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418일 목요일


그제 밤 11시부터 도진 보스코의 야간통증은 아침까지 이어졌다. 허리 수술지점으로부터 시작하여 좌골로 내려가, 허벅다리를 타고 무릎까지 전달되는 통증은 일시도 멈추지 않아 견디기 힘들다고 몸부림친다. 아프기 시작하자 간호사가 와서 진통주사 한 대를 직접 놓았는데 그 주사가 보스코의 허리 신경을 자극하여 둔부전체에 쇼크를 준듯하다. 그의 신음과 비명은 한결 올라가고 다행히 서 있으면 통증이 좀 가라앉는지 한밤중에 보행기를 끌고 병동 복도를 끊임없이 헤매는 백발노인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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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에서 오는지 혈압은 220을 유지하고 아무리 해도 혈압이 안 떨어지자 의사가 새벽 2시에 혈압강하제를 처방하여 맞았다.  야간 간호팀 전부가 보스코의 고혈압에 매달려 동분서주하는 듯했다. 아침이 돼서야 160으로 떨어진 혈압.


얼마나 아팠으면, 자기가 왜 이리 아픈지 한밤인데 임실 김원장님에게 전화하여 물어보란다. 새벽 한두 시에 남의 곤한 잠을 깨우는 일이 얼마나 파렴치한 일인지 알기에 못 들은 척 안했더니, ‘이러다 일 나면 당신 후회가 클꺼야?’라는 협박까지 한다. 저 사람이 얼마나 아프면 그럴까 이해도 간다. 그래도 멀쩡한 내가 더 이성적이다. 끝까지 비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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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떠오르며 모든 악귀가 빛 앞에 세력을 잃듯, 밤새 그를 괴롭히든 고혈압과 통증도 차츰 그 힘을 잃어갔다. 1분을 눈을 못 붙이게 괴롭히던 모든 세력이 사라지자 그는 잠에 녹아들었다. 나는 그 시간에도 깨어있어 할 일이 많았다. 어쩌면 요추수술에 따른 통증과정 같기도 하고...


11시 비뇨기과에 진료를 받았다. 비뇨기과 선생님은 대학병원에서 퇴직하고 연고도 없는 남원에 내려와 진료를 보는 이유가 다 있게 마련이다. 9개월 전 췌장암4기 진단을 받고 전이도 옆의 장기까지 퍼져 있었단다, 그래서 시한부 3개월선고를 받아서 산 좋고 물 좋은 남원으로 내려왔단다. '3개월 선고에 9개월 사셨으니 200%는 더 사셨고 나머지는 팁이네요'라는 내 말에 '친구들도 안 됐다고 500만원씩도 보내왔고 이 몸은 그래서 집 한 채 값을 이 몸만으로 벌어들였습니다'라고 우스개소릴 한다. 죽음 앞에 돈이나 재산이 무엇을 보장해 줄 수 없으니 인생사 허망하다.


점심쯤 김원장님 부부와 임실 아버님이 의료원에 오셨다.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입원을 하였는데 늙어서 배우자를 병원에 놓고 혼자 돌아가는, 특히 늙은 남자의 마음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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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에 훈이서방님이 동서와 평택에서 문병을 왔다. 그 먼 곳에서 진짜 허리디스크로 평생 고생하는 동서에게는 염치없다. 호박죽, 된장국, 김치와 밑반찬을 살림꾼답게 바리바리싸왔다. 우리 두 아들을 타인들에게 내어주고 나니 더 많은 이의 도움이 답지한다. 그래서 세상은 둥글다는 것이다.


오후 늦게 지하층에 내려가보니 가톨릭 호스피스 실이 있고 미리내수녀님 한분이 지키고 계신다. 성체경당도 갖춰져 있어 기도도 잠시 드렸다. 나약한 인간실존을 체험하는 마당이어서 인간의 자만심이 형편없이 뒤흔들리는 시점이어서 기도는 그만큼 간절해진다. 수녀님은 보스코의 이름을 듣자 옛날에 영정독서들을 대하면서 많이 본 이름이라고 기억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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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목요일 수녀님들이 남호리의 신선초 밭에서도 신선초를 따러오시겠다기에 둘러보러  보호자인 내가 귀가하였다그 사고의 기억에서 미쳐 벗어나지 못했을 텐데듣기만도 오싹할 신선초(神仙草)를 마저 따다가 장아찌를 담아 본당을 돌며 팔아야 얼마간의 돈이 모아질 것이고그것으로 피정의 집이 만들어진다수녀님들과 함께 온 율리아나씨와 그미의 남편 야곱씨는 만사제쳐놓고 수녀님들을 도와 드리는 일을 영순위로 삼는 분들이란다그렇게 착한 사람과 하느님의 섭리가 수녀님들의 큰 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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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이 보스코의 일로 너무 괴로워하시기에 제발 우리 착한 수녀님들이 그런 죄책감에서 놓여나게 해주십사’ 내가 며칠째 기도하는 참인데, 오늘 국수녀님이 당신 입으로 말씀하신다. “이젠 그만 됐다. 너만 그를 사랑하는 게 아니고 내가 그를 너보다 더 사랑한다.”라는 깨달음이 오더란다. 우리 누구나 그 분의 사랑 안에서만이 평화를 찾을 수 있으며, '인간의 모든 인간 사랑은 하느님을 사랑하게 만드는 사랑'이라는게 아우구스티누스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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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은 스위스에서 타지키스탄의 구호에 출장가 있어 전화로만 아버지의 수술과 상태를 따라 걱정할 따름이고 작은아들은 관구비서로서 관구를 총점검하는 공무에 쫓겨 눈코뜰새 없는 처지다. 두 아들 대신에  여러 딸들을  주시고 수녀님들의 간절한 기도를 붙여주셨으니 얼마나 많은 복이냐!