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2일 화요일 아침에 맑은 뒤 종일 흐림

 

아침내내 대청소를 하였다. 두 식구 살아도 청소할 일은 똑같다. 언젠가 서울집 잠깐 세살던 할머니는 "사람은 먼지야."라는 멋진 인간 정의를 내렸다. 사람이 먼지니까 먼지로 돌아간다는 성경말씀은 들었어도, 사람이 먼지로 되어 있어서 어디를 가든 먼지를 털어내어 남들이 청소를 하게 만든다는 의미로 하는 그 말은 처음 들었다.  

 

오후에 뒷계단에서 딴 대추, 며칠 전 팬션 산에서 주운 밤, 앞텃밭에서 딴 호박과 호박닢와 고추와 피만, 동네 아주머니가 준 호두, 삼봉산과 법화산 임도에서 채취한 산초로 담근  짱아찌 등을 꾸려 자그마한 추석빔을 만들어 사돈댁에 부쳤다. 돈으로야 하찮은 물건이지만 내 생활을 나눠드리는 마음에서다. 유림 우체국에 가서 택배로 부쳤다.

 

우리 동네 가까이 마천우체국, 휴천우체국, 유림우체국 세 곳이 있는데 이곳이 가장 친절하고 가격도 제일 좋다. 유림 우체국은 갈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서 나오게 된다. 오늘도 우체국장님이 손수 나와서 알맞는 크기의 종이상자를 구해다 짐을 꾸리고 테이프를 붙이고 튼튼한 끈으로 묶어서 주소 딱지를 붙여 접수까지 해 주었다. 참 성실하고 진솔한 분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러니 안노인들이 온다면 우체국장님을 얼마나 더 좋아하겠는가? 여직원도 퍽 상냥하다. 이 지역에서는 남자들 기질 때문인지 여자들한테서도 친절한 말씨나 음성을 듣기 어렵다.

 

우체국 화장실에 들렀는데 호텔급 화장실이다. 물비누로 손을 말끔히 씼고 비치한 종이수건으로 손을 닦는데 그 종이도 재생지여서 기분이 좋았다. 우체국장님의 친환경 의식을 알 만하다. 고객에게 차와 커피도 서비스하는 것 같다.

 

오늘 새 핸드폰이 도착했다. 며칠 전 2년 이상 사용하고 어쩌구 하면서 공짜로 바꿔준다길래 좋다고  했더니 택배로 도착했다. 그전 핸드폰의 현재까지 요금을 인터넷 뱅킹으로 처리하고, 새 핸드폰에 1000원 주고 옛날 주소를 모조리 입력시켰다. 참 편한 세상이다. 그런데 새 기계의 시스템을 익히려다 보니까 내 머리가 아직도 아날로그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하다. 터득하려면 며칠 간 새것과 씨름해야겠다. 하여튼 우리 여자들은 새것을 좋아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