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8일 수요일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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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에 엠마오 연수원원장으로 새로 부임한 김신부님을 만나러 애월의 이시도로 목장근처로 갔다. 신부님은 오래 동안 대전교구 정하상 교육회관관장으로 근무하면서 미루와 효소절식 피정을 함께 한 인연이 있어 우리가 제주에 온 길에 인사를 나누러 그곳에 들렀다.


때마침 강우일 주교님이 그곳에서 안식년 연수를 받는 사제들에게 강의하러 오신다기에 잠시 기다리다 인사를 드렸다. 얼마 후(1117?) 교구장직을 내려놓으신다니 좀 편해지시려나? 직접 '소울'을 운전해 도착하셨는데 삶으로 교구민과 신부님들의 표양이 되셨으니 떠나셔도 오랜 동안 사람들은 그분을 기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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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식사에서 만난 제주의 세 여자 교우들의 얘기에서도 강주교님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깊이 묻어 있었다. 그분의 사회교리, 4.3에 대한 투쟁, 그리고 강정 해군기지 반대의 투쟁을 제주도민들은 길이길이 기억하리라.


그 연수원 뒷길로 100m쯤 가면 빵고신부가 초창기에 와서 심혈을 기우려 마련하던 (여성가족부 인가 청소년 회복지원시설) '숨비소리'에도 들렀다. 원장 오윤택 신부와 이현진 신부가 살레시안답게 밝고 정겹게 우릴 맞아 주었다. 잔디밭이나 주변의 나무들 텃밭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자리를 잡았고 내부도, 위탁된 아이들 6명도 안정적으로 교육을 받는 모습에서 인간이 시작해도 하느님의 도우심이 거기에 함께하는 게 피부에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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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부님을 따라 우유부단에 가서 이시도로 특산의 아이스크림을 먹고 엄청 비싼 치즈도 샀다. 제주의 모든 생산물은 맛의 유무를 떠나 '비싸다'로 통일되는 공통점이 있다.


12시에 여수 공항에서 도착하는 남해 형부네를 제주공항에 가서 환영하고 제주 오일장장구경을 갔다. 보스코도 나도 장구경을 다니는 취향이 아닌데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대형몰에서 오랜 세월 그 큰 시장을 그 큰 손으로 쥐락펴락하던  형부와 장구경이 취미인 이사야 덕분에 커다란 장터를 한바퀴 돌고 순대국밥을 한 그릇씩 먹고 생선좌판 사이를 비집고 채소와 과일전 구경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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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4.3평화공원 순례를 했다. 갈 때마다 느끼는 울분에 마음은 무겁고 일본형사가 경찰로, 일본관원이 면서기로 둔갑한 천인공노할 현실은 일정에 뒤이은 미국의 통치로 척결되지 않은 역사가 가져온 비극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서북청년단의 만행으로 가족이 쑥밭이 된 형부는 이승만과 조병옥 그리고 서북청년단으로 이어지는 기독교의 역사적 만행에 이를 갈았다. 조병옥의 행적이 이 나라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역사를 아는 우리로서는 조병옥의 아들이 출세하고 여전히 정치와 재계와 사회여론을 손에 쥐어주어 잘 먹고 잘 살게 만든 어리석은 국민을 증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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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무거운 마음을 안고 우리 은빛나래단은 절물휴양림에 잠시 들러 4.3의 아픔을 대자연의 숲에서 위로받고 6시에는 우리가 쉬는 펜션 '썬비치'의 여주인 레지나씨, 식당주인 비비안나씨, 그리고 보스코의 중고등학교 동창 ()허충남씨의 부인 마르티나씨 셋이 애월읍에서 준비한 저녁을 대접받았다. 비비안나씨 남편이 직접 잡아왔다는 도미는 살과 뼈까지 우리를 위하여 내어놓으니 지리산에 돌아갈 즈음에는 보스코의 허리띠가 두세 구멍은 늘어날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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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요일은 한라산을 등반하니까 일찍 움직이자고 약속했지만 7시 임신부님의 미사가 끝나고 걸게 아침을 먹고서야 성판악에 도착하니 10시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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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사슴처럼 달리는 임신부님과 이사야는 백록담으로 뛰어가고(1230분까지 진달래밭 대피소를 통과 못하면 정상에 오르지 못한다!), 형부네 부부는 남해 앞바다에서와 다름없이 서귀포 앞바다의 강태공으로 신분을 세탁하여 애기 손바닥만한 예쁜 생선을 건져올려 오늘밤에 술안주로 회무침을 준비했고, 미루는 쏙밭까지만 갔다 돌아와 회사일을 보고, 노익장을 자랑하는 봉재언니, 언니와 갑장인 보스코는 내가 모시고 사라오름까지 산행을 했다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306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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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의 한라산 등반인데 우선 출발이 너무 늦었고, 보스코의 나이 3년의 경과로 체력도 줄어 정상까지는 넘보지 못하고 '사라오름'까지로 갔다. 산정호수는 바짝 말라 물한방울 없었으나 그곳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남제주와 섶섬과 지귀도는 흐린 날씨에서도 장관을 이루었다. 한라산 정상은 그곳에서 올려다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모두들 보스코의 심장을 많이 걱정했는데 그래도 잘 견디어주어 일행은 80이 낼모레인 그의 건강한 걸음을 오히려 감탄해 주었다. 저녁(고등어찜)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서도 기운 좋은 어르신들은 밤늦게까지 생선회 술안주로 흥겨운데 우리 둘은 보스코가 할 일이 있어 빠졌다. 노는 것도 체력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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