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6일 화요일 맑음

 

저 멀리 몽골에서  지리산 문정리까지 시집온 아줌마(34세)의 맏딸 가연이의 돍이다. 애기천사가 기도하는 벽시계와 축의금을 넣어 찾아갔다. 함양읍에 사는 시동생이 백설기를 해서 찾아와 있었다. 시동생에게는 필리핀에서 여자가 시집을 왔다.

 

시어머니 말로는 큰며느리 몽골댁은 부지런하고 마음씨 착하고 알뜰하고... 칭찬이 이먼저만이 아니다. 시어머니가 외국에서 온 며느리에 대해 저으기 만족한 표정이어서 나도 안심이 된다.

 

어머니 말씀인즉, 신랑이 마흔이 넘었고 집안살림도 넉넉치 않아서 결혼을 못했는데 외국에서라도 색시를 데려올 수 있어 다행이란다. 지금은 아들이 공공근로로 산불관리를 맡고 있고 딸이 태어나서 집안이 얼마나 다복한지 모르겠단다. 첫애는 임신 3개월에 며느리가 고추따는 노동을 하다가 흘러버렸고, 그래서 걱정이 태산 같았는데 둘째 가연이가 곧 들어서서 조심에 조심을 하였더니 별탈없이 태어났단다.

 

시아버지는 안 계신다. 며느리 표현을 빌자면, "술 많이 먹어, 담배 많이 피워, 그래서 빨리 죽어."라면서 얼마전 시아버지가 세상을 뜬 정황을 내게 얘기한 적 있다. 참한 며느리가 들어온 셈이다.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전혀 다른 세상에 와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산골 마을에 홀로 떨어진 한 여자. 그래도 피붙이 하나를 등에 혹처럼 달고서 고구마 걷이, 고추따기에 땀을 뻘뻘 흘리는 몽골 여인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에게 가연이의 출생과 존재는 정말 특별한 의미와 보람을 줌에 틀림없다. 가연이가 부디 건강하게 자라기를 빌면서, 언젠가 엄마가 아이와 우리말로 제대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도와 주어야겠다.

 

가연이 할머니가 작은아들이 해 온 백설기 한 조각과 고구마 한 봉지를 주길래 들고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