 

우리는 오후를 간디의 정원에서 한가롭게 보내고 소풍 나온 여인네들, 도시락을 싸온 처녀들, 무리지어 온 대학생들과 한담을 나누고 사진도 찍었다. 아쉬람 사람들이 손수 자은 실로 짠 천으로 만든 여름 겉셔츠를 하나 사서 보스코에게 입히고 세바그람을 4시에 떠나 호텔에 돌아오니 6시였다.

 

아쉬람에 방문온 처녀들과                                        순례온 아줌마들과

DSC02006.jpg   DSC02004.jpg

 

어느 가족(3대에 걸친 대가족)과 함께                 나그푸르대학 공대생들과 함께  

DSC05128.jpg   DSC05115.jpg

 

우리 입맛에 제법 맞는 인도음식을 맛있게 먹고(보스코는 뭐가 잘 못 되었는지 오늘 낮부터 설사가 심하다) 잔디밭에 오미령, 양은숙씨와 앉아서 한참이나 얘기를 나누다 잠자리에 들었다. 현대 인류사의 가장 위대한 인물이 만든 아쉬람을 방문하고 그의 자취를 느낄 수 있어 내 인생에  경건함에 대해 가장 깊이 생각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