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0일 목요일 아침에 구름 많았으나 낮에는 아주 맑았음

 

아침 7시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뱀사골 산행을 갔다.

 

뱀사골 계곡물을 보자마자 셋은 물속으로 뛰어들어 온 몸을 물속에 담그고 다슬기를 잡았다. 그렇게나 즐거워하며 까르르 까르르 웃는 소녀들, 도대체 누가(어떤 사내놈들이) 그들에게 그토록 힘겨운 인생의 짐을 지워왔을까?

 

이문자 선생은 나랑 그늘에 앉아서 그들의 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가다 쉬다 놀다보니까 뱀사골 탐방길 3킬로미터를 걷는데 무려 세 시간이 걸렸다. 와운리  와운산장에 올라갔다. 오랫만에 만난 산장지기 아줌마는 좀 한가한 까닭인지 오늘은 밝은 얼굴이었다. 산채정식을 먹었는데 광어조림을 해주었다. 지난번 왔을 때 고등어 조림이라도 해달랬더니 남편에게 "여보, 또랑에 가서 고등어 좀 잡아와요."라더니 오늘은 또랑에서 광어가 잡혔나보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천년송에게 배꼽인사를 하고 그 곁의 처량한 찌질이 할아버지 소나무 밑에 놓아둔 평상에서 딩굴고 금효는 자고 하면서 한 시간 반이나 한가롭게 시간을 보냈다. 오솔길을 천천히 걸어오면서 금효는 도토리를 두 됫박은 주웠다. 

 

실상사에서는 6시에 공양을 한다는 전화를 받은 뒤에 서둘러 도착했다. 도법스님을 만나 인사를 드렸더니 "만나자 이별이네요."라고 하셨다. "만나고 이별하고 다시 만나고... 이게 윤회가 아닐까요?" 라면서 웃으신다. 김혜경씨도 만나서 반가웠다. 지리산 땜 때문에 16일에 데모 행진을 하잔다. 참 씩씩한 사람이다.

 

공양을 마치고 우리는 아쉽지만 포옹을 나누면서 서로 헤어졌다. 금효, 순재, 순옥은 금효의 차를 타고 전주로 떠났다. 거기서 기차로 서울로 간단다. 이문자 선생은 약속한 사람들을 만나서 실상사에서 하룻밤 보내고 내일 "지리산 도보 순례"를 하기로 남았다.

 

"가거라. 잘들 가거라. 씩씩하고 건강하게들 살아라. 머리가 자꾸만 아파서 CT 촬영을 해야 한다는 순재에게 별일 없기를 기원한다." 저녁기도에서는 이 일행을 위해서, 쉼터의 가슴아픈 기억을 남긴 그 여러 여인들을 위해서 두 손을 모았다. 진이엄마는 기도를 마치고서 "우리를 두들겨 패지 않는 남편들에게 배꼽인사를!" 하면서 아랫층으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