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5일, 수요일, 밁음

 

오전에 차청소를 하려다 보니까 뒷좌석 오른편 바퀴가 펑크 나 있었다. 보스코를 불러 바퀴를 갈아달라고 했더니만 얼마나 끙끙거리면서 힘들어하는지....  바퀴를 빼려고 나사를 돌리는데 그 체중에 아무리 재키 위에 올라서서 굴려도 돌아가지를 않는다. 하는 수 없었는지 작은 도끼로 두들긴 다음에 올라서서 굴리니까 나사가 풀렸다. 끔찍하다. 그로서는 처음으로 내 차의 타이어를 바꾸는 셈이었다. 어쨌든 해내기는 해냈다.

 

그 동안 산에 간다, 푸성귀 실어나른다, 온갖 물건을 나르던 터라서 트렁크와 내부가 너무 지저분해서 토요일의 상경을 앞두고 때 빼고 광낸 셈이다. 보스코는 곁에서 참 좀 그만 닦으라고 잔소리다. 쓰레기더미에서 살아야 행복할 사람을 결벽증 환자(?)와 묶어놔서 비극일까? 그의 총각시절 오픈하우스 때 찾아가 본 그의 혜화동 기숙사 방은 무척 깔끔했는데 결혼하고 아내가 다 해주니까 나 몰라라 변한것일까?

 

2시에 함양읍에 나가 차에 기름 넣고 외부청소하고 스피트메이트에서 엔진오일, 필터 교환하고 펑크난 바퀴 고치고 스페어는 제자리에 놓고 하니 3시였다. 바퀴에는 못이 박혀 있었다.

 

3시부터 함양농업대학 졸업식을 한다고 사각모를 쓰고 가운을 입고 개인사진을 찍었다. 군수님 말마따나 국립대학 아닌 군립대학을 나온 셈이니 품위를 지켜 밭에서 내 할 일을 열심히 또 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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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을 줄 만한 일마다 "선거법 위반"을 내세워 그냥 넘어갔다. 핑계 하나는 끝내주는데 오히려 그래서 "내가 일등상을 받을 차례였는데 선거법 때문에 못 받았다."라고 졸업생 각자가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어서 나름대로 좋았다.

 

 전순란.jpg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축하를 한다고 보스코가 스테파노씨 부부와 함께 졸업식장에 왔다. 내 하객이 네 명이니 제일 많은 셈이다. 그 동안 가까이 지낸 친구들이 졸업장과 함께 받은 장미 한 송이씩을 나한테 몰아주었다. 네 송이였다.

 

몰랐던 것을 배운 것도 좋았고, 좋은 친구들을 사귄 것도 좋았고, 농사라는 전혀 다른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것도 좋았다. 비록 나이들어서지만 새 인생을 이곳 함양에서 시작한 터라서  함양농업대학에서 배운 지식은 정말 유익한 것이었다. 군수님 얘기로는 내년부터는 귀촌농업과도 신설한다는데 다시 한번 배울까 보다. "하과장님"의 성실함과 열성, 좋은 강사님들의 열성, 함께 배운 언니나 아우님들의 따스한 인정이 마냥 그리울 게다.

 

 강영숙   ("운림원")                                                박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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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남 ("행복한 사과농원")                               우정옥 ("연싯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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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고 나서 가까운 한식집에서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다들 고마운 사람들이다. 스테파노씨와 체칠리아씨는 만나면 만날수록 정말 따뜻한 사람들로 느껴진다. 저녁기도에 올라온 진이엄마는 고급 화장 파우다를 졸업선물로 주었다. 이렇게나 사랑받고 아낌받으니  지리산의 삶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으며, 다정한 이웃들 없이 어찌 내가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인가? 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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