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일 일요일. 하루 종일  대체로 흐림

 

7시에 시작하는 공소예절에 내려가는데 왕산의 구름은 정말 아름다운 수묵화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어제 해야 할 일을 적어둔 탁상메모리를 살펴보았다. "서리거지: 고추 + 고춧닢, 호박닢, 아욱, 피만, 케일." "화분갈이", "꽃잔디 심기"(강영숙씨 농장에서 얻어온 것), "팥, 서리태 구하기", "수세미물 만들기"

수세시물은 무우 깍두기 담그느라 못하고 나머지는 오늘까지 다 한 셈이다. 농촌에서 지루하고 한가해서 어떻게 지내느냐는 도회지 친구들의 질문이 무색하다. 집안에서만 움직여도 만보기로 하루에 1만보라는 기록이 나온다.

 

화분갈이는 10개 정도의 꽃을 분갈이하여 집안에 들여놓았다. (그 흙을 밭에서 퍼나르느라 힘을 썼더니 오후에는 허리가 아파 끙끙거리면서 예의 그 "노벨평화상수상연설"을 했다가 보스코에게 핀잔을 들었다. 억울해서 약을 먹고 허리에 파스를 붙이고서 버텼다.) 실내에는 올겨울 동거할 식구들이 꽤 많아진 셈이다. 작년에 2000원주고 산 이탈리아봉숭아 세 그루는 자그마한 나무만큼 자랐다. 겨우내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화분들을 예쁜 받침화분에 넣어서 보니까 한결 보기 좋다. 사람에게 옷이 날개라는데 꽃화분마저도 받침화분에 따라 저렇게 달리 보이니 "꽃은 화분이 날개다."라는 말이 나올 성싶다.

 

비가 온다더니 새벽녁에 몇 방울지고 말았는데도 날씨는 제법 스산해졌다. 낙엽들이 거센 바람에 훅하고 날라올라서 창문 앞까지 달려왔다가 잔디밭 위로 내동댕이쳐진다. 천일홍(단추꽃)도 이제는 잘라서 드라이플라워롤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오후 3시쯤에는 영숙씨네 "운림원"에 갔다. 사과를 다섯 상자 분량을 사서 가져 왔는데 사부인과 장경애 이사에게 보낼 것을 준비하여 상자로 포장하고, 나머지는 이기자네, 스테파노씨네, 진이네가 한 상자씩 샀다. 20킬로들이 상자당 3만원씩이어서 비록 크기가 고르지는 않으나 모두 양이 많고 싸다고 좋아하였다. 새가 쪼아 먹은 것을  한 상자 가까이 덤으로 받아와서 골고루 나눠주었다. 새들이 쪼아놓은 것은 언제나 더 달고 더 잘 익은 과일이게 마련이다.

 

함양 장에 들려서 미꾸라지를 사 왔다. 어제 무우로 깍두기를 담고 나니 무우청이 남아서 추어탕을 끓였다. 내일 김성용신부님(우리 혼인 주례 신부님이시다.)이 오신다면 대접을 하고 모래 오실 바오로딸 수녀님들도 대접할 참이다. 흑설탕도 네 포를 샀다.

 

날씨가 차지는데 서둘러 가을걷이를 해야 할 텐데... 벌써 11월 초하루다. 보스코 말대로 "죽은 이들을 사랑하는 계절"이다. 다음 주일부터는 동계시간표라 공소예절도 7시 반에 하기로 회장이 통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