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30일 일요일 맑음


코로나가 시작하면서 병원 가는 일이 아주 드물어졌다. 공연히 병원 갔다가 오히려 코로나라는 요상한 병이라도 옮겨 올 것 같은 불안감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래도 언제부턴가 눈이 썸뻑거리고 잘 안 보이면서 내 주변 독서회 친구들이 먹고 있다는 루테인을 큰아들더러 사 보내 달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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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힘이 빠지고, 긴 운전 후에 무릎이 아픈 것은 비타민D의 부족이라고, 여자들은 나이 들면 여성호르몬이 안 나오고 해를 봐도 비타민D 합성을 못한다고, 약으로 보충해야 한다고 하더니 실제로 나를 검사한 의사가 비타민D가 형편 없이 부족하다며 약으로 보충하라는 처방을 내렸다.


그 말을 전해 들은 후 빵기는 때 맞춰 꼬박꼬박 약을 사 보낸다. 고맙다는 내 말에 산삼녹용이라도 구해 보내라시면 보내야 할 터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란다. 김원장님이나 문쌤은 이런 건 먹지 말라며 밥이 보약이란다. 두 분 다 훌륭한 의사요 본인들도 건강하니 맞는 말인데 내 경험으로는 정말 힘들고 지칠 때 링거라도 맞고 나면 뭔가 기운이 나기도 한다. 그분들 말로는 정말 쉴 시간 없는 사람들이 링거를 맞느라 공공연히 쉴 수 있는 것뿐이다’, ‘그건 정신적으로 낫고 스스로 치료하는 측면이 있다’, ‘약이라기보다 그냥 맹물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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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유난히 눈이 아파서 투덜거리니 보스코가 나더러 책을 덜 보고 눈을 감고 쉬란다. 그래서 찾아낸 묘책이 오디오북’. 요 며칠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위대한 유산을 오디오로 들었다. 부엌과 마루에서 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어 편하고 좋은데 한참을 듣다 보면 뭔가 허전하다. 김원장님(대단한 독서광이다)에게 내가 요새 읽은,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 검은 꽃, 빛의 제국을 빌려 드리겠다니 책장 넘기기가 성가셔서 요즘은 이북(E-Book)으로 보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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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에는 산청 사는 미루와 이사야가 휴천재 유리창을 갈고 얼마나 따뜻한가 둘러보러 왔다. 추울 때는 얼마나 추울까, 따수면 얼마나 따뜻할까, 정말 그 집이 따뜻해지기는 한 걸까 내일처럼 걱정해 주는 마음에 벌써 훈훈해 진다. 나이 들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고 느끼고 외롭고 서운함에 마음부터 먼저 추운데 네 딸이 전화와 격려와 애정을 쏟아주니 삶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아유~ 어쩌나? 정말 아프겠다!”는 한 마디에 반은 낫지 않던가?  ‘광에서 인심난다’, ‘광이 비어야 다시 채워진다’지만 주변에 많은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나도 이웃에게 뭔가 풍요를 퍼나르고 싶어진다.


아침 일찍 집청소를 다했다. 보스코는 왜 매일 청소를 하느냐고 지청구지만 요즘은 겨울 해님이 마루 북쪽 싱크대까지 쳐들어와 마루 바닥이며 집안 구석구석 하얀 먼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그러니 웬만한 강심장 아니면 나 몰라라 딴 청을 부릴 수가 없다.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7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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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공소에는 우리 부부와 공소회장 부부 넷이서  예절을 올렸다. 다들 설 쇠러 떠났나 보다. 아침 청소 후에 차분히 책을 읽어야지 마음먹고 앉았는데, 보스코가 의정부의 한님성서연구소정태현 신부님이 저녁에 온다고 준비하란다. 설인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려니 어딘가 허전하던 차에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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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접시로 스파게티 볼로네세를 하고, 감자 그라땅은 감자를 까서 삶아서 으깨서 우유와 다진 파슬리 버터를 섞은 다음 파르미잔 치즈를 위에 뿌리고 오븐에 구워냈다. 각종 야채샐러드와 설빔으로 들어온 안심구이가 메인 접시로 내왔다. 설에 오는 손님은 식재료가 풍부하니 무엇을 해드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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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부님은 삼형제가 전주교구 사제이며, 80년대에 루뱅에서 공부하고 우리가 읽는 성경구약을 번역하고서 지금은 평신도 박사를 8명이나 거느리는 성서연구소를 꾸려나가는 능력에 보스코도 크게 찬탄하는 분이다. ‘뜻이 있는데 길이 있다는 신념으로 그 뜻이 하느님의 손에 이끌리면 기적을 보여준다. 밤늦게 얘기를 나누다 손님이 전주로 떠난 지리산 하늘엔 겨울 별자리 오리온과 시리우스가 눈이 시도록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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