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3일 목요일 종일 가을날씨로 맑음

 

아침에 배추를 심었다. 이기자네가 전날 가져다 준 100여 포기를 보스코와 함께 심었는데 심는 시각, 심는 방법, 물주기, 북돋기 어느 것 하나 수월하지가 않았다. 아침보다 해가 기우는 오후에 심고, 먼저 물을 주어 뿌리의 착근을 돕고, 모종을 심은 다음에도 먼저 물을 주고 나서 맨흙으로 북돋아야 한다는데...

 

점심에는 진이네 강남펜션에서 등산팀의 천렵 어탕을 먹었다. 고기는 우리네 "베드로"가  밤을 도와 잡았고 생선의 배를 딴 것도 그였으며 요리는 그의 아내 미자씨가 담당했다. 식구가 스무명은 족히 되었다. 국맛이 기가 막혔다.  산초가 안 들어가 서운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석형씨도 늦게 와서 먹었다.

 

식사 후에는 등산팀의 총무 미자씨가 등산팀의 연락망을 짜고, 회원들의 생일을 남녀 가리지 말고 한 달에 한 차례씩 ("유치원에서처럼") 차려먹기로 결정하면서 생일표를 짰다.

 

이름과 생일을 적어들가다가 효익씨가 아내의 이름 가운데 글자가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던가? 갑자기 여기저기서 "저런 남자 벌 주는 방법"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초안을 잡은 것은 이기자의 "무릎 꿇고 요강들고..."에서 시작했는데 사람마다 한 가지씩 보태자 다음과 같은 중벌이 작성되었다.

 

"걸레 물고, 요강 들고, 무릎을 꿇리되, 엉덩이와 종아리 사이에는 다듬이 방망이를 끼우며, 한쪽 무릎은 장단지까지 옷을 걷어 올리게 하고, 양무릎을 빨래판 위에 꿇리고, 빨래판은  비탈에 비스듬하게 놓는다."

 

스테파노씨가 듣고 있더니 "이건 지옥이 따로 없다. 차라리 지옥에 가는 편이 낫겠다."고 선언하여 다시 한번 웃음바다가 되었다. 효익씨한테도 이런 벌을 받느니 밤새워 아내의 존함을 외우는 편이 났겠다고들 하였다.

 

저녁에는 <지리산 제일문>이라는 현판을 걸어둔 오도재에 올라가서 "백중 맞이 산상 음악회"를 관람하였다. 우리 공소-등산 팀이 제일 먼저(저녁 6시) 도착해서 한가운데 자리잡았다. 우리 부부, 정회장, 이기자 부부와 작은딸(아버지와 단 하루에 천왕봉 등정을 감행한 등산가), 스테파노씨 부부, 용식씨 부부, 석형씨 부부, 뒤지터의 은영씨 부부, 효익씨와 두 아들... 모처럼의 문화생활에 흡족해 하였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용식씨가 오뎅과 소주를 사 와서는 "얼큰하게들 한잔 하고서 음악을 듣는 것은 수준있는 관객의 첫째가는 자세"(?)라고 설명하였다. 

 

진주에서 온 악단 "락"의 풍물놀이, 신유석이라는 섹스폰주자의 종횡무진하는 열광적 연주, 진주에서 온 젊은이들이 비음악공연, 성악(양념으로 들어갔나 본데 아니 들어간만 못하였다. 성악가의 수준 때문이 아니라 청중과 음향과 자리가 그래서...)으로 이어졌다.  강민주씨의 메들리는 관광 다녀오는 시골 동네의 버스 속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았다. 현진우라는 가수의 노래(마지막 프로)를 들으면서 우린 슬슬 자리를 빠져 나왔다.

 

법화산으로 떠오르는 백중의 달은 기가 막혔다. 그 밤의 그 어떤 선율보다 아름다운 하모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