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48일 목요일 맑음


[크기변환]20210406_063157.jpg


새벽을 열고 서울길에 올랐다. 내 짐차에 실은 짐 대부분은 푸성귀! 서울에 빙하시대나 화산이라도 폭발하여 모든 식물이 사라지고 긴급수송이라도 해야 하는 응급상황을 수습하러 가는 특수요원이라도 되는 양....

서울에 파 값이 금값이라는 소문에 빈자리가 아까워 파를 뽑아 싣자 차 안에 냄새가 진동을 한다. 냄새에 민감한 보스코는 쓸데없이 파를 실었다고 나무라지만 받는 사람은 그게 아니다. 함양에서 쉬지 않고 달려도 서울 주변까지 2시간 반이 걸리고 서울외곽순환도로를 달려 집에 도착하는 게 그만큼 걸린다.


[크기변환]20210406_155958.jpg

아무튼 용케도 보스코의 임플란트를 하는 낙성대 우정치과에 예약대로 딱 11시에 도착을 했다. 나는 그동안 아픈 허리를 보스코에게 밟히는 치료를 받아왔는데, 오늘은 치과병원 이웃인 마디튼튼 정형외과에서 정식으로 전문의에게 허리 치료를 받고서 손도 파라핀 치료를 받았다. 서울에 와야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으니 나이 들면 도시에 살아야 한다는 말이 빈말은 아니다. 오후에는 강동에 있는 보훈중앙병원으로 가서  보스코의 3개월분 심장약을 처방 받았다.

아침 일찍 인삼랜드에서 떡 몇쪽으로 요기를 했고 세 시가 넘어서야 점심을 먹으니 몹시 허기진다. 남들이 의료순례를 서울로 떠날 때마다 우린 저러지 말아야지했는데 나이 들다 보니 어느 새 따라하고 있는 우리가 한심하다.


[크기변환]20210406_155342.jpg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의 참패. 우리가 가장 많이 잃었을 때 새로운 것을 향해 겸손하게 최선을 다 했듯이. 넘어지면 제대로 일어나야 한다. 여론조사로 이미 판이 기울었으므로 기대도 안 했지만, 심경은 욥기를 떠올리며 '하느님께 바라라`는 믿음을 다짐한다. 남은 일년 안에 어떻게 여론을 반전시킬지... '촛불 정권'을 탄생시킨 진보층의 참담한 마음이 헤아려진다.


[크기변환]1617892980684-1.jpg

레아씨가 아파트에 살다가 정원이 있는 우리집에 사는 재미에 빠져 이 봄이 한없이 즐겁단다. 우리 집에 오래오래 한 십년 쯤은 살고 싶단다. 좁다란 마당, 사방에서 솟아오르며 흙에다 혼신으로 목숨을 맡긴 식물들이 꿈을 꾸는 뜰, 튤립도 한데 모여 무언가 수근거린다. 마당이 하도 작아 한 발을 떼고 다른 발을 내려놓기가 어렵단다. 하도 새싹들이 솟아올라 행여 어린 생명이라도 덜컥 밟아버릴까 두렵단다. 레아씨 남편 윤선생이 서울집 서쪽 대문 자리에 모셔진 성모님의 바탕을 감청색으로 멋지게 칠해 놓았다.


[크기변환]1617892968464.jpg

어제부터 인사동에 전시회를 시작한 한국 최초 여성 클라이밍 사진작가 강레아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인사동 ''화랑에서. ‘소나무가 깎아지른 바위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건 강해서가 아니라 연약함이라는 작가의 변. 바람에 밀려 휘어지고 쓰러져서도 그 모습 그대로 일그러지고 뒤틀린 모습은 인고의 세월을 견디어낸 아름다움이란다.


[크기변환]1617893800128.jpg

20년을 오로지 흑백으로 소나무들을 찍어 올린 그미의 사진은 신비롭기만 하다. 그 긴 세월 왜 어려움이 없었겠는가만, 그미는 내가 쓰러질 때마다 그 자리에서 보석을 찾았어요.’ 한다. 우리 부부 역시 50여 년 살아오면서 바닥에 내 팽개쳐져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 바로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위로하시던 분을 만나지 않았던가! 이 땅의 정치판도도 그랬다. 


진리는 모든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그미는 오늘 우리에게 삼각산 만경대에서 바위를  위태위태하게 타면서 찍은 소나무 사진 한 점을 아래층 거실에 걸어주었다.


[크기변환]20210408_234056.jpg

오늘 오전에는 은평성모병원에 보스코의 양압기 처방을 받으러 다녀왔다. 아이들이 어려서는 극성 맞은 엄마 밑에서 태권 도장, 영어 확원, 음악 학원을 순례해야 하는데, 보스코는 그 나이에 아내의 차를 타고 병원 순례를 한다고 한숨이다. 나 역시 이래저래 80 베이비의 시터로서 그를 싣고 다니며 서울 나들이를 하는 중.

저녁에 보스코가 선거판에 무너진 심경을 추스린다며 국주씨와 기춘씨를 만나러 종로3가로 나갔고 나는 건강 검진 차 서울 나들이 중인 상임씨와 한목사를 만나 저녁을 먹고 상임씨의 신안 시골 삶에 대한 얘기를 들으며 차를 마셨다. 나이 들어 일 할 공간이 있고 은퇴한 남편이 건강하고 소일꺼리라도 있는 여자는 복 받은 사람이다.


[크기변환]20210406_10081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