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731일 일요일. 큰 비


보스코가 대나무를 쳐내서 감동 옆뜰에 던져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못 버티는 순서대로 저 나무의 뒷처리를 한다. 휴천재를 지으면서(1994) 아래층 사는 진이아빠가 저 조릿대를 집뒤 비탈에 갖다 심었는데, 심고서는 전혀 관심을 안 보인다. 그 뒤로 그가 심은 오죽에 조릿대가 조금씩 밀려 감동쪽 비탈로 올라간다. 보스코는 십 수년간 오죽을 돌봐서 문상마을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휴천재 이층 방들이 들여다보이지 않게 생울타리로 발을 쳐 왔다.


조릿대는 보스코한테 쫓겨가면서 한밤에 담을 넘는 도둑처럼 이장네 밭 한가운데도 불쑥불쑥 죽순을 뻗어올려 나까지 밭주인의 미움을 받게 했는데, 며칠전 이장이 예초기를 들고 올라와 자기 밭으로 고개를 내민 조릿대를 모조리 잘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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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저렇게 쳐내고 보스코가 마저 베어낸 산더미 같은 조릿대를 처리하는 일인데, 그것에 대한 관심은 온통 내 몫이다. '나중에 태우겠다'는 보스코에게 '태풍으로 큰비가 온다니 젖기 전에 태우자'니까 하는 수 없이 나섰다. 그래도 남편이 제일 만만하다. 대나무는 탈 때 마디마디 '타닥탁' 딱총 소리가 요란하다. 그 소리를 듣고 드물댁이 올라와 양동이를 엎어놓고 앉아 나한테 훈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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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빵기네가 부산에서 (거제를 들리지 않아) 하루 일찍 휴천재에 왔다. 여행을 하며 맛있는 건 많이 먹었는데 샐러드를 못 먹었다는 작은손주 주문에 루콜라 쑥갓 상추 파프리카 토마토로 올리브유와 발삼식초로 샐러드를 만들었더니 한 접시씩 먹는다. 우리 며느리가 애들 식습관을 잘 들였다.


어제 토요일 오전에는 유난히 물을 좋아하는 두 손주를 데리고 휴천강에 갔다. 물많은 보에 피서온 가족들이 여러 팀 와 있었고 휴가철에도 특별히 어디 갈 형편이 못 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족 단위로 놀러와 텐트를 폈다. 시우에게 사준 3000원 짜리 줄낚시를 고춧대에 묶어 여울에 풀어 놓고 두어 시간 물놀이를 하고 왔는데 얼굴은 빨갛게 익어 보기 좋았다. 할머니가 사준 줄낚시에는 겨우 피라미 한 마리가 걸렸다는데 너무 작은 고기여서 좀 더 크라고 제라늄 화분에 묻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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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285804

오후 4시에 남원 광한루 서문 주차장에서 김 원장님 부부가 시아네를 기다리고 있었다. 2015년 김원장님 부부가 우리랑 알프스 생그랑베르나르를 넘어 제네바 빵기네 집에 들렀을 때 우리 며느리가 맛있는 육개장을 대접해 주었다며, 또 식사 후 호텔로 떠나는 두 분에게 시우가 할머니, 우리 집 넓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주무실 침대에서 네 분이 함께 주무시면 돼요.”라며 만류하던 시우의 초대가 잊히지 않는다며 아주 맛있는 저녁식사와 '춘향전' 공연에 그 가족을 초대하신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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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한루에서 문섐은 우리를 춘향각으로 데려가 저녁에 관람할 춘향전 공연의 사전교육을 위해 성춘향(성시아, 성시우와 종씨다) 이야기를 자세히 애들에게 설명해주셨다. 오작교 다리 밑에는 물반 고기반 잉어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먹이를 구걸하고 있었다


오전에 물가에 갔다 비 땜에 낚시를 맘껏 못해 아쉬웠던 시우는 버들가지에 돌을 묶어 잉어를 잡는다며 물속에 들어가 물고기라도 되겠다는 듯 몸이 절반은 연못으로 들어가 있다. 시아는 관망적이고 대범한데 시우는 모든 걸 살피는 여린 마음이어서 한번 필이 꽂히면 온통 거기에 정신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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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 판소리 극은 어른 아이 누구나 재미있고 쉽게 이해하도록 잘 꾸며져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춘향전 얘기를 모를 리 없지만 스위스에서 낳고 자란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도 별 어려움이 없고 무척 재미있었다고들 한다. 이리 마음 써주신 두 분에게 참 고마웠다. 7년만에 훌쩍 자란 아이들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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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015.8.31)와 오늘(2022.7.30) 문섐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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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의 주일복음 단상: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7098

아침에 함양성당으로 온 가족이 미사를 다녀왔다두 손주가 동네성당에서도교민성당에서도 자주 미사복사를 서는 터라 미사에 열심히 참석해서 보기 좋았다신앙교육은 부모가 도맡아야지 '크면 알아서 성당 가겠지'라고 방치하는 부모는 상당한 책임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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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태풍과 한 쌍으로 엮여 온 큰비가 오늘 종일 내렸다. 대구, 경주, 울산, 부산으로 돌면서 지쳤던지 오늘 오후는 조용히 쉬며 함께 지냈다. 손주도 친구도 더 보고 많이 봐야 더 정겹고 더 살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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