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일 금요일 날씨 흐렸다 개였다

 

추석은 형제들이 아들 며느리 손자 데리고 지리산 보스코에게 모이기로 하였다. 구정은 각자가 지내고, 어머니 제사는 각자 미사예물을 올려 미사를 드리기로 합의한 바 있다.

 

새벽까지 비가 내리더니 날씨가 갑자가 쌀쌀해졌다. 막내 동서가 나물을 준비하고 전을 부쳐온다고 해도 할 일이 한정없이 많았다. (둘째 동서는 모싯닢를 넣고서 송편을 해왔다.)  보스코 부자는 청소를 하고 내가 하는 일을 가끔  거들었다. 그래도 보스코가 가끔 부엌을 들여다보면서 격려를 해 주는 것으로 큰 인심 쓰는 행세를 하였다. ("립서비스를 잘 하면 내무생활이 편합니다." --이기자 어록에서)

 

둘째 시동생(성찬성) 가족이 네시쯤 도착하고 반시간쯤 지나 막내 시동생(성훈) 가족이 도착하였다. 각기 하영이 부부와 아기 정우, 하빈이 부부가 함께 왔다. 큰 서방님은 궁색한 변명을 내세우며 금년에도 결석이었다. 시집식구들을 경원하는 동서의 입김인지, 큰조카 해영이가 5월에 태어난 손녀를 데리고 내려온다니까 보았으면 해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집집이 명절을 망치는 "조당꺼리"(가톨릭교회 용어)가 하나씩은 있게 마련인가 보다.

 

막내 동서는 오자마자 젊은 세대들을 거느리고 진이네 산으로 밤을 주으러 갔다. 보스코가 안내를 맡았다. 반시간 가까이 줍고서도 한 말을 주었다면서 너무너무 행복해 하였다.

 

저녁식사 후 젊은 세대는 이층에서, 우리 세대는 아래층에서 밤늦도록 음식과 술을 두고 환담을 나누었다. 진이네가 형님댁으로 추석을 쇠러 가기 때문에 해마다 아래층도 우리가 쓴다. 역시 명절은 온 집안이 모여 좋다. 진이네는 그 수고롭게 가꾸고 딴 꿀, 그 비싼 꿀을 우리 형제간들에게 주라고 세 병이나 선물하고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