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3일 수요일, 날씨 대체로 맑음

 

 

새벽 1시 40분까지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었다. 보스코가 어제 나무를 세우고 빤짝등을 감아 달고 방울들을 달아놓은 터라서 나는 기타 장식들과 바닥과 구슬을 돌리는 것으로 매듭을 지었다. 그리고 6시 30분에 눈을 떠서 트리 손질을 마저 하였다. 지리산집과 서울집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완성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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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 준비는 언제나 보스코와 완전 분업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는 트리를 함께 만들고 언젠가는 두 아들이 성탄절이 오면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을 하고 우리는 그것을 지켜보면서 행복하려니 했는데 큰아들은 멀리 이국에서 아내와 아들과 성탄절을 보내고, 작은아들은 수도원에서 수사들과 청소년들과 함께 해마다 성탄절을 보내는 처지가 되었다. 그래도 지금도 중요한 것은 만들면서 신나고 기쁘고 마음이 들뜬다는 사실이다. 이런 일이 귀찮아지는 날이 제발 오지 않DSC09029[1].jpg 았으면 좋겠다. "매사가 귀찮아...."라고 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가 젊든 늙었든 나는 가슴이 철렁하면서 삶이 무척 빈곤하다는 느낌을 상대방에게서 전달받는다.

 

아침기도 후 조반을 차려 먹고 뒷정리를 하고 나니 11시다. 보스코에게는 고기국을 끓여놓고 밥을 앉혀놓고서 출발했다. 12시 30분에 호천네 집에 도착했다.  올케와 함께 라사냐를 만들기 위함이다. 혼자서 만들면 번거롭다는 기분이 들 수 있지만 누구와 함께 하면 재미있고도 쉽다. 반죽은 내가 어제 저녁에 준비했고 팔미쟌 치즈가루도 내가 가져 갔고, 올케는 화이트 소스, 도마도 소스, 모짜렐라 치즈를 준비하고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리산집 트리

 

26일 우리 집에 오는 손님이 10명이므로 호천네와 그의 손님들까지 생각해서 24인분을 만들었다. 이하에 그 요리 과정을 설명한다. 워낙 일손이 많이 가는 요리여서 손님들이 많이 올 것으로 예상되면 미리 만들어두고 냉장고에서 꺼내 구워서 대접하는 까닭에 이렇게 많이 만든다.

 

분량: 24인분 (한 팬에  6인분씩. 팬 4개 분량)

 

반죽: 밀가루(1.1 킬로)에 계란 10개를 모두 넣고 물을 넣지 않고서 계란으로만 반죽한다. 묽기는 칼국수 반죽 수준으로. 그리고 비닐 봉지에 넣어서 최소한 5시간 이상 숙성시키면 잘 밀어지고 반죽이 부드럽다.

 

토핑 준비: 토마토 소스 5리터 / 화이트 소스 5리터

                 모짜렐라치즈 2 킬로 그램 / 팔미쟌 가루치즈 1킬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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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마른 행주 많이 / 깨끗한 면식탁보 / 반죽 미는 국수기계 

 

 

요리:

 

1. 넓은 식탁에 면식탁보를 넓게 깔고서 반죽미는 기계(= 국수 기계)에서 뽑을 수 있는 가장 얇은 두께로 밀어 한 장씩 받아 식탁보 위에 겹치지 않게 널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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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큰 솥에 물을 붓고 기름 한 수저와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끓인다. 반죽 낱장을 끓는 물에 넣어서 살살 저어 서로 붙지 않게 하면서 반죽말갛게 될 때까지 약 1분가량 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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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삶은 반죽은 한 장씩 건져서 바로 찬 물에 씻어 소쿠리에 걸쳐 물을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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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삶은 반죽을 마른 행주 위에 한 장씩 펴서 물기를 제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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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팬 바닥에 올리브유와 소스 두 가지를 뿌린다.DSC0924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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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팬 바닥에 삶은 반죽 낱장을 서로 겹치지 않게 깐다. 그리고 반죽 위에 도마도 소스, 화이트 소스, 모짜렐라 치즈, 파르미쟌 치즈를 골고루 넉넉히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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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렇게 반죽 낱장을 여섯 켜나 일곱 켜로(팬의 두께에 따르되 8부정도 높이로) 쌓아 올린다. 맨 위도 소스와 치즈로 마감한다. (당장 먹을 것이 아니면 팬 채로 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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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바로 먹을 것은 200도 예열한 오븐에서 (밑에서 세째칸에)  팬채로 넣어 25분 가량 굽는다. 냉동실에다 얼렸을 때는 꺼내서 자연상태로 완전 해동하여 굽거나 냉동된 것을 그대로 구워도 상관없으나 이 경우에는 180도에서 35분간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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