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715일 목요일. 흐리고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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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리 딸 꼬맹이'가 남편 조서방과 오겠다고 연락했다. 작년에는 지리산으로 왔는데 올해는 우리가 서울에 있으니 만나기에는 오히려 덜 번거롭다나? 엄엘리는 ‘방과후교실에서 손주 돌보듯 아이들을 돌보고 비록 박봉이지만 아이들이 예뻐서 힘들이지 않고 보람을 갖고 일하는 중이란다. 조서방은 언제나 변함없이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으로 빈틈이 없을 텐데 용케 시간을 내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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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의원 사건으로 어려운 시기에 처음 만난 꼬맹이는 남편을 빵에 두고도 모든 일을 흔들림 없이 당당하게 잘 해낸 강심장이었다. 79, 광주사태 직전에 보스코가 남산 6(안기부 지하실)에 잡혀 들어가 고초를 당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그때 내 나이가 스물여덟이었으니 꼬맹이가 당시 나이가 나보다는 언니이긴 했지만 그 당당하고 힘찬 모습은 남편에 대한 시랑과 신뢰, 그리고 신앙의 힘을 주변에 보여주었다. 내 젊은 시절을 그미에게서 보는 듯해서 안타까웠는데... 그렇게 시작한 인연이 벌써 10여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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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골에서 농사일로 지쳐있다고 민어회를 뜨고 그 뼈를 푹 끓이면 곰탕같은 우유빛을 내는데 그게 보약이라고 사왔다. 덕분에 넷이서 맛있는 점심을 들었다. 이걸 다 먹고 보스코는 만수무강할 길만 남았다. 서울집 집사 레아(사진작가)도 우리가 사랑하는 북한산 비탈의 소나무 사진을 보스코의 팔순에다 선물했다.


어제 오후 2시에는 보스코의 심장약 처방 날짜. 스턴트한 심장의 건강진단을 받으러 두상이 서방님이 있는 보훈병원엘 갔다. 서방님은 그동안 관리를 잘해 보스코의 심장이 똑바로 섰고, 크기도 작아졌으며 건강해졌다고 축하해 주었다. 둘째 준이서방님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며 보스코의 심장에 경고를 내려 건강을 챙기게 해주었기에 늘 미안하고 고맙다. 준이서방님은 떠났지만 늘 곁에 가까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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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서울집에 오니 주인이 자주 안 온다고 집안의 가전기기들이 모조리 심술을 부린다. 공공주택 후보지로 뽑히자 주민들은 두꺼바, 두꺼바, 헌 집 줄께 새 집 다오라는 동요에 빠져서 마을 전체가 정신줄을 놓고 있는 터에 집안의 가전제품들도 삐쳤는지 에어컨도 냉장고도 고장이 났다


오늘 온 냉장고 서비스 기사는 그야말로 에이스’! 냉장실 고장을 고치고 오후에 다시 와서 냉동식 고장도 해결했다. 이 무더운 날 땀을 흘리며 너무 고생을 해서 팁을 주었더니 후배들에게 민폐 끼치지 말라고 제가 교육을 시키는 터에 제가 이걸 받으면 양심상 할 말이 없어요.”라며 끝내 사양한다. 그러니까 삼성을 지키는건 이재용이 아니고(그가 감옥에 드나들어도 삼성은 잘만 돌아간다!) 삼성제품을 애용하는 우리 국민과 저런 충실한 직원이다. 삼성의 커다란 자산이 저 일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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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풍이아빠가 전화를 해서 동네 공공주택아파트 아파트 건설을 위한 설명회가 있다고, 마을입구 공터에서 모이란다며 연락해 주었다. 국토부나 도봉구청이 일을 처리하는데 공문으로 하지 않고 지지자 몇을 내세워 알음알음으로 전화로 통보하는 품이 걱정스럽다


저런 사업을 거치면 호박이 금방 신데렐라의 황금마차가 되리라는 허황된 꿈으로 마을 전체가 정신줄을 놓고 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빨리 동의해서 사업을 진행하자!’는 독촉이지만 지난 40년 불편 없이 마당에 꽃을 키우고 북한산을 올려다보며 살아온 내 집 가격이 천만원이거나 십억이거나 그게 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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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보스코 눈자위에 난 뾰루지를 그제 뽑아준 동네 병원에 들러 드레싱을 받고, 그 길로 은평성모병원에 데려가 3개월마다 하는그의 무호흡증 상태를 진단받고서 양압기 처방을 새로 받았다. 그가 쓰던 양압기를 제조회사 필립스가 전세계적으로 리콜하는 바람에 호주산 양압기로 바꾸게 되었다.


남편을 싣고 어제는 천호동으로, 오늘은 은평으로 병원순례를 다니다보니 우리 큰딸이엘리는 어린 두 손주 베이비시터로 바쁘고 나는 늙은 남편의 병원순례를 데리고 다니는 베이비시터로 분주하지만 이 무덥고 답답한 서울에서 빨리 탈출하고 싶다. 너무너무 더운지 날씨도 오늘은 소나기로 샤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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