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37일 일요일, 맑음


어제 받은 도수치료가 사람을 '완죤' 몸살나게 한다. 주물러서 망가트리고 나으면 다행이란 생각에 고마워지라고 병원이 있는 건 아닌데... ‘어지간하면 포기하고 그냥 살라는 말이겠다.


순둥이가 갑자기 전화를 해 우이동 집에 오겠단다. ‘한 달 넘게 못 보았다, ‘내가 휴천재에 내려가기 전에 한번 들리겠다고 하니 오지 말랄 수도 없고... 앞으론 소리 없이 몰래 왔다가 살짝 가야지 내가 끼치는 민폐가 어지간하다.  밥하랴 고생할까 봐 때를 피해서 130분에 왔는데 식당하는 아줌마가 그 시간까지 굶었다니.... 

얼마나 허기질까싶어 찰밥, 된장국, 묵은지, 알타리로 초간편 점심을 챙겨주었더니 뚝딱 그릇을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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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그 유명한 식당의  유명한 요리사들은 과연 무슨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나 궁금해 여럿에게 물어보면 대답이 한결같다. ‘가장 친숙하고’, ‘가장 손쉽고’, ‘가장 평범한음식을 먹는단다. 그래서 우리 순둥이도 밥과 김치로 만족했나보다.


커피도 막대커피만 두 잔을 마시며 순둥이가 개신교 다니던 시절의 목사님을 흉내 내며 자기의 코로나 시절의 장사 비법을 알려준다. '말라키아예언서‘ 36(너희는 십일조를 모두 창고에 들여놓아 내 집에 양식을 넉넉히 하여라. 그리고 나서 나를 시험해 보아라.” 만군의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하늘의 창문을 열어 너희에게 복을 넘치도록 쏟아 붓지 않나 보아라.”)을 줄줄 외고서 연단(밥상)을 꽝치는 시늉을 해보이며 나를 웃겼다.


나도 두분 다 장로님이시던 울 엄마, 아버지에게서 내가 바치는 만큼 복을 주시는 하느님에 대한 세뇌교육을 받아왔지만, 그렇게 해서 축복받는다면 그게 하느님하고 벌이는 장사지 신앙일까? 다행히 성당 다니는 사람치고 그런 생각 하는 교우는 못 보았다. 우선, 성당에서 십일조 내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교회도 하느님과 돈 놓고 돈 먹기식 장사비법은 안 가르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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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토요일 오후 보스코는 정암학당에서 주관하는 고전인문학강좌에 강의를 하러 갔다. 작년 가을로 기획된 행사인데 코로나로 미뤄졌다. 서양 고대인들이 너 자신을 알라!’는 신탁대로 영혼이 무엇이냐?’라는 데에 초점을 두고 한 학기 동안 서양 고대사상가들의 고찰을 했는데, 아우구스티누스에게서 마무리되었단다


보스코의 강의는 '영혼의 크기'라는 제목이었는데, "인간 영혼은 하느님을 포괄할만큼 위대하다(homo capax dei)"는 줄거리였단다. '마음의 달항아리인 우리 욕망은 하느님으로만 채워질만큼 위대(大 ???)하다'는 말이라면 나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내가 자동차 운전을 못해 보스코 혼자서 북촌의 '선재아트센터'에 갔는데 주최하고 수강하는 사람들이 왜 혼자 오셨냐?’고 다들 묻더란다. 그의 강연장마다 내가 차로 모셔가니 아무래도 우리 부부는 사람들에게 ‘1+1 특가상품으로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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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대에 나는 집을 찾아온 한목사와 쌍문근린공원을 산책했다. 긴 겨울의 끝자락에 새봄이 오는 걸 나무 끝 푸른 잎에서 보는 이들은 축복받은 사람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근린공원을 헤집고 다녔던지 산길은 스케이트장이고, 산길에서 미끄러질까 조심조심 하는 내 모습이 이젠 나이를 못 이기는 처지, 딱 그대로였다. 우리가 산언덕을 몇 바퀴 돌아 방학동으로 내려가다 보니 우리 동네 환경운동가 인영씨 얼굴이 보였다.


쌍문동 근린공원에서 자동차 도로로 단절된 산맥을 방학동 도봉산에다 잇는다며, 도봉구청이 이곳의 녹지축을 생태적 기법으로 연결한다며, 30년 토종 참나무를 마구 베어 내고 시멘트 구조물로 한길에 굴다리를 만든다나? 그 위로는 동물생태통행로를 만든다지만 이미 만들어진 우이동쪽 터널 위에다 멧돼지 고라니가 출몰한다고 철조망을 친 걸 보면 도봉구 녹지행정이 완죤 갈지자


어디서 그 많은 돈이 나오는지 32억이라는 돈을 좀 더 의미 있게 쓸 곳을 찾으라고 연대서명 운동을 하고 있었다. 쌍문동 환경운동 1세대전순란과 김말람이 떠난 자리를 저 젊은이들이 채워주고 자연과 아이들이 함께 할 징검다리 역활을 해주니 대견하다.


오늘 일요일 미사 전후에 우이성당 앞길에서 서명을 받는데 나도 잠시 함께했다지난 40년 동안 우이동 골짜기에서 환경운동을 하며 '소귀고갯길 4차선도로 건설반대', '우이동 솔밭 지키기', '수유리 가르멜 수녀원 인접 고층아파트 건설저지', '선덕고와 서라벌중 자리에 고층아파트 건설 반대' 등의 환경운동에 늘 힘이 되어 준 게 이 일대 성당 교우들이 주일미사 때 보태 준 연대서명이었는데... 


영인씨에게 선배로서 내가 체득한 비법 하나를 전수해주었다. "싸움에서 반드시 이기는 방법 = 이길 때까지 싸운다!" 잠시라도 젊은이들과 있으니 힘이 나는데 '날도 추우니 어르신은 들어가시라'고 등을 떠민다. 젊디 젊은 나더러 어르신이라니...


(오늘 주일 복음에 보스코가 30여년전 달았던 '댓글':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7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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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은 영심씨가 우리 부부에게 낚지를 대접해 주었고, 오후에는 방학동 사는 박스텔라씨가 잠시 다녀갔고, 저녁은 태백에서 올라온 오빠네 부부가 동네앞에서 춘천막국수를 먹여주었다. 내 손바닥 수술을 핑계로 많은 이들에게 민폐를 끼치다니 미안도 하고, 지리산 내려가기 전 정으로 엮인 이들을 잠깐잠깐이라도 보고나니 마음이 앞장서서 손을 낫우어주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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