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310일 목요일.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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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파도가 쓸고 지나간 자리는 황폐해졌고 남아서 뒹구는 쓰레기로 어수선하다. 역사의 도도한 물결을 막아서는 저 보수에게 불과 0.7퍼센트의 차이로 지다니! 내 경험으로도 민중의 피 흘린 투쟁으로 두 차례 군사반란을 일으킨 군부를, 전두환과 박근혜-이명박의 안기부를 차례로 눌러 앉혔으니 이번에는 노무현과 문재인이 꺾지 못한 검찰을 눌러 앉히는 역사적 사명을 진보 국민이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주변의 다짐들은 고무적이다. 우리가 졌다고 너무 속상해서는 안되겠다.’ ‘나부터 망가져서는 새로운 상황에 내 패를 어떻게 운용할까 전략을 못 세운다.’ ‘제일 큰 걱정은 우리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그 자들이 이재명 후보나 문대통령을 어떻게 질질 끌고 다니며 짓밟아 버려 진보의 싹을 아예 잘라 버릴까 하는 우려다.’ ‘그러나 우리는 그보다 더 한 '광주사태'의 후유증을 겪었으며 전두환의 만행을 보고도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니 우리 맷집은 보기보다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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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진보정권이라는 노무현과 문재인 정부가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국회의 막강한 의석수로도 언론개혁과 검찰개혁을 안 했다가 그 대가를 톡톡히 받는 일이다. ‘아마추어 정권으로 빛의 자식들이 어둠의 자식들에 비해 얼마나 연약한가 보았기에 너무 힘들다.


루마니아에 가서 우크라 난민들을 돌보는 큰아들을 비롯 여러 사람이 우리 부부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전화를 해 왔다. 전쟁의 참화를 당하여 이웃나라로 피난간 우크라인이 250만명인데 여기서는 정권이 바뀌었다 속 끓이는 우리 울분이 되레 사치스러워 보인다. 아무튼 사순절이다. 죽어야 산다는 신비한 진리에 따라, 우리의 정치적 사랑’ 때문에, 민족은 다시 그리스도의 죽음에 깊은 동참하는 5년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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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이 우크라-루마니아 국경에서 구호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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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언론이 짝꿍이 되어 우리를 짓밟는다면, ‘너희는 두려워하라! 우리는 그대로 되돌려 줄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으로 촛불로 비폭력 혁명을 이뤄낸 국민이다!’ 오늘 하루는 커다란 몸살 쯤으로 여기고 죽도록 아파보면 길이 보일 게다. 청와대의 폭탄주와 무당의 칼춤, 저자를 위해 총동원령을 내렸다는 보수와 사이비 종교들이 판치다 역사의 구렁으로 빠져들고 무너지는 작태를 내 두 눈으로 꼭 보겠다!


그저께 보스코의 코피 치료를 위해 남원에 갔는데, 함양엔 단 한 개도 없는 이비인후과가 남원에는 4개나 있다. 우리는 그 중 안내 전화를 받아주는 윤이비인후과라는 곳에 갔다. 보스코의 코피가 나는 콧속을 불로 지져주는 줄로 알았는데 거즈 한 장을 붙여주고서 소염진통을 하여 저절로 지혈이 되게 치료했단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나도 최근에 목이 부어 칼칼하기에 진료와 약처방을 받으려고 진찰을 받았는데, 내 바로 앞의 아줌마도 목을 들여다 보고 진단 키트로 검진을 한다. 그런데 의사는 손을 씻거나 장갑을 갈지도 않고 곧바로 내 목을 들여다보고 진단 키트를 쑤셔 넣었다. 잠시 후 내 앞에 검사한 여자더러 아주머니는 양성으로 나왔으니 보건소 가서 확진받으세요.”선고하고 나더러는 음성이란다. “아차! 병원 와서 코로나 걸렸구나!” 하는 직감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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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어제 아침부터 목이 칼칼하고 가래가 나오면서 목소리가 잠겼다. 기침도 나고 열은 374부니 미열이다. 밤에 자고 일어나 아침에 체온을 재니 38도를 넘었다. 틀림없이 걸렸다 싶어 사다 놓은 진단 키트로 검사하니 나는 두 줄, 보스코는 한 줄이 나온다. 어제 오후만 해도 간식을 하며 컵으로 물을 마시고 밤새 한 방 한 침대에서, 밀폐된 같은 공간에서 공기를 나눠 마셨으니 공기로 전염되는 바이러스들이 얼마나 좋아했을까!


오늘 아침 부지런히 읍내 보건소로 갔다. 소문대로 정말 사람들의 줄이 끝없이 길다. 노인들 한 무리는 친구들과 함께 놀다가 어느 하나가 걸려서 단체로 코 쑤시러 왔다며 모두 그 병을 옮겨준 친구를 원망하는 말들을 하는데, 그 친구도 그러고 싶어서 옮겨주었겠는가?’ 선물을 주긴 주었는데, 받는 사람들이 통 안 기뻐하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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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우리와 하루 종일 밀착접촉한 김원장님도 몸이 성하지 않은 듯하다니 은혜를 웬수 놈의 오미크론으로 갚은 것 같아 매우 송구스럽다. 소문을 들은 지인들은 모두가 내 오미큰론을 절대 보스코에게 전해주지 말라지만 어떻게 그러나? 부부는 숙명적으로 운명공동체니까 또한 생명공동체 아닌가? 오늘 내가 걸린 오미크론은 지극히 순하고 후딱 앓고 나면 항체가 무지 생긴다니 보스코에게는 별로 미안치도 않다. 그의 코피 엄살 땜에 남원까지 그를 데려가야 했고 그러다 병원에서 내가 전염받은 오미크론 아닌가!


오후에 빵고 신부가 전화를 했는데 자기도 확진자가 됐단다.빵기네 네식구도 모두 걸렸다. 호천네 부부도 앓는 중이고 호연네 집안에도 오미크론이 왔고, 요즘은 어디서 누구한테 옮았는지를 모르니까 무조건 빨리 앓고서 서둘러 항체를 얻는 길이 상책이라나? 우리만 해도 (미루네만 빼고) 세 딸네미네 가족들이 대부분 코로나를 앓았거나 앓고있다. 큰딸네 손주 윤서 윤건이도 걸렸다는데 어른들이 엄살하면 아가들에게 쪽팔리는 일이다.


0.7퍼센트로 선거에 진 사실도(사회학자들의 분석으로, 지난 70년간 보수와 진보는,  유권자의 40 : 30으로 불리했는데 이번에는 50 : 50으로 성장한 사실은 고무적이라는 보스코의 평가), 우리 부부의 코로나 감염도, 생사를 걸고 국가의 운명이 풍전등화인 우크라 난민들의 비극 앞에서는 엄살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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