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0일, 목요일  겨울비가 하루 종일 내리다

 

어제 김장이 끝나서 오늘은 뒷정리도 할겸 좀 쉬면서 책을 보려니 하였다. 다용도실(부엌)에서 그제 양글라라씨가 통영에서 사다 준 싱싱한 바지락에서 해금을 빼려고 소금물에 담그면서 며칠 전 송기인 신부님이 집에 오겠다고 하셨는데 오늘 오신다면 조개 스파게티를 해 드릴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서재로 올라가니 보스코가 하는 말, 송신부님이 정신부님과 점심을 들러 오신다는 전화를 받았단다. 나와 송신부님 사이에 텔레파시가 통했나보다.  

 

조개스파게티는 내 경험으로 한국인들의 입맛에 가장 잘 맞을 뿐더러 만들기도 참 쉽다. 더구나 도마도 소스가 없을 때에도 만들 수 있다는 게 큰 이점이다. (산 속에 살면서도 가족에게 맛있는 서양요리를 해 먹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조리법을 아래에 소개해 본다.) 점심은 송기인 신부님과 정영규 신부님, 진이네 부부, 우리 부부 이렇게 여섯 명이 들었다. 흰 포도주를 곁들인 스파게티를 모두 잘 먹었다. 다른 요리를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한 그릇씩 더(bis)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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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 후 정신부님이 산청 성심원에 들르겠다는 말을 해서 나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터라서 따라나섰다. 보스코와 진이네도 따라 나섰다. 보스코는 1970년엔가 (무려 40년 전이다.) 한번 들렀다는데 기억이 거의 없단다. 비도 한창 쏟아지고 있었고 정신부님이 찾아간 이태리인 신부님은 간단히 용건만 마치고 양로원 어느 노인의 입관식을 주례한다면서 급히 영안실로 내려가는 바람에 우리도 성심원 둘러보기를 마다하고 나왔다. 송신부님, 정신부님은 부산으로 떠나고 우리는 함양 숯가마 찜질방으로 향했다.

 

어제 김장한 피로도 풀겸 찜질방을 찾은 것이다. 보스코는 찜질이나 사우나를 워낙 싫어해서(그는 초등학교 4학년까지도 엄마에게 매를 맺으면서  목욕을 할만큼 목욕을 싫어 했단다. 지금 이틀이 멀다하고 샤워라도 하니까  양반이 된 셈인데 로마의 외교관 생활에서 익힌 습관이다.) 이발관으로 갔고(주일에는 그가 마산 남성동 성당에서 강연을 해야 한다.) 이발후 문정 가는 버스를 제 시간에 잡지 못해서 우리가 있던 숯가마로 와서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조개 스파게티 요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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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스파게티: (중간 굵기) 1인분에 100그램 정도 계산

                (다른 요리가 없으면 130 그램 정도)

조개: 싱싱한 바지락이 최고. (껍질 합쳐서) 2킬로그램 정도

올리브유: 100cc

물: 400cc

파슬리 한 단

마늘 1개

청량고추 3개

밀가루 3테이블스푼

 

[요리]

(1) (살아있는 싱싱한) 바지락을 3~4시간 동안 적당한 소금물에 담가서 해감(해금)을 뺀다.

(2) 조개를 씻어 400cc의 물을 넣고 조개가 입을 열 때까지 삶는다. 너무 오래 삶으면 조갯살이 질기다.

(3) 그 물을 좀 식혀서 조개를 흔들어 남은 해감이 나오면 해감을 흘려내고 조개를  건져낸다.

(4) 조갯살이 떨어져 나온 것은 조개살만 꺼내고 떨어져 나오지 않은 것은 껍질채 요리한다. (껍질은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떼어낸다.)

(5) 조개 삶은 물을 가만히 따라놓는다. 해감 등 찌끼는 버리고.

(6) 커다란 후라이팬이나 냄비에 청량고추(마른 것이면 더 좋다)와 마늘을 저며 넣고 올리브유를 넣어 마늘이 익을 때까지 볶는다.

(7) 그 냄비나 후라이판에 조금 전에 따라놓은 국물을 약간 넣어 밀가루를 푼다. 부르르 끓으면 앞서 건져 놓은 조개와 조갯살을 넣고, 파슬리 잎을 따서 넣고 얼마 동안 끓인다.

(8) 동시에 스파게티를 삶는다. 4리터 물에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올리브유 한 방울을 떨어 뜨리고서 끓이되 물이 펄펄 끓으면 스파게티 국수를 넣고 8분 정도 삶는다.

(9) 국수를 건져서 소스가 끓고 있는 후라이팬이나 냄비에 넣고 비벼서 국수에 소스가 배게 한다.

(10) 접시에 스파게티를  담고 남은 파슬리는 접시 위에 뿌려서 식탁에 낸다.

 

[주의]

(1) 조갯물 자체가 짜기 때문에 조개를 삶으면서 따로 간을 하지 않는다.

(2) 국수는 삶을 물을 끓이면서 소금을 넣어 삶는 동안 국수에 간이 배게 한다.

(3) 삶은 스파게티 국수를 물에 씻어서는 안 된다.

(4) 국수가 약간 설익었다고 할 정도에서 꺼내서 소스와 볶아야 접시에 내갈 때에 너무 퍼지지 않는다. (이탈리아인들은 푹 삶은 스파게티 먹기를 무척 힘들어 한다. 그들은 약간 설익은 국수를 Spaghetti al dente[씹히는 국수] 라고 하여 선호한다.)

(5) 소스 볶을 때에 물기가 너무 없으면 국수삶은 물을 한컵 쯤 남겨 두었다가 소스에 첨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