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8일 수요일, 맑음

 

오전 10시반, 함양 루시아씨(신학생 어머니) 댁에 왔던 살레시오 김상윤신부의 어머니 막달레나씨가 휴천재를 방문하였다. 함께 차를 들고서 마천 서베드로씨네 성모상 축성식에를 갔다. 본당신부님과 수녀님, 총회장님과 원로이신 노회장님(서베드로씨의 견진 대부이기도)도 오셨다. 문정공소의 수녀님과 정회장을 비롯한 "멧돼지들"이 모두 모여 스무 명 가까운 하객들이 운집하였으므로 노부부는 무척 반갑고 행복한 표정이었다. 마당 큰 바위 곁에 하얀색 커다란 성모상을 축성하고나서 노 부부가 이틀간 마련한 음식(특히 맛 좋던 된장찌게는 서베드로씨가 손수 끓였고, 전은 부부가 함께 마련했단다.)으로 우리 모두에게 점심 대접을 하였다.

 

마천면 가흥리 서정현씨대 성모상 축성 행사 (문종공소 "지리산 멧돼지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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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함양농업대학 마지막 수업을 하는 날이었다. 특강으로 하과장(직급은 계장인데 그의 인품이나 능력으로 보아 과장으로 전혀 손색이 없는 분이어서 내가 "대외직명"을 승진시켜 "하과장"이라고 불러왔다.)이 최근에 일본에 3박 4일 다녀온 일본연수를 우리에게 전해 주었다. 그의 강연 중에 나온, 꼭 새겨둬야 명언명구가 무척 많았다.

 

"마음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발목을 잡지 말고 손목을 잡아 주어라."

"마을의 자원은 주민이다."

"국가보조는 자부담이 크니까 보조사업보다도 각자 능력껏 사업을 해야 한다."

(90년대에 국가보조금만 나오면 자기도 사업을 한답시고 나서서 그 돈을 받아 딴데 쓰고서 파산하고, 연대보증을 세워 남들까지 파산시키고 못 살게 군 젊은이들을 문정리 일대에서만도 여럿 보아서 이 말은 정말 가슴에 절절하였다.)

" 농촌관광에서 시설이나 사는 것을 보고는 한번 오고 말지만 따스한 인정에 끌리면 두번 세번 찾아간다."

(유럽에서 살 적에 보면, 우리가 한여름 휴가를 보내던 알프스 시골의 한 여름 별장을 가보면 십여년간 같은 얼굴들을 보았다. 그들은 수십년간 같은 동네 같은 집으로 여름 휴가를 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주인과  손님이 한 식구다. 휴가를 마치고 떠나면서 이듬해 휴가일정을 예약하고서 떠난다. 우리도 로마에서 지낸 12년간, 열두 번 여름휴가를  한 동네 한 집에서 보냈다.)

 

  우리가 열두 번의 여름휴가를 보낸 알프스 발푸스테리아 트레스카리페리 골짜기

  팬션 주인가족(뒷줄 왼편 끝이 80년대 주인 올가, 그다음 그집 딸이자 새 주인 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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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편일률적 이벤트가 아닌, 나만의 창의적인 독특한 이벤트는 사람들의 문화적 충동을 사로잡는다. 그렇다고 무조건 새것이 좋은 것은 아니고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면 그것을 가꾸고 이어오는 것이 사람들에게 고향을 만들어 준다."

 

종강을 맞아서 이어지는 하과장의 농촌생활 삶의 수칙은 우리가 꼭 기억하고 행동에 옮겨야 할 것들이었다.
"위기란 위기인 줄 모르고 있을 때가 정말 위기다."

"이 땅은 내 것이 아니다. 선대에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다. 단지 후대에게서 빌려 쓰는 것이다."

이 정부의 <4대강 살리기>라는 것이 사실상 대운하공사를 시작하는 것이고 삼천리금수강산 우리 어머니인 가이아(대지의 여신)가 갈기갈기 찢기는 시기에 참 뜻깊은 말들이다. 우리에게 이처럼 훌륭한 교사가 있고 훌륭한 공무원이 있는데 군수님만 모르는 것 같다.

 

   함양농업대학 친환경과의 지리산길 소풍(2009.10.14)과 교수부장 "하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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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농업대학을 재수해서 드디어 졸업하려는 참이다. 이렇게 좋은 하과장님을 만난 것도 우리의 복이다. 또 마지막 수업을 마치면서 그간 사랑하는 아우님 미향(통통 튀는, 잘 여문 쥐눈이콩처럼 귀여운 여인이다.), 어지간히 무던하고 미덥기만 한 영남을 만난 기념으로 함께 저녁을 들고 음악실에 가서 노래도 한 곡씩 뽑고 섹스폰으로 "베사메무쵸"("나한테 키스 엄청해 줘요!"라는 노래말 뜻들을 아나?)도 들었다. 함양에도 이런 라이브 카페가 있다니 우리 "지리산 멧돼지들"하고 한번 같이 찾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