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8일 화요일 어제보다 훨씬 선선한 날씨, 낮에는 따가왔지만...

 

저녁을 좀 당겨 먹고서 운서 윗터의 용식씨네와 현수씨 댁 집짓는 현장을 찾아갔다. 부지런히 터들을 닦고 있었다. 용식씨는 감동을 이층으로 지으면서 아래층은 살림집으로 준비하는 중인데 효익씨가 와서 함께 일하고 있었다. 3,4층집 올릴만큼 튼튼하고 두껍게 기초를 치는 것 같았다. 

 

지나네  터는 굉장하였다.  동쪽을 바라보고 드높이 치솟은 감동에서는 유림쪽의 동편 산자락들이 다 바라다보였다. 그 옆에는 아랫길 우체통에 "케빈"(영화 "워터월드"의 주인공 케빈 클라인의 사촌?)이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이 축대 쌓고 기초 치고 열심히 용접을 하고 있었다. 그는 꽁지머리에 도사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가 살고 있는 허름한 집 앞에는 언제나 "정숙"이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산허리를 돌아가니 이중의 축대 위에 지나네 집터가 하늘 높이 큼직하게 닦아지고 있었다. 걸어올라가 보았다. 지금의 자리(보스코가 "워터 월드"라고 불러 왔다.) 뒤에도 감동과 집이 들어서는 터닦기가 한창이었다.

 

우리 동네 남정들을 보면 그 성격이나 생활 스타일에 제각기 특색이 있다.

용식씨는 "태평씨"로 이름이 통하는데 지금도 급할 게 없으니 언젠가 집이 지어지리라고 서두르지 않는다. 그 사람 곁에서 밥을 먹으면 나도 평소보다 두 배나 먹게 될 정도로 식성이 좋아서 누구에게나 인기다.

주변에서 "대충씨"로 부르는(그는 언제나 "대충 해두세요."라고 한단다.) 지나 아빠는 거창한 집터와 감동에 더하여 다른 감동을 또 마련하고 있어서 터 닦는데 고수로 보인다. 지난 3년간 내 눈에 그는 언제나 터를 닦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표정이 좀 심각한 아빠를 닮은 세 자녀(대건, 리나, 지나) 특히 지나는 우리 공소 마스코트다.

효익씨는 직업상 "닭-아빠"에다 친구들 공사장의 노가다에다 요즘은 "박사님 아내"의 원거리 출근으로 베비시터까지(우리집에서는 그런 역할을 "엄빠"라고 불렀다.) 하느라 바쁘다.

 

지나네에서 내려오다 보니까 "디셈버씨"까지 합석하여 용식씨 일터에서는 말벌집을 털어서 애벌레와 벌들을 튀겨 먹는 술잔치가 한창이었다. 휘수와 진수는 같은 식탁(작업대) 위에서 뛰어놀고 있었고... 말벌집은 디셈버씨가 털어다 냉장고에 얼려온 것이었다. 벌들이 아직 살아 있었지만 냉동실에서 얼어 힘을 못쓰고 있었다. 애벌레와 말벌을 한마리씩 벌집에서 뽑아내서 구워먹는 장면은 몬도가네(이탈리아 원어는 "개같은 세상"을 뜻하는 MONDO CANE) 그대로였다.

 

내가 아직 이름을 모르는 디셈버씨는 노래방에서 음정 박자를 초월하는 "고래사냥"으로 우리 모두의 마음을 이미 사냥한 젊은이다.

"노지심"으로 통하는 석형씨는 만물박사에다(얼마전 우리집 칼을 몽땅 갈아주었다. "산사람"의 아내가 된 다른 주부들도 칼이 안 들면 그에게 부탁할 만하다.) 집짓는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장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기자는 온 사방에 열심히 "꽃을 심는 남자"이고 그의 탁월한 립서비스는 아내 곁에서 언제나 "꽃을 든 남자"로 돋보인다.

스테파노씨는 열심히 "지어 다는 남자"이다 보니까(이번에 올리는 감동은 멀리서 올려다 보면 장관이다. 보스코는 아크로폴리스 신전의 외양을 갖추었으면 좋겠단다.) 개집도 달아내고 싶다는 말까지 스스로 하였다. 감동에는 무엇을 달아낼 것인가 모두들 궁금할 게다. 그의 유모어가 빠지면 우리네 산행은 영 풀이 죽는다.

우리 대장 토마스는 모두가 인정하는 해결사 맥가이버. 남의 일이면 돕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게 그의 장기다.

(내 남편 보스코에 대해서는 말을 않겠다. 위에 열거한 사업형 작업과는 도대체 거리가 멀고 또 내가 수시로 촌평을 아끼지 않는 상대니까.)

서울 간 김교수님 내외, 이런 사람들 보고 싶어 어떻게 사실까? 건강 잘 보전하다 내려오셔서 함께 살면 좋겠다.

아이 참, 우리들의 "오라버니"(입 안의 혀 같은 그의 자상함에 "언니"라고 불리기도 한다) 전토마스씨가 빠졌네. 이기자네 일터에 가면 이 조수가 늘 보이는데 산행에서 보이는 역사에 해박한 지식이며 그의 입에서 나오는 기막힌 어록을 모으면 언젠가 "문정어록"이 편찬될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