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33일 목요일. 맑음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을 하는지 안 하는지 진상을 알 길 없다. 신문에서는 미국발 판박이 기사만 떠올라 미국의 경제봉쇄, NATO의 군사원조, UN총회의 결의로 러시아는 영영 폭망했고’, ‘우크라이나의 결사적 저항으로 러시아군은 완전히 포위되거나 후퇴하는 중이고’, ‘푸틴은 군부 쿠데타로 당장 실각될 참이다는 요지다. 심지어 '러시아와 중국이 UN에서 영구 추방되고 친미국가들로 안전보장이사회가 꾸려져 미국의 세계 제패가 확정되는 중'이라는 가짜 뉴스까지 버젓이 방영된다


그런데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 몰도바, 슬로바키아로 피난 온 우크라이나 난민이 100만이 벌써 넘는다는 기사도 떴다. 아이들을 데리고 솥단지부터 강아지까지 줄줄이 목에다 걸고 피난길을 떠나는 여인의 사진을 보니, 어제까지 유럽인들만의 여유만만한 태평성대를 누리다 정치가들의 판단착오로 모든 것을 잃어버릴 전쟁이 터지고 나라가 위태로우면 국민의 삶이 얼마나 참담해지는지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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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큰아들 빵기가 제네바에서 오늘 루마니아 접경에 몰려든 우크라이나 난민촌으로 떠났다, 난민들을 도우러. 우리 집에서 한 사람이라도 이 전쟁의 피해를 막으려고 구체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 내 양심적 부담을 조금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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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휴천재 텃밭에 농기구를 넣어두는 조립식 창고가 세워져 있고 바깥에는 미루집이라는 문패가 붙어 있다. 2015년에 대전 코스트코에서 사다가트럭으로 실어다가, 조립까지 해준 일꾼이 미루 남편 이사야와 이사야 친구 모세였다. 조립에는 세 남정이 꼬박 이틀 걸렸다


그 장정 모세가 오늘 세상을 떠났다. 듬직한 체구에 안 어울리게 미소와 농담으로 주변을 밝혀주던 사람이 요 몇 해 병으로 고생하다 오늘 임종하였다젊은 사람의 죽음은 한결 더 안타깝다. 프란체스코 제3회 회원으로 산청 성심원 납골당에 안치되는 게 소원이어서 내일 그곳으로 와서 묻힌단다. 우리도 코로나 전에는 자주 성심원을 찾았지만 요즘은 그곳 노인들 코로나 걱정에 찾아갈 수가 없었는데 모세가 가까운 성심원에 묻힌다니 죽음이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북이탈리아 트렌토 가까운 가르다 호수 근방 비고 카베디네(Vigo Cavedine)에 사는 마나라(Manara) 가족이 궁금해 모처럼 전화를 했더니, 마리아 피아(Maria-Pia)의 아들 브루노가 전화를 받았다. 자기 엄마 마리아피아는 자리보전하고 누워 요양보호사의 돌봄을 받고 있고 브루노의 큰이모 로세타(Rosetta)가 지난 1219일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2016년 여름에 미루네랑 방문한 로세타와 마리아 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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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세타는 울 엄마와 동갑(100)이었고 자기 모친을 도와 11명 형제자매 뒷바라지 하느라 큰딸로서 결혼을 않고 교사직으로 평생을 보냈다. 엄마가 둘째딸에게는 봉재를, 셋째딸에게는 가사를 할당했단다. 우리 안식년(1997~1998) 때부터 사귄 사이인데 로세타가 90대까지 운전을 하던 건강과 정신력이 놀라웠고, 우리가 그 집에 찾아가면 며칠이고 거두어 주었다


우리를 한 가족처럼 아껴주었던 쟌카를로 신부님이 돌아가시고 이번에 로세타도 돌아가시고 막내 누이인 죠반나의 남편 이시도로, 아래층 살던 형님 부부도 그 동안 세상을 떠났으니 다음 번 그곳을 방문하면 그 집 묘실에 가서야 그들을 만나겠다.


이탈리아에서만도 80년대부터 인연을 맺은 친구들이 세상을 떠나 전처럼 이탈리아를 방문하고 싶어 설레던 마음이 점점 사라진다알프스 친구 마리오와 세레나도 떠나고, 베니스의 카를라와 막시밀리아노도 세상을 떠났고, 다른 지인들도 이승에서는 만날 길이 없다. 지난 2018년 이탈리아 여행에서도 친구들 묘소 참배에 많은 시간이 들었다. 자기가 살던 고향(그곳에서는 고향 떠나면 죽는 줄 안다) 동구 밖의 묘지, 그리고 제각기 가족묘에 평안히 누운 사람들을 만나보면 슬프면서도  평화로웠다. 거기서는 수도자와 성직자도 죽어서는 고향에 돌아가 가족 묘지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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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까지도 이번에 윤석렬을 뽑는 사람은 6개월 안에 자기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을 겁니다.”라고 호언하던 안철수가 오늘 새벽에 윤석렬의 손아귀로 들어갔다! 2012년 말로는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선언하고서는 곧바로 미국으로 도주해버리더니 이번에 극우진영의 집권을 결정적으로 돕는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선거마다 철수에 철수를 계속하다 이번에도 철수했으니 '안철수'라 말고 '또철수'라 불러야겠다.그 사람 아버지가 이름 하나 참 잘 지었다


한겨레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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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는 이런 현상을 이조시대부터 언제나 외세(청나라, 일본, 미국 그리고 다시 일본)를 업고 민족주의를 압살하면서 일제강점, 미군군정, 6.25 전쟁, 두 차례의 군사반란으로 보안사정권, 안기부정권을 거쳐 검찰정권으로 계승되는 '노론세력'의 끈질긴 복원으로 평가한다. 동학혁명, 3.1운동, 제주와 여순 항쟁, 4.19혁명, 부마항쟁과  김재규거사, 광주민주화운동, 6월혁명, 촛불혁명으로 이어지는 민족주의가 어떻게 다시 봉기할지 보스코는 자기 눈으로 죽기 전에 보고 싶단다.


오늘 새벽에 발표된 안-윤단일화로 시국을 염려하는 지인들이 많기에 모든 걸 좋은 방향으로 인도하시는 하느님께 의탁하면서 이재명 후보를 위한 사제단의 기도문을 염송한다. 정치적 증오로 똘똘 뭉친 세태에서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를 위한 기도치고는 참 부드러운 기도문이다. 보스코가 바오로딸 수녀님들과 지난연말에 낸 책을 소개하는 인터뷰도 오늘 떴다. https://www.youtube.com/watch?v=GBz0JWtA9-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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