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613일 금요일, 맑음


하루 종일 일하고 나서 피곤한 몸도 밤을 지내며 쉬고 나면 다행히 회복되어 또다른 하루를 지낼 힘이 생겨난다.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낳아준 울 엄마께 고맙다. 그런데 몸뿐 아니라 이 몸에 담긴 내 정신과 생각도 다시 건강하게 회복되는 일을 두고는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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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는 정말 힘들었다. 엄마일로 밤새 못자고, 보스코는 자꾸 이곳저곳 아프다 하고, 오늘 오는 손님에게 드릴 음식 준비도 해야 하고... 더구나 선내과에서 지어준 약을 어디다 놓았는지 모른다는 보스코! 나름대로 그도 자기 소지품과 차 속까지 다 찾았다는데 간 곳이 없단다. 나는 밤 열한시에 혹시 내가 버린 박스 속에 있었지 않을까 싶어 이웃 폐지 줍는 아저씨네 창고까지 가서, 마치 좀도둑처럼 핸폰 플라시로 이곳저곳 뒤져보고 다녔다!


우리 동네는 산동네로 고만고만 가난한 이웃이어서 너도나도 한 푼이라도 생활에 보태느라 공간이 있는 곳마다 각자 폐지 수집장을 두고 있다. 돈도 안 되는 물건들을 부엉이 집처럼 쌓아놓은 이웃들의 속살림이 서글프고, 한밤 중 그곳을 뒤지고 다니는 내 신세가 처량하여 눈물이 날 것 같던 순간 미루가 전화를 해 일 좀 그만하고 적당히 좀 살라고 당부한다. 그게 내게 가당키나 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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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은 못 찾더라도 MRA찍어 달라는 선내과 원장님 소견서는 찾아야 내일 한일병원에 가는데 싶어 다시 소나타를 열어보니 거기. 차 조수석, 보스코 자리에 약봉지가 소견서랑 얌전히 날 기다리고 있었다! 보스코에게 내가 꼭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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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손님이 오셔서 보스코 혼자 병원에 보낸다고 하니 우리 한일병원 주치의김옥련 선생이 바쁜 중에도 병원에 나왔더란다. 보스코를 여기저기 다 모시고 다니며 모든 절차와 일을 다 해결해 주더란다. 이렇게 보스코는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의 보호와 관심과 도움 아래 생존한다. 마치 가여운 아이를 동네 사람들이 함께 돌봐주는 이치다. 아마 하늘나라에서 우리엄니가 성모님께 치맛바람을 엄청 일으키시나 보다. 당신 큰아들 좀 보살피시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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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밝은 태양을 보니 어제 엄마 일로 우울하던 마음은 어둠과 함께 사라지고, 친구가 찾아온다니 다시 기운이 난다. 소피아와 베아트는 보기 드물게 사이좋은 부부다. 아내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성의가 우리나라 음식에 대한 베아트의 각별한 관심으로 나타난다


김치는 물론 들깨 갈아 넣은 머우대, 생선회, 나물, 무짱아찌, 쑥갓, 오이나물, 아욱국... 불고기 두부전골이야 서양사람도 좋아하지만 회사에 출근하는 남편에게 김치볶음밥에다 콩자반을 싸준다니, 즐겨먹는 남편도 싸 보내는 아내도 대단하다. 모든 음식에 대한 도전은 모험심이고, 아내 나라의 음식을 즐김은 사랑인데, 오늘의 식탁에서 베아트의 먹성은 아내 소피아 에 대한 각별한 사랑이 절로 솟아남을 보여준다. 보면 볼수록 기분 좋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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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엄마가 드디어 유무상통의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연락이 왔다. '할머니, 밤마다 돌아다니다 넘어지시면 다치니까 여기 침대를 쓰셔요. 옆에 친구도 있구요.' 요양보호사들이 데려가자 엄마는 순순히 짐을 챙겨 내려가면서 '. 나야 하래는 대로 할께`라며 옷을 갈아입고 입원실 침대에 누우시더란다. ‘내 방으로 가겠다.’고 떼 쓸까봐 걱정했는데 순순히 그 상황을 받아들이셨다는 말에 다시 속이 상하는 내 심리는 또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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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에 보스코가 한일병원에 가서 MRA를 찍었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보스코의 편두통을 알아보자는 의사의 각별한 주선으로 검사를 하는 중이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수유역에 들러 회사에서 돌아오던 빵기를 싣고 함께 왔다. 언제라도, 보기만도 행복한 게 내 새끼


집에 돌아오자 각자 그동안 잘 안 통하던 전자기기에 대한 두 늙은이의 온갖 의문과 요구사항이 쏟아진다. ‘엄빠, 나 어디 안 가니까 순서대로 차례대로 얘기하세요!’ 우릴 구박도 하면서 엄빠의 핸폰과 컴퓨터를 희망사항대로 잘 정리하고 고쳐주고 다듬어주는 큰아들! 기분이 흐뭇했다. 아들이 오면 모든 문제가 일시에 해결된다! ‘역시 아들은 낳고 봐야 하는 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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