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8.18 흐리고 구름

 

아침 8시 30분 송문교에서 열 명이 집결하였다. 

대장이 정한 오늘 행선지는 법화산 임도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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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보스코, 정토마스 등산대장, 스테파노 선생과 부인 체칠리아씨, 이기자와 부인 글라씨와 딸 안젤라, 토마스2. 가는 길에 뒤지터 나여사를 오도제 입구 SK 주유소 근처에서 픽업하였다. 그래서 일행 11명.

 

차에서 우리 등산팀 이야기를 하다 용식씨네 문상집터 얘기가 나왔다. 감동과 집터를 마련하려다 동네 사람들 텃세에 밀려 강건너로 간 그가 못내 안쓰러웠던 것이다. 나의 한탄에 '오라버니' 왈 "에... 그러니까 동침이 쇄국정책이어서 그랬슴다."라는 한 마디에 차가 흔들리도록 폭소가 터졌다. 동네 방침이 외지인에게 배타적이라는 말을 그토록 유식한 언사로 표현한 농담인데 그의 인정이 묻어난 한 마디였다.

 

우리 여자들은 그를 그냥 '오라버니'라고 부른다, 글라라씨 오라버니다 보니까. 그리고 술을 안 들기 때문에 회식 자리에서 우리 여자들 틈에 간간이 앉기 때문에 그의 자상함까지 얹어서 그를 "언니"라고 애교있게 부르는 사람도 있다.

 

우리 동네 뒷산 법화산 뒷길이 그토록 아름답게 잘 닦여 있는지 몰랐고 한 발자국만 나서면 이런 자연이 널려진 지리산 자락에 살고 있다는 게 모두가 감사드린다는 얘기들이었다. 길도 평탄하여 힘들어 하거나 불평하는 소리도 일체 없었다.

 

오도재 아래편에서 시작하여 잘 다듬고 손질한 임도를 따라서 세 시간쯤 걷고 나니 우리동네 문정리가 눈아래 보였다. 가는 도중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산초열매에 감탄과 환성을 거듭하면서, 일행의 눈치를 보면서 나와 나여사는 틈틈이 산초열매를 따담기도 하였다. 장아찌를 담그려고...

 

점심 시간이 다 되어 우리는 문정리와 휴천강이 내려다보이는 길옆 그늘에 우비를 깔고서 각자가 싸온 도시락을 풀어 점심상을 보았다. 풋고추에 된장은 언제나 기본이고 '우리네 요리사' 스테파노 선생의 돼지고기 두루치기, 글라라의 비빔국수, 그리고 깻닢, 감자볶음, 닭고기와 단무지 볶음, 멸치와 꼴뚜기,  묵은지와 총각김치가 푸짐하였다. 이렇게 푸짐한 밥상에다 대장이 끓여내는 라면이라니... 일행의 기분은 업업되어 막걸리와 칵테일로 한결 좋았다.

 

점심상을 치우고 커피로 마감을 하자 일부는 오던 길을 다시 걷기로 작정하고 일부는 그냥 동네로 내려가기로 하였다. 토마스2, 보스코, 글라라와 안젤라, 체칠리아는 그냥 하산하고 나머지 여섯 명은 다시 임도를 걸었다. 왕복 18킬로미터가 된다나... 오도재 휴게소에서 맥주 한 캔씩을 까면서(?) 행복해하는 얼굴들이란.... 이기자 말마따나 "단순 무식"하게 사는 삶의 행복이 떡시루에서 나는 김처럼 모락모락 일동의 얼굴에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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