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330일 화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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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밤이 더 밝았나, 어제 아침이 더 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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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에 커튼을 열며 앞산을 보고 깜짝 놀라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제 밤에 본 달이 이른 아침에 왕산 위에 떠오른 해보다 더 밝았었다. '운석이 떨어져 태양빛을 차단하면 하늘이 저렇게 되고... 얼마 후 지구는 싸늘하게 식고 동식물은 죽고 인간은 사나워져 서로 싸우다가 멸망하고...' 등등의 흉흉하고 불길한 상상이 떠올랐다. 중국발 황사가 지금까지 보아온 중 가장 심한 듯했다. 자동차 위엔 흙먼지가 하얗게 쌓였다. 마당에 나가 데크 밑에서 풀을 뽑고 있으려니 입안에는 흙이 씹히고 눈알은 버석버석 소리를 냈다. 우리가 지구에게 무슨 짓을 했기에 이런 복수를 당할까! 코로나 펜데믹을 겪으면서 가뜩이나 움추렸던 가슴이 콩알만 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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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 날씨에도 휴천재 지붕 위에서는 기와에 칠하는 아저씨가 실리콘을 쏘며 하루 종일 기와를 손본다. 일은 시키지만 미안하다. 내심 오늘은 안 오기를 바랐는데... 그 사람 나름대로 계획이 있겠지. 그는 벌써 열흘 동안이나 우리 지붕 위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늘사 녹색칠을 마치고 돌아갔다. 보기에 딱하다.


어제 오후에는 함양 읍내에 나갔다. 올 들어 처음으로 느티나무독서회모임을 갖기에 도서관엘 갔다나는 모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반가워 일찍 도서관엘 갔는데 문이 닫혀있어 입구 계단에 앉아 아우들을 기다리며 책을 읽었다. 한 시간 반이나 지나자 수위아저씨가 도서관 문을 열어 주었고 아우들이 왔다. 정옥, 희정, 미해, 혜진이... 나머지는 코로나로 마음이 쓰였는지 못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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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김완의 죽은 자의 집 청소. 사람은 누구나 죽고 싫든 좋든 죽은 뒤의 문제는 누군가의 손을 빌려야 한다. 평상시에 잘 치우는 사람이야 남길 일이 적겠지만 그 반대거나 욕심스레 쟁이면서 살았던 사람이라면 그가 남긴 모든 것은 민폐요 쓰레기가 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남겨놓은 물건보다 어떻게 죽고 어떤 가족관계에서 그 죽음이 처리되는지 하는 뒷이야기가 더 복잡하다. 정상적인 가정에서의 죽음은 가족 안에서 치뤄지고 처리되고 정리되는데 살인이나, 자살, 고독사, 사고사 등의 죽음은 경찰이나 이웃이 처리할 수 없으니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 책의 작가 김완은 문창과를 나온 문학도로서 사건의 현장을 뒷정리하는 전문가로 냉정하게 이야기를 기술하는데 사람의 죽은 후에 일어나는 과정과 죽음의 이면이나 죽음을 대하는 인간들의 모습이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 앞에 내가 취할 태도를 일러준다. 수도나 전기세 미납이 오래가면 으레 끊기는데 죽으려는 사람에게는 그게 바로 등을 떠미는 일이기도 하다. 아우님들과 우리 모두의 결론: '적게 갖고 많이 버리고 정리하고 살다가 단순 소박하게 떠나자!’ 남의 죽음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 방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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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황사가 좀 가라앉아 텃밭에 남은 고랑 둘을 보스코가 괭이질 하고 거름을 섞어 다듬고 나는 드물댁이랑 비닐 멀칭을 하였다. 여름 먹을 고추, 오이, 가지, 토마토, 상추, 아욱을 심을 자리다.


아침 일찍 빵고 신부가 살레시오수도회 미얀마 관구를 돕기 위해 모금을 한다고 알려왔다. 5.18에 우리가 먼저 갔던 민주화와 유혈혁명의 길이기에 당연히 도와야 해서 내가 아는 모두에게 카톡을 보냈다. 거의 다 도울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답하며 액수와 상관없이 기꺼이 나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너그럽다. 16년 백수로 살아 돈이 없는 사람도, 이미 이곳저곳을 돕고 있는 사람도,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들까지 선을 행할 기회를 고르게 나눠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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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광주의 아픔이 있었고 그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 민주화의 길에 이르렀다. 또 그곳이 전라도 광주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우리 국민 모두는 광주에 빚을 지고 있다. 5월의 어느 날 서울 우리 집에 계엄군에게 잡히면 사형을 면치 못할 5.18 최후의 수배자 윤한봉씨가 몸을 숨기러 찾아왔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나로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미얀마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살레시오 미얀마 관구 신부님들은 청년들과 함께 하며 시위의 가장 앞자리에 서기에, 희생도 클 수 밖에 없으니 기도도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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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사반란과 시민학살을 두고 광주교구는 광주 5.18을 기억하며 미얀마를 돕자고 나섰는데 대구교구에서 발간하는 '매일신문'은 (현정부의 부동산정책을 공격한다며) 광주에서 계엄군의 시민학살 사진을 만평으로 썼다. 미얀마 군부가 시민을 학살하고서 축하 파티를 여는 사진과 흡사한 아픔을 광주 시민들에게 주는 행태였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보스코를 찾아 인터뷰하던 호주 여기자가 대구에서 천주교 고위성직자를 찾아갔더니 '광주는 본래 좌익이 많아요. 이번 사태도 그들이 저질렀을 거에요.'”라고 하더라면서 보스코의 논평을 요구한 적 있었다.  그 일로 보스코가 얼마 전 광주시민들에게 가톨릭신자들을 대표하여 공개 사과를 하기도 했다. 또 한국 민주화를 위한 광주 시민의 희생을 영성적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한 적도 있다.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302140

http://donbosco.pe.kr/xe1/?mid=newspaper&listStyle=list&document_srl=479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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