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9일 토요일 맑음 

 

밭과 뜰을 가꾸면서 나는 너무나 많은 적들을 만든다. 울타리에서 환삼덩굴을 모조리 걷어냈다. 넝쿨장미가 이 덩쿨의 성화에 기를 못 펴고 몇년째 그 타령이어서...  막딸은 환삼덩굴이 밀원이 좋아 벌이 많이 모이고 꽃가루도 많다면서 별저항을 않지만 이 식물을 적으로 간주해서 사정없이 걷어내는 내 팔뚝을 이 풀은 사정없이 할퀴고 상처내서 복수를 한다. 잔디밭에 나온 그 많은 잡초들은 요즘의 가믐에 땅까지 말라 있어서 오후내내 증오심을 갖고 호미질을 해댔더니 팔목이며 어깨며 안 쑤시는 데가 없다.


확실히 증오는 사람을 (마음도 몸도) 망가뜨린다. 잡초도 사랑하고, 환삼덩굴도 밀원으로 보여 기특하고, 달개비나 쇠뜨기,새콩이나 쥐방울덩굴,  특히 쑥조차 약초로 보여 고맙게 느껴지기까지 시골생활은 아직 멀기만 하다.

 

어제 저녁에 슬한(瑟僩)이가 방문을 왔다. 슬한이는 김교수의 손녀로 우리가 알기로 미국 가서 사는 아드님의 외동딸이다. 며느리도 함께 방문하였다. 이제 33개월짜리 아기가 얼마나 예쁜지 보스코는 숨넘어가는 표정이다.  할아버지도 손녀가 오죽이나 이뻤으면 손녀 이름을 따서 지리산 도정집 당호를 슬한재(瑟僩齋)라고 지었을까? 당호가 먼저고 손녀 이름이 다음일지 모르지만 어떻든 아름답기 짝이 없는 이름이다.


이 동네 귀촌인사들의 옥호는 우리 뒷집에서 시작되었다. 치병차 그곳에 집을 짓고 살던 어느 교수가 자기 이름자 그대로 득만재(得萬齋)라고 지어서 그때는 우스개가 되었다.

 

우리집은 임보(본명 강홍기) 시인이 휴천강을 따라 휴천재 (休川齋)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글씨도 그가 써주어(토마스 아우님의 목각으로) 지금 대문 위에 붙어 있다. 뱀사골에서 발원한 엄천강이 휴천면에 들어와 흐름이 완만해져서 휴천강이라 불리고 행정구역도 휴천면이 되었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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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씨 댁 소담산방(素潭山房)은 인터넷에서 유명한 곳이다. 소담산방에 뜨는 꽃사진과 지리산의 하늘사진은 그의 소담한 일지와 함께 많은 네티즌들을 방문객으로 두고 있다.

 

아직 이름이 안 붙은 곳은 스테파노씨댁인데 영어에 능통하고 아내를 극진히 사랑하는 마음이어서  한자어로 한다면 점점산방(漸漸山房)이나 점점산방(點點山房)으로 권하고 싶은데 본인들이 어떨지 모르겠다.


 조금 있으면 용식씨댁, 석형씨댁에도 아름다운 옥호가 붙겠지. 마천의 서베드로씨댁은 "지리산 열린 쉼터"라는 아름답고 숭고한 이름을 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