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1일 월요일 하루종일 흐리고 가랑비      ]

 

아침에 커틴을 젖히면 지리산이 안방으로 들어온다. 비 온다는 예보대로 하늘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지만 점심이 다되어서야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런 날씨를 엄마는 "사흘 굶은 시에미 상"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휴천재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산은 언제라도 아름답기만 하다.

 

       DSC06892.jpg  DSC06943.jpg

 .

 

오후에는 마천을 가다가 마천석재에서 서울 가져갈 불판 돌조각을 두 개 얻고, 우체국에서 빵기에게 보낼 둥글레차를 사부인에게 부쳤다.  우체국마다 택배비가 다른데 유림 우체국이 제일 싸고 합리적인 것 같다.

 

다용도실 앞에는 작년 성탄 때에 샀던 포인세티아가 기특하게도 잘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온실가루이"가 하얗다 눈에 보일락말락 가루같은 나비가 온통 나무를 덮고 있었다. "농약을 확 뿌려버려?" 그래도 참고 목초액에 은행을 갈아넣어서 세번이나 뿌렸는데 아직도 약발이 안 듣는다. 벌레 종류도 많고 농약의 가지나 숫자도 벌레만큼이나 많다. 어느 한 가지로 벌레를 전부 박멸한다면야 농약회사는 모조리 망할 게다.

 

그렇지만 "내가 이래 뵈도 함양농업대학교 친한경학과 학생인데 친환경을 해야지 농약을 확 뿌려버리면 안되지."  하고서 은행을 주워오고 똥냄새나는 물컹 껍질을 일일이 까서 우유병에 넣고 소주 반 병을 부어 넣었다. 잘 발효한 뒤에 10000배 희석시켜 쓰기로 했다.

 

손바닥만한 밭 세 고랑에다 화분 몇 개가 고작인데도 어제는 잡초를 캐느라 낑낑대고 오늘은 벌레 때문에 징징거리고...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