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일 금요일, 날씨 맑음

 

정형석 목사님의 마지막 강의가 있었다. 그분은 강의를 하면서도 앞뒤 좌우로 뛰고 모든 제스처가 크고 정열적이어서 맨 앞 책상에 앉은 병순씨는 그때마다 움찔움찔한다. 오늘도 강의 도중  등장인물이 “발을 이렇게 올리고” 하면서 병순씨 책상에 발을 턱 올리니 병순씨 얼굴이 얼마나 난감하던지 그만 내가 자지러지고 말았다. 목사님의 모든 언행은 진솔하여 설득력 있고 언제나 타인에게 희망의 가능성을 심어준다.

 

그가 사회복지사업을 시작한 것은 가난한 장애인들을 위해서 사랑을 베풀고 그들을 지지하고 그들을 “긍휼히 여긴다면”, 그들이 갚을 게 없을 테니까 하느님의 복이 자기에게 올 꺼라는 믿음에서였단다. 그러나 사회복지사업을 하는데 걱정되는 일이 있었단다. 첫째는 “나 같은 사람에게 과연 누가 시집을 올거나?” 둘째는 “평생을 그들처럼 그렇게 가난하게 살 수 있을까?” 세 번째는 평생을 바쳐야 하는데 그 일에 비전이 안 보이더란다.

 

그가 그런 마음을 먹던 해에 처녀를 하나 만났는데 처녀는 법무부 공무원으로 있으면서 한국대학교선교회(CCC)에서 성경공부를 지도하고 있었단다. 다니는 교회에서는 주일학교도 지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만난 지적장애인 “영자”라는 처녀(21세)가 늘 그 선생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다가 어느 날 한복 한 벌과 성경책을 싸들고서 그니와 함께 살겠다면서 그니를 찾아왔더란다. 그래서 영자와 그니는 손을 잡고 파아란 하늘을 쳐다보면서 영자까지 데리고 함께 살아줄 남편감을 보내달라고 기도했단다. 여러 사람이 이런 두 여자를 보고서 걱정도 많이 했단다.

                                                                                                                                                                   억세게 운수좋은 사나이

무제-5.jpg 그때 우연히 밀알선교단 소식지를 본 처녀가 목사님을 찾아왔더란다. 그래서 밀알선교단 안내를 해 주고 하다가 사귀게 되었는데, 둘이 사귀는 얘기를 들은 처녀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쳤단다. “그 총각 월급은 얼마나 받나?” “평생 자원 봉사하는 사람으로 살 겁니다. 그 사람 월급이 없으니 제가 직장생활하면서 벌어 살 겁니다.” “집은?” “집 없으면 교회에 가서 철야기도 하면서 살죠.” “그럼 뭘 먹고 살래?” “양식이 없으면 금식기도하며 살면 되구요.”

 

기가 막힌 아버지가 총각을 한번 보자고 해서 만났는데 아버지가 술을 권하자 “고2 때 목사 되기로 마음먹은 후 단 한 번도 술도 담배도 입에 대 본 일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더니, 그 말을 듣고서는 처녀의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딸의 결혼을 허락하시더란다. 집은 처가에서 얻어줬으니 그야말로 복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셈이었단다.

 

그 뒤 1992년 밀알선교단 법인설립을 위해 1년 기한으로 10억 모금을 했는데 한 해가 다 가도 9천 만 원밖에 모금을 못 했단다. 그런데 미국에 살던 어떤 목사님이 하느님의 사업을 위해 쓰기로 작정하고, 가난구제에 쓸까, 복지에 쓸까 고민하던 중 밀알선교단의 소식지를 보고서 부모로부터 받은 유산인 전 재산을 기부해주셨단다. 한의사 선생님 한 분은 500평 땅을 샀다가 하느님의 사업에 쓰겠다고 맘먹었는데 밀알선교단이법인 설립을 위해 땅 500평이 필요하다는 말에 그대로 땅을 내어주셨단다. 또 법정스님 같은 어떤 목사님이 교회가 부자로 살면 안 된다면서 교회 지을 돈 300억을 들여 밀알학교를 지어주었고, 정작 당신은 일요일에만 밀알학교의 체육관을 빌려서 예배를 보고 해매다 1억원의 임대료를 낸단다. 그래서 밀알선교단은 지금 자산 1000억 원에 직원 600여 명, 1년간 경비 400억을 쓰는 기관이 되었단다.

 

모든 실습에서 짝이 되어 준 정선영                       박경숙, "귀염둥이" 김문숙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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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이 찍자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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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하느님의 작품으로 그동안 큰 어려움도 여러 번 있었지만 “남을 도와라! 그러면 네게 복이 되리라. 다 내가 갚아주겠다.”라는 말씀 하나로 살아왔단다. 남에게 주면 하느님이 자기에게 갚아주신다는 섭리에 대해서 바로 자기가 본보기요 산 증인이란다. 우리 부부가 일평생 "사람이 빵으로만 살지 않는다."는 예수님 말씀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무수히 만났고, 그것이 가장 큰 우리의 재산이 되었다. 우리 스스로는 비록 실천을 못하지만 그들을 우러러 보고 그들에게서 풍겨오는 신선함에서 삶의 동력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이번 교육에서 정목사님 같은 "전적인 봉사자"를 만난 것은 내게 큰 행운이다.  

 

 "선한 이웃"  장경화 원장

무제-3.jpg 오후에는 정명희 선생의 "피복 및 침상 청결관리 및 세탁"을 배웠다. 그 강의를 마지막으로 160시간의 강의가 모두 끝났다.

 

그 다음 KBS에서 만든 시리즈 물 “마음”을 보았다. 정신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여러 경우와 그것을 프란신 샤트너 박사의 안구운동요법 메커니즘으로 극복하는 기록영화였다. 이렇게 간단한 안구운동으로 외상 후 장애를 극복하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만 했다. 또 쥐의 머리에서 (기억을 관장하는) 편도체를 제거한 뒤에 풀어놓으니 쥐가 겁 없이 고양이에게 다가갔고, 고양이는  엉겹결에 쥐를 피해버리는 놀라운 장면도 보았다.

                  교실 짝꿍 전순란-박경숙-이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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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쫑파티를 하고, 넌센스 퀴즈를 하는 등 즐거운 시간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사람을 사귀고 재미있었던 4주간이었다.

              쫑파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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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니 보스코는 강북구청 앞에서 고교 동창 양수길씨를 만나 저녁을 먹고 있다고 전화해 왔다. 또 저녁 8시 성당에 바로 간다는 전화를 받고 나도 8시에 우이성당에 가서 주의 수난 예절에 참석하였다. 오늘도 일기를 쓰고 나니 밤 12시가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