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일 수요일, 날씨 대체로 맑음

 

산행하는 날이다. 지난번 벽소령에서 입산금지 위반으로 입산시인서를 쓰고서 벌금과 소명을 기다리는 우리 대장은 군기가 바짝 들어서 등산하고 싶은 모든 산에 대해서 전화로 확인까지 하고  오도재에서 팔령재까지의 임도산행에 대해서 군청에 문의하였단다. 그래서 함양군청 산림담당에게  불을 안 피우고 임도만 걷는다는 조건으로 허락을 받고 담당자 연락전화번호까지 확보한 터였다. 역시 우리 대장답다.

 

오랫만에 9명이 함께 나왔다. 특히 이기자의 재담과 스테파노씨의 농담은 우리 산행에 언제나 윤활유가 된다. 그동안 그들이 간혹 빠지는 바람에 얼마나 허전했던가! 팔령재에서 시작하여 12킬로미터 되는 길인데 완만하게 오르내려 3시간 반쯤 걸었다. 오도재를 2킬로미터 남겨두고 12시 30분에 도시락을 먹었다.

 

오늘도 9명의 꿈쟁이들이 꿈속 같은 산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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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가 솜씨껏 정성껏 싸온 반찬을 나누어 먹는 우리의 즐거운 식사시간! 역시 이 시간은 우리에게 가장 기다려지고 행복한 시간이다. 비상식량을 들고 식사시간마저도 줄인다는 전문산악인들이 본다면 우리가 밥먹으로 산을 가는지, 산을 가려고 도시락을 싸오는지 분별하기 힘들겠지만 우리는 하여튼 이 시간이 좋다.

 

글라라씨와 체칠리아씨, 보스코(중간에 북경에서 전화가 와서 무슨 문서를 급히 보내야 했다.) 그리고 차를 운전할 사람으로 나 이렇게 4명은 오도재로 마저 가서 대장의 차량으로 집으로 왔고 나머지 5명은 3시간 산행으로는 성에 안 차서 다시 팔령재로 걸어내려갔다.

 

꿈을 꾸는 문정리 소녀들 순란, 점순, 성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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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보스코라는 꿈을 선택했고 지금 보니 선택은 옳았다  

 

우리 세 여자는 집에 와서 다리를 죽 뻗고서 커피와 간식을 들으면서 수다를 피웠다. 영국 음악계에 신데렐라로 등장한 수전 보일의 음악도 감상하였다. 여자 폴포츠라고도 하여 폴라라고 불린다는 그 못난이 여자가 전세계인들의 귀와 마음을 움직인 까닭이 무엇일까? 그것은 누구도 꿈을 꾸면 언젠가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전파하는 데 있는 것 같다. 어렷을 적에는 학습지진아로 통했고, 엄마의 병을 간호하느라 학교도 못다녔다는 48세의 뚱뚱보 아줌마가 말이다!

 

그니의 등단노래(레미제라블 주제가 I Dramed a Dream) 노랫말대로 "지나간 세월 나는 꿈을 꾸워 왔네. 희망은 높다랗고 인생은 살만하다고. 사랑은 속절없이 꺼지지 않는다는 꿈을 간직했고 하느님은 용서하시리라고 기도했다네...." 그렇게 꿈이 이루어져 본인도 행복하고, 그니를 바라보는 그 숱한 꿈쟁이들이 또한 행복한 듯하다.

 

폴포츠도 가난한 셀러리맨에서 일약 세계인의 가수요 성악가로 자리잡았다나. 같은 브리튼 갓 탤런트라는 도약의 발판을 뛰고서.... 인터넷에서 폴포츠의 "그라나다"를 들어보았는데 그 가창력이 놀라웠다. 기교는 세련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야생마의 신선함이 시청자들을 압도하는 듯했다.

 

나도 꿈을 꾸자, 꿈을 꿔! 아니, 지리산의 내 새로운 삶이야말로 꿈이 아니고 무엇인가? 도회지의 각박한 삶을 살면서 오랫동안 그리던 꿈의 실현 아니고 무엇인가? 그 꿈이 이루어진 마당이니 행복하지 아니한가? 남들이 아파트와 사무실 콘크리트 상자곽 속에서 생존과 씨름하는 시각에 우리는 지리산 자락을 걷고 있지 않은가? 서울에서는 형제간 친구간이라도 한 달에 한 번도 만나기 어려운 사이인데 우리끼리 한 주간에 두세 번 만나고서도 더 보고 싶은 사이 아닌가? 병마로 신음하던 벗들이 신선한 공기와 건강한 음식과 다정한 친구들 사이에서 회복되어 감을 내 눈으로 목격하고 있지 않은가? "하느님의 꿈은 우주의 창조로 드러났고 우리의 꿈은 영원한 삶으로 피어난다."  보스코가 자주 하던 말이다.

 

 꿈은 아름답다. 그리고 지금 우리네 문정리 삶이 곧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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