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7일 금요일 날씨 구름이 엷게 끼어 대체로 흐림

 

차보살이 이웃집 할머니가 농사를 지었으나 팔지를 못해 쩔절매는 야콘을 팔아달라고 두 상자를 가져왔다. 한 상자에 3만원씩. 상품으로는 크고 좋았다. 혹시 농약이나 비료를 주었을까 염려했더니 차보살 자기가 친환경 무농약 무비료 농사를 짓도록 이웃들을 계도하고 있어서 유기농 농사로 지은 것이니까 안심하고 먹으란다.

 

오늘은 선물을 많이 받았다. 먼데로는 이탈리아에서 화가 장혜숙씨가 자기 농장 올리브에서 거두어 짠 올리브유, 함양 "연싯골"(http://blog.daum.net/8487) 우정옥씨가 무우와 고구마 한 상자, 차보살의 야콘... 푸짐하고도 인심 좋은 지리산 삶이다.

 

 차보살과 차 한 잔                                                   우정옥씨가 보내준 고구마와 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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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보살은 채식주의자로서 오채까지도 안 든단다. 지구의 온난화와 식량문제, 부의 불평등 모두가 고기 먹는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단다. 그니의 신념이 그래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채식으로 식사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듯하다. 나도 지리산에 들어와 살면서는 육식이나 생선을 좀처럼 안 먹게 되고 조금이라고 먹을라치면 속이 여간 불편하지 않다. 차보살의 말로는, 사람들이 함께 사는 게 극락이고 극락이든 지옥이든 사람 생각에 따라 다르기에 자기는 늘 욕심없이 행복하게 산단다. 그니의 화장끼없는 얼굴은 정말 투명하고 맑고 행복하게 보였다. 내가 아는 화가 김승림씨의 얼굴 그대로다. 그이도 채식주의자고 결혼했지만 금욕을 지키고 천상천하의 모든 생명을 사랑하면서 정신지체자들의 미술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얘기하는 중에 내가 하도 깔깔거리고 잘 웃으니까 차보살이 나더러 보현보살이란다. 보현보살은 아름답고 밝고 명랑하여 사람들을 기쁘게 하므로 사람들이 누구나 그 보살을 만나보고 싶어한단다. 나도 그렇게 살라는 말 같다.

 

면에 가서 건강체조("부끄부끄")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엄천교회 목사님이 아침 일찍 우리 집에까지 오셔서 당신 교회에서 침과 부황으로 봉사를 하니 와 달라는 초청이 있었기에, 엄천교회에 들렀다. 무릎과 허리 치료를 받았다. 침은 젊은 여자가 해 주었지만 사혈과 부황 뜨는 일은 82세나 되는 장로님이 했다. 처음 시작하면서 내 손을 잡고 내 병의 쾌유와 우리 가정의 행복까지 기도해 주셔서 가슴이 뜨겁고 고마웠다.

 

저녁은 고구마와 우유로 간단히 하고 산청간디학교를 찾아갔다. 7시부터 "지리산만인보" 준비행사로 문화행사를 곁들이는 회합이었다. 우리 "지리산멧돼지"들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체칠리아씨가 함께 갔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마음의 여유가 있는 그녀가 참 좋다. 50여명이 간디학교 도서관에 함께 모였는데 각자 자기 소개를 하면서 보니까 여러직종에 근무하면서도 지리산과 환경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분들이어서 감명을 받았다. 보스코는 함양환경운동연합인가 함양땜 반대운동의 고문이요 "지리산만인보"의 공동대표로 추대되어 있었다.

 

고문에다 공동대표에다...                                     "지리산 시인" 이원규 시인의 시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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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시인"으로 알려진 이원규 시인의 시낭송, 이호신 화백의 지리산 그림 슬라이드, 함양에서 온 국악인(지리산을 등산하다 몸을 다쳐 휠체어의 신세가 되었단다, 20여년전) 김기룡 선생(함양에서 슬기둥이라는 국악원을 한단다)의 대금 연주가 일품이었다.

 

사회자의 결론 중에 "하느님은 항상 용서하신다. 사람들은 가끔 용서한다. 그런데 자연은 [자기를 파괴하면]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는 말에 가슴이 덜컹하였다. 그러니 죽어도 4대강을 파헤치겠다는 주장은 마음을 한없이 슬프게 하였다.

 

김기룡 선생의 대금은 사정없이 유린되는 지리산 마고할머니의 신음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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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멧돼지들"도 내년(2월 28일부터 2011년 3월 12일까지 격주로 "놀토"에 행하는) 지리산 850리 둘레길 걷기에 참석하는 것으로 이 운동에 마음을 함께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