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7일 수요일 하루종일 구름이 무척 많이 낌

 

우리는 아침마다 메주콩 약간 삶은 것을 요쿠르트에 섞어서 먹는다. 오늘도 요쿠르트를 먹으면서 콩을 씹는데 불지도 익지도 않은 콩이 하나 씹혔다. "같은 콩이면서도 꼭 이렇게 불지도 익지도 않은 콩이 한 알씩 있단 말예요. 꼭 찬성이 서방님처럼."이라고 하니까 "왜 순행이 처제 같지는 않고?"라고 보스코가 되받았다. 그러니까 마음에 안 드는 모습은 부부라도 상대방 집안에서 찾아내는 것이 인정인듯 해서 서로 웃었다. 하기야 아이들 어렸을 적에 "너 그러다가는 누구누구처럼 된다."면서 협박할 적에 친정식구보다는 시집식구에서 예를 드는 것이 엄마들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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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콩들이 심겨져 거둔 열매는 원래 심은(우리의 선입견에 들어와 있는) 콩의 모습과 완연히 달라서 의젓하고 우량한 아들들로 자랐다. 내 동생 순행이의 두 아들 비또리와 또찌(현덕, 현웅)도 의젓한 대학생들이고 제부의 조용하고 아량있고 인내심 많은 성격을 고스란히 닮았다. 찬성이 서방님의 두 아들 꼬끼와 쫍쫍이(하영, 하준)도 둘 다 결혼하여 성씨 집안의 모든 남자들처럼 착하기 이를 데 없는 어엿한 가장에다 우수한 직장인이다.

 

씨를 뿌리는 것은 인간이지만 자라고 영글게 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니까 얘기가 다르다. "우리는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모시고 있다는 말은 아예 혼잣말로라도 꺼내지 마라. 내가 너희에게 말하는데, 하느님께서는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녀들을 만드실 수 있다." 세례자 요한이 이스라엘 사람들을 꾸짖으면서 한 말인데, 우리 각자가 아이들을 키워놓고 보면 우리는 운이 좋아서 하느님께 참 좋은 아이들을 배급받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정말 자식 키우면서 우리가 한 일은 별거 없고 하느님 은총 속에 제각기 자기들이 자란 모습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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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송전마을 길을 두 시간 가량 걸었다. 길가에는 보라색 쑥부쟁이가 지천으로 피어 있고 가을이 완연하였다. 여우콩(위의 오른편 사진)도 보았는데 너무 귀엽고 아름다웠다. 다만 감나무마다 꼭지를 가지에 그냥 남겨둔 채로 열매들만 설익은 채로 떨어져 버린 모습과 무슨 병이 들었는지 새까맣게 쭉정이 된 논들이 간간이 보여 안타까웠다. 돌아오는 길에 쑥부쟁이와 산국 그리고 고마리를 한 아름 꺾어와서 방마다 그득하게 가을을 들여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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