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2일, 토요일 맑음

 

오후 1시에 화엄사 앞 "가락원"에서 모임이 있었다. 지리산 둘레길 850리를 걷는 "지리산만인보(智異山萬人步)" 운동의 공동대표들 모임이다. 우리는 실상사 앞에서 도법스님과 수경스님의 도반으로 알고 있는 연관스님을 모시고 성삼재를 넘어서 구례로 갔다.

 

차 안에서 연관스님은 스님들의 수행에 관해서 이것저것 보스코가 호기심으로 묻는 질문에 재미있게 답해 주었다. 많은 점이 천주교 수도생활과 흡사한데 천주교 피정과 비슷한 수행을 해마다 6개월이나 하는 일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동안거, 하안거 3개월씩 두 차례 하는 "결제"는 의무적이고 만약 빠지면 총무원에 "결계"를 제출하는 행사라는 것을 나는 처음으로 알았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 수녀나 수사님들보다 훨씬 철저한 수행의 길을 닦는 분들이다. 특히 곁에서 보살피고 감독하는 사람들이 없이 철저하게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자기와의 싸움인 셈이다. 연관스님은 스님들이 "토굴"을 두는 일에도 사찰 경내가 아니면 부정적으로 보는 듯했다.

 

연관스님과 함태식 선생

DSC08981.jpg   가락원에서 함태식 선생님을 만났다. 피아골 산장을 내려와 광주대교구 "피아골 피정의집" 가까이에 거처를 정하셨는데 40년 넘게 지리산을 지킨 분이다. 산에서 내려오시니까 그곳 강길웅 신부님이 가구와 살림 일체를 당신에게 마련해 주시더란다. 참 고마워하는 말씀이었다. 따님인 노틀담 수녀회 막달레나 수녀님은 우리가 오래 전부터 아는 분인데, 다시 로마에 갔다가 건강 땜에 아주 귀국했단다. "내가 내 멋대로 사니까 자식들도 모두 제 멋대로 살거든." 따님의 수도생활을 한 마디로 규정한 멋있는 말씀이었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환경운동가 윤주옥씨

DSC08986.jpg 윤주옥씨는 이 모임을 이끌고 엮어낸 사람이다. 국시모(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을 하며 이 일을 하기 위해 서울에서 구례로 아예 이사온 사람이다. 그리고 환경운동 관련자들을 사방으로 찾아다니면서 일일이 접촉하고 설득하여 "만인보" 운동을 엮은 것이다. 대단한 일꾼이다. 우리도 그니에게 엮여져서 이 자리에 나온 셈이자만 그니와의 10년 넘는 인연중에  우리가 보아온 그녀는 한결같이 부드럽지만 부러지지 않고 잔잔하지만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인물이며, 그니의 끈기에 감탄할 따름이다.

 

공동대표 10인 가운데 함태식 선생, 보스코, 연관스님, 마산가톨릭농민회 회장 임봉재 선생, 노무현 정부에서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박화강씨, 한국 YMCA 전국연맹 이사장을 하는 윤장현 의사 등 6명의 공동대표가 집행위원들과 함께 회의에 들어갔다.

 

내년 2월말 대보름부터 두 주간마다 "놀토"에 지리산 둘레를 걸으면서 여러 부대행사를 한단다. 모두 22번에 걸친 이 모임에 우리 부부도 열심히 참석해서 (보스코가 교회단체로부터 초청받는 강연날을 빼놓고는) 대자연과 지리산의 중요성과 고마움을 알고 자연을 사랑하면서 서로를 위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리산만인보(智異山萬人步)  공동대표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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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오후 5시에 차보살을 만났다. 백무동에서 여기 휴천재까지 나를 찾아온

까닭은 자기가 담근 김치도 내게 선물하고 특히 그니가 숭상하는 "칭하이 무상사"라는 분의 사상을 내게 소개하기 위함이었다. 간행물 두 점과 비데오 CD를 주고 갔다. 저녁내 그것을 보고 들으면서 참으로 세계 평화와 생명을 사랑하는 대스승(사람들은 베트남 출신의 이 여성을 Supreme Master 라고 부른다.)의 말씀이었다. 정말 단순하고도 설득력있게 호소하고 있었다. 동물까지 포함한 생명의 사랑, 폭력과 전쟁과 살인의 문제, 사회정의와 경제정의, 국제평화를 진지하게 설득하는 말들이었다.

 

차보살도 그 대스승의 말씀대로 가능한 한 적게 먹고, 수행자들이 안 먹는 오채를 포함해서, 계란과 우유를 위시한 모든 생선과 고기를 삼가는 채식을 하고, 자연과 벗하여 살고 있다. 그의 젊은 남편이 아내에게 깊이 동조하여 함께 농사짓고 차를 만들고 효소를 만들면서 지리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대스승의 설득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화엄사앞 가락원에 진열된 다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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