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3일 금요일. 날씨 대체로 맑으면서 황사가 짙음

 

새벽 한시에 들어와서 늦잠을 자다 아침 7시 반경에 눈을 떴다. 간밤에 소나기와 천둥소리를 들었는데 그래도 내다보니 밖은 맑게 개어 있었다. 우리집 단감나무의 감들도 제법 굵어져 있었고 색갈도 누렇게 맛을 들이고 있었다. 재작년에는 수백개가 열렸고 작년에는 단 한 개도 안 열렸다. 올해는 50여개가 달려서 익어가는 중이다.

 

뒷산도 앞산도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였다. 집안 뜰에도 국화와 산국이 화려하게 피어 있다. 대개는 사오거나 선물들어온 화분 국화를 마당에 심은 것이 살아남아 가을마다 나를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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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이동집 뜨락의 가을                                       화분에서  옮겨심겨져 해마다 꽃피우는 국화

 

함양 운림원의 강영순씨 집에서 사온 호박고구마 6상자 가운데 호천이네가 두 상자 가져갔고, 나머지는 동네사람들에게 나눠줄 몫이다. 영심씨가 전화로 세 박스를 사달란다. 오후에 말남씨에게 말린고추와 고구마상자를 전달하고 얘기하다 돌아 왔다. 내가 지리산에 멀리 떠나 있어도 동네 일은 잘 돌아가고 있었다. 억척같은 말남씨의 좌충우돌 투쟁 덕분이다.

 

영심씨가 한 턱 쏘기로 해서 그 부부와 우리 부부가 함께 우이동 솔밭옆 <춘천막국수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이 솔밭을 지키자고 싸우던 80년대가 생각난다. 이북오도민 모임이 해마다 열리던 솔밭에 집을 지을 욕심에서 소나무에 구멍을 내고 약을 부어 넣어 죽여가던 땅주인들! 그 담엔 무슨 건축회사에서 사들였다기에 다시 싸워 고급빌라 건축을 막았다. 결국 서울시가 솔밭을 사들였고 강북구가 지금은 쓸만한 시민 휴식처로 꾸며 놓았다. 송영심씨와의 20년 넘는 우리 우정은 그녀의 착함에서 유래하고, 그녀가 이웃으로 살고 있어서 서울은 내가 올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