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순란20.jpg    오늘 농업학교에서는 하과장이 사진찍는 법에 대해서 두 시간 약식강의를 하였다. 그냥 셔터만 누르면 되지 하면서 무식이 용기가 되어 팡팡 잘도 찍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와서 내 블로그 사진첩에 올린 사진을 들여다 보았더니 전문가의 눈에는 가관일 성 싶었다. 하기야 옛날에는 새끼손톱만한 사진에 눈코입 다같은 사람이 깨알처럼 박혀 있어도 사진틀에 잘도 끼워놓고 색이 누렇게 바래도록 벽에 잘도 걸어두었는데 뭘....

(옆 사진은 하과장이 휴천재를 방문했을 적에 찍어서 보내준 사진. 한 팔뚝 하는 여자...) 

 

그래도 아는 게 병이라 다음에는 오늘 들은 풍월대로 찍어봐야겠다. 내 사진이라야 대부분 보스코가 찍은 것이고 콤파스로 그린 내 얼굴을 마냥 박으면서도 좋아만 하는 그가 한심하지만...

 

현장실습은 하과장네 감농장엘 갔다. 총무가 감이 떨어지는데는 액상규산을 줘야한다며 가지치는 법, 나무 키우는 법을 강의하였다. 그 일 역시 사진 찍는 법 못지 않기 어려웠고 서울집에 있는 단감나무에 내가 가위질한 게 얼마나 무식한 행동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작년에는 감이 단 한 개도 안 열렸구나!  

 

 

털보 고추 아저씨 (엊그제 찾아온 연식씨)가 스테파노씨 고추 대금(어째 어감이 좀 이상하다.) 이 안 들어왔다고 전화했길래 본인에게 확인하고서 일요일에 이미 입금시켰다더라고 다시 알려줬다. 그 말도 안 믿겼던지 은행에 전화해서 입금사실을 확인하고나서 (자칭) "털보아저씨"가 내게 다시 전화해 입금되었더라고 했다. 나처럼 남을 너무 잘 믿어서 두 번이나 남편의 재산을 날리고서도 남편 앞에서 기도 안 죽고 이렇게 당당하게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대사관저에 처음 맞은 요리사 마리아 아줌마는 나더러 "열댓자 막가지를 사방으로 휘저어도 걸릴 데가 없는 여자"라면서 부러움 반 한심하다는 한숨 반이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꼼꼼히 따지는 사람도 있구나 하였다. 장사는 그렇게 해야겠지.  

 

 

오늘은 어쩌면 내 무식한 용기만 자꾸 들통나는지 모르겠다. 너 아는 게 별로 없으니 좀 겸손해지라는 하루 같다. 이제 보니 보스코가 간혹 내게 "...더구나 겸양하기까지 해요."라면서 비아냥  거리는 말도 일리가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