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723, 맑음


어제 비행기 안에서 꼬마들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햄버거를 사준다던 삼촌의 말에 '이만큼 커? 아님, ~만큼?‘ 헤아리면서 기대가 컸다. 그러나 비행기 출발이 늦어져 숙소 섭지코지에 10시 가까이 들어와서 배는 고팠고, 햄버거로 궁금해하던 꼬마들에게 삼촌과 엄마의 손에 들려있던 음식은 24시간 편의점의 초라한 도시락과 컵라면, 삼각김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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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언변 좋은 삼촌의 설명에 두 애는 즉시 김밥과 음료수에 컵라면 국물에 신이 났다. 나더러 아무것도 준비해 오지 말라던 대로, 여기 섭지코지 휘닉스 콘도에는 새로 리모델링하고는 음식을 해 먹을 수 없게 조처했기에 속수무책이었다.


아침 8시에 콘도 큰방에서 빵고신부가 미사집전을 하고, 시아 시우는 복사. 제일 기분 좋은 사람이 할방이다. 몇해만에 온 가족이 모여 작은아들의 미사로 하느님께 감사드릴 수 있는 자리는 그에게 너무도 감격스러운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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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성산 일출봉 바로 밑에 있는 빵집에서 먹었다. 커피와 빵으로 신나게 식사를 하고 구름이 끊임없이 흐르는 성산일출봉을 오르기로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비오고 바람 불고 날씨가 엉망이라 까페나 맛집 가는 게 제주관광 전부였다고 이엘리가 말 했는데 착한 그미가 온갖 고생을 다하고 악천후까지 몰고가버려 우리는 예상외로 맑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결로 날씨 호강을 했다.


성산일출봉은 마그마가 바닷물 속에서 분출되면서 만들어진 수성화 산채(山砦). 평일이고 관광객도 많지 않아 한가롭게 일출봉 등산을 하고 산위까지 올랐다. 그동안 내린 비로 눈부신 억새밭으로 자란, 커다란 사발 모양의 아름다운 분화구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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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을 돌아 내려오는 길에 시우는 말을 타겠다 하여 풀밭 위를 50m쯤 한 바퀴를 돌고 내려오며 어찌나 자랑스러워 하는지. 시아에게 너도 태워줄까?’ 물으니 내가 애에요?’라며 일축한다. 시우는 아직도 아이고 시아는 이젠 FM형 청소년임을 성산의 푸른기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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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토종닭 특구(特區)’라고 간판까지 걸어놓은 교례리에 가서 치킨 샤브샤브를 먹었다. 우리는 고기를 먹는데 시우는 양파 장아찌만 두어 접시를 먹어치운다. 올해 우리나라 양파 농사가 과잉생산이라 저렇게 먹어치우는 애가 있다는 게 고맙기만 하다.


오후에는 붉은오름에 있는 자연휴양림을 산책하였다. 막 점심식사를 한 후여서 일곱 식구가 삼나무숲을 천천히 걷고, 나무밑 평상에 식구가 함께 누워 삼나무 가지가 서로 손에 손을 잡듯 다정한 하늘을 올려다 보는 등, 두어 시간 한가한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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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문화휴양관에 들어가서는 삼나무 향기가 가득한 휴게실에서 누워 피로한 몸을 쉬며 산림욕에 생전 안 해보던 반신사우나 체험도 했다.두 아이들이 숲과 휴양관 안에서 맑은 소리로 까르르 웃고 내달리는 소리가 눈을 감고 영혼을 쉬게 하는 음악소리로 들린다.


저녁은 아범의 선배네 가족과 만나기로 약속을 하여 낙지해물 국수를 하는 식당에서 만났다. 다둥이 아빠로 네 명의 딸과 막내 사내 아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그 사람은 지구상에 인류에게 이 다섯의 생명을 선물한 것만으로도 큰 기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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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그 가족의 코딱지만한 집(그 선배가 손수 지은 집이다. 일곱 평 집에 일곱 식구가 살고 있다니!)으로 몰려가서 다과를 들었다. 이제 겨우 걷는 막내가 빵을, 야쿠르트를, 아이스크림을 차례로 비닐봉지에 담아 연달아 이층 계단을 아장아장 오르내리며 나눠주는 모습은 웃기다 못해 자못 엄숙하기까지 하다.


고딩2 큰누나의 과묵함, 둘째 군기반장의 잔소리, 다섯 사이에서 영민하게 줄타기를 하는 초딩 3학년 셋째 딸(제주 4.3 글짓기에서 특상을 받은 인재다), 넷째는 자신의 상실감을 보충하여 아빠 껌딱찌로 매달리고, 그 집 장남(다섯째)은 그 부부 양가 할방할망이 눈물을 흘리며 반기셨다니 역쒸, 아들은 낳고 봐야 하는기라!’는 이치가 삼다도(三多島) 제주에서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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