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6일, 일요일, 맑음

 

호천네 집에서 아침을 먹고 8시 반에 천안으로 떠났다. 올케 정분씨가 정성스레 아침밥상을 차려주었다. 사과케익, 고구마, 삶은 계란, 사과와 배와 야콘, 커피 우유... 거의 지리산 우리집에서 먹는 아침밥 수준이다. 그저께 심한 부정맥이 와서 힘이 파하고 푸석한 얼굴인데도 바탕이 착하고 비단같고 한결같다. 우리가 로마에 있을 적에 해외공관장회의가 있어 귀국할 때마다 정부가 제공하는 호텔을 마다하고 호천네 집에서 열흘 가까이를 묵곤 하였다. 동생도 착하고 따뜻하지만 무엇보다도 올케가 상냥하게 대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 전씨 집안의 "화덕" 올케 정분씨

DSC03827.jpg 빵기도 우리가 로마에 있을 동안에는 이 올케한테 있었고 빵고도 수도원 휴가 때에는 이 외삼촌댁에 와서 묵었다. 내 여동생 순행이네 아들들도 귀국하면 언제나 이 삼촌 댁에서 묵다가 갔다. 오빠네 말성꾼 아들도 가출중에 유일하게 도피처로 찾은 곳이 이 삼촌댁이다. 내 여동생 순행이는 가족과 모든 것을 단절하듯이 살아가면서도 이 올케랑은 한시간 넘어 긴 통화를 곧잘 하고 서로 오가는 사이니까 그니가 가족과 이어지는 유일한 끈이 이 올케인 셈이다. 참 고맙다. 어느 집안에나 우리 올케 정분씨 같은 따스한 "화덕"이 하나씩 있으면 좋겠다. 그 주변으로 집안사람들이 두루두루 모여서 인정의 불을 쬐는 화덕 말이다.

 

 

 DSC08905.jpg 천안에 도착하여 보스코가 강연하는 신부동 성당을 찾아가니 건물은 신축중이어서 지하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미사 중 강론 시간에 보스코가 "죄의 용서를 믿으며"라는 사도신경 구절을 갖고서 특강을 하였다. 우리가 과연 정말 죄의 용서를 믿는지 성찰하게 이끌었다. 우리한테 불행이 닥치면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를 따지고, 옆사람이 불행을 당하면 죄값으로 받는 벌이려니 하면서 손가락질하는 우리 심경을 지적하면서, 고백실에서 고백하고 참회하고 결심하는 것만으로 하느님의 용서를 받는 신앙인의 특전을 깨우쳐 주었다.  

 

점심은 주임 김정수 신부님이 신부동 성당 사목위원, 수녀님들, 보좌신부, 대전에서 올라온 방석식씨 부부, 대전교구에 두 아들을 사제로 바친 부부 등을 중국집으로 초대하여 격식있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였다. 김신부님도 "죄의 용서를 믿으며"라는 사도신경 구절을 처음으로 심도있게 성찰하셨다는 얘기를 하였다. 김정수신부님은 보스코를 극진히 예우하셨다. 

 

천안 신부동 성당 김정수신부님과 사목위원들과 함께

내 왼편이 보스코의 동창이자 대자인 김종수씨, 그리고 친구 법무사 방석식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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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어제부터 보스코를 재워주고 먹여주고 성당까지 데려다 준 종수씨의 BBQ 가게에 들렀다. 그랬더니 부인이 통닭을 두 마리나 튀겨서 싸주었다. 언제 보아도 후덕한 부인이어서 친구들은 종수씨가 처덕을 많이 본다고들 한다. 돌아오던 길에 덕유산 휴게소에서 살짝 올려다본 남덕유산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집이 가까워올 수록 네비게이션에 "우리집"으로 찍힌 지리산집이 마음을 더 설레게 한다. 32년을 살아온 서울집이 시샘하지나 않을까?

 

오는 길에 "지리산  멧돼지들"에게 번개팅 소집을 진이엄마에게 부탁하였다. 7시에 모인 식구들은 진이네 부부, 스테파노씨 부부, 오라버니, 우리 부부 이렇게 모여 닭고기와 맥주로 환담을 나누었다.

 

 올 겨울 처음으로 눈을 쓴 남덕유산 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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